주일에는 바쁜 마르다 아닌, 안 바쁜 마리아 같은 교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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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다시 보기 10] 바쁨,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주일에는 특히 천천히 지내 보니
노력하니 아이들 말 들리기 시작
교사, 아이들과 만나는 순간에는
아이들, 오직 유일한 대상이어야

▲당시 화제를 모은 SK텔레콤 CF 광고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유튜브 캡쳐
▲당시 화제를 모은 SK텔레콤 CF 광고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유튜브 캡쳐

#말과 행동이 따로인 사역자

한 학생이 물었다.
“목사님! 요즘은 안 바쁘세요?”
“응. 안 바빠. 나는 요즘 하나도 안 바빠”
“에이! 거짓말~ 바쁘면서”
“아니야. 나 진짜 바쁘지 않아. 그러니까 이번 주에 나랑 밥 먹을까?”

그렇게 그 학생과 토요일 점심을 먹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이 대화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졸작 《다음 없는 다음세대에 다가가기》를 저술하며, 이런 고백을 했음을 기억한다.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 2021년 말 즈음에 결심한 이후, 나는 이 말을 안 하려고 무지하게 노력하고 있다. 이 말은 바로 ‘바쁘네요’라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바쁨이 문화가 되어 버렸다. 바쁘게 살아야 보람있는 하루고, 바쁘게 살아야 도태되지 않는 하루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그런 바쁨이 있어야 우리의 하루가 행복하고 보람될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필자의 경우는 아니었다. 짧은 인생에서도 가장 바쁘게 살았다고 하는 시절이 있었다.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으며, 사역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열심히, 그리고 정말 보람되게 살았다고 느끼는 그 시간들은 허무했다. 거기엔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다. 오직 열심히 살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허락하던 교만한 나 자신만 있었다. 더하여 건강도 잃고 말았다. 건강을 잃으니 자연스레 관계들도 소원해졌다.

바쁨은 선악과 같다. 창세기 표현처럼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손을 들어 그것을 따먹는 순간, 그런 감정은 신기루처럼 다 사라져 버린다. 부재로 귀결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하나님의 부재, 건강의 부재, 그리고 관계의 부재였다. 그래서 유명한 심리학자 칼 융은 이런 말을 했다. “바쁨은 악마의 것이 아니라 악마 그 자체다.”

“에이! 거짓말”라고 한 학생의 이 말을 통해 필자는 스스로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말은 안 했지만 여전히 행동으로는 바쁘게 살고 있는 나를. 행동이 말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천히 걸어야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쁘게 종종거릴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친다. 삶을 복기해 보면 쉽게 수긍이 된다. 우리가 언제 중요한 것들을 빠트리거나 놓치나? 바쁠 때이다. 바쁘게 준비하고 마무리하다가 보면 꼭 한두 가지를 놓치곤 한다.

만약 놓친 것이 물건이라면? 그나마 괜찮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다시 구하거나 새로 사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이고 관계라면? 여기에는 ‘다시’가 없을 수도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가장 바빴던 시절, 사실 사역은 했지만 마음은 온전히 학생들에게 없었다. 심지어 심방을 하면서도 필자의 일에 대해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런 심방이 잘 될 리 있겠는가? 아이들은 다 안다. 진심인지 아닌지 다 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어리석었던 필자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때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삶을 ‘빨리 빨리’로 몰아갈수록 관계는 ‘서서히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학생에 대한 온전한 마음이 없으면 그 학생의 말이 잘 들리지 않고, 그 학생의 마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 만약 교사인 내가 학생들의 마음이 보이지 않고 관심이 들리지 않는다면, 내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작고한 일본 신학자 고스케 고야마(Kosuke Koyama)는 아예 “사랑은 시속 3마일”이라고 했다. 그는 말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천천히 걸으신다. 하나님이 사랑이 아니시라면 훨씬 더 빨리 가실 것이다. 사랑에는 속도가 있다. 그것은 내적 속도이다. 영적 속도이다. 이 속도는 ‘느리지만’ 사랑의 속도이기에 다른 모든 속도를 추월한다. 시속 3마일. 그것은 우리가 걷는 속도이고 사랑의 하나님이 걷는 속도이다.”

하나님께서 천천히, 시속 3마일의 속도로 우리에게 걸어오신다.
3마일로 걸으면서 우리의 마음을 보아주신다.
3마일로 걸으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신다.
그게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1998년, 당시 최고 배우였던 한석규가 찍었던 이동통신 광고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이 광고는 중요한 순간이 오면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고, 오롯이 그곳에만 집중하기를 조언한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사실은 그때보다 오늘 우리에게 더 필요한 조언이다.

왜 사역자나 교사들은 바쁨을 지양해야 할까?
왜 우리는 좀 천천히 살 필요가 있을까?
바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바쁘면 들리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주일에는 특히 천천히 살려고 한다. 특히 학생들과 있는 시간에는 가능하면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그렇게 노력을 하니, 학생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말이 들리니 대화가 되었다. 대화를 하니 기도 제목을 알게 되었다.

기도를 하니 학생들과 더 친해졌다. 이제 아이들은 문제가 있으면 기도해 달라고 찾아오거나, 아니면 전화나 SNS로 자신의 기도제목을 말해 준다.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 사역자의 영성은 ‘천천히’에 있는 것이구나!

교사는 학생과 마주할 때 바쁘면 안 된다. 적어도 아이들과 만나는 그 순간에는 학생들이 ‘유일한’ 대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종종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끊임없이 핸드폰을 보는 선생님들을 발견하게 된다. 집중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을 보게 된다. 그런 선생님들은 당연히 학생들과의 대화 시간이 길지 못하다. 학생들이 바쁜 선생님을 붙잡고 있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여, 적어도 주일에는 바쁘지 말자.
학생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말자.
이것 저것으로 분주한 마르다가 아니라, 하나만 선택하는 마리아 같은 교사가 되자.

나는 주일 아침마다 이런 광고를 찍고 싶다.
“바쁨, 학생들과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김정준 목사.
▲김정준 목사.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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