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무부가 수 년간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한 정책을 최근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이 결정은 이스라엘에서 복음주의 단체 직원에 대한 성직자 비자 거부가 급증하면서, 자국 내 종교 공동체 간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논의가 시작됐다.
중동 뉴스 전문 매체 알-모니터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국제기독교대사관(International Christian Embassy Jerusalem, ICEJ), 평화를위한다리(Bridges for Peace), 기독교인이스라엘지지연합(Christian United for Israel) 등의 기독교 단체의 주재 직원을 위한 새로운 비자 절차를 위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1980년에 설립된 국제기독교대사관은 예루살렘에 40명의 주재 직원들을 보유하며, 이스라엘 내에서 다양한 자선 및 회복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직원 비자를 취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 하에서 이스라엘 당국은 최근 ICEJ가 종교단체로 간주되기에 충분한 기준을 총족하지 않는다며, 소속 직원에 대한 성직자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ICEJ 지부 부사장인 데이비드 파슨스는 최근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내무부로 인해 단체의 존립이 억압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파슨스는 4개월 전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을 만났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당국이 취업 비자나 성직자 비자 대신, 엄격한 제한이 있는 자원봉사자 비자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외무부의 고위 관리인 에얄 시소는 최근 이스라엘 인구 이민국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알-모니터에 따르면, 시소 사무총장은 정책 변화를 주도하며, 자원봉사자 비자를 유지하면서 비자 간 6개월 해외 체류 요건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자 문제는 이스라엘 내에서 기독교 유적지와 성직자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속되고 있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최근 극보수주의 유대교 청년들이 표적이 됐던 하이파시의 ‘스텔라 마리스 수도원’(Haifa Stella Maris monastery)을 방문했다. 또한 25일에는 화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정교회 신자들이 타보르 산에 위치한 프란체스코회 ‘변형교회’(Church of the Transfiguration)에 출입이 거부됐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제리 필레이 사무총장은 이번 주에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서 예배 거부와 기독교인의 삶 제약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필레이 사무총장은 “세계교회협의회는 이스라엘 정부에 기독교 예배와 공동체 행사가 자유롭게 진행되도록 허용하고, 모든 사람들의 종교 자유 권리를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다수의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들이 비자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 이전 이스라엘 우익 정부와 유대 관계를 가진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2022년 이스라엘 중앙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기독교 신자는 이스라엘 인구의 약 2%를 차지하며, 그 중 75.8%는 아랍 기독교 신자다.
이스라엘의 보수주의 종교 정당인 ‘유대교 토라 연합당’(United Torah Judaism) 의원들은 이전에 기독교 전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으나,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는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기독교인이 미성년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금전적인 이익을 제공하여 기독교로 개종시킨 사람에게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총대주교는 이스라엘의 기독교 지구에서 공격이 증가했다며, 이를 급진적인 유대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한편 올해 부활절 성주간에는 예루살렘의 ‘성묘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에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 가능 인원을 1만 명에서 1,800명으로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