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인 아이티에 위치한 개신교회가 무장한 지역 갱단에 항위 시위를 벌이다가 교인 7명이 처형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거나 납치당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이 사건은 카라듀스에 위치한 ‘베데스다 연못 복음주의 교회’(Evangelical Church of the Pool of Bethesda)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의 불법 거주 지역인 카나안을 점거한 지역 갱단을 규탄하는 가두시위를 진행하다가 발생했다.
생중계된 교회 예배 영상에서 마르코 지도르 담임목사는 ‘기적과 치유의 토요일’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갱단에 맞서 행진하라고 독려했다.
현지 뉴스 매체인 아이티 리브레에 따르면, 예배 영상에는 지도르 목사가 인도하는 가운데 교인들이 성경에 나오는 다윗 왕의 기름 부음을 구하며 기도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갱단은 현지 경찰에 정기적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상에서 지도르 목사는 “다윗의 기름 부음이 내게 임하여, 골리앗을 땅에 쓰러뜨릴 수 있게 하소서, 이 골리앗들은 반드시 쓰러져야 합니다”라고 기도했다.
한 지역 기자가 갱단에 맞서 행진하는 동안 총탄에 맞을 것이 두렵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한 여성 교인은 “우리 몸에 있는 것은 총탄에 맞지 않는다! 탄창에 맞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고,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 게시된 영상에는 갱단 조직원들이 거리에서 시위에 참여한 남녀 교인들의 시체에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번 학살은 조브넬 모이스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된 지 2년 만에 무법 갱단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OHCHR) 사무소 대변인 라비나 샴다사니는 이달 초 제네바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아이티의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극단적 폭력의 잔인함과 그들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했다.
샴다사니는 8월 14일부터 15일까지 포르토프랭스에서 지방 정부 대표자와 그의 아내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살해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 남성이 갱단에 맞서기 위해 설립된 지역 자위대 단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보복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4일 사건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는 그랜드 라빈(Grand Ravine) 갱단원들이 까르푸 푀유 인근 지역에서 일가족 7명(남성 5명, 여성 2명)을 산 채로 불태워 살해한 사실이 알려졌다. 샴다사니는 “그들도 또한 자위대 단체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티 내 폭력이 증가함에 따라, 대중 정의 운동이나 자위대 단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이티는 올해 4월 24일부터 8월 중순까지 지역 주민과 자위대에 의해 350명 이상이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약 310명이 갱단원으로 추정되며, 46명은 일반 시민으로 확인됐다. 또한 그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유엔 기구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부터 8월까지 아이티에서 최소 2,439명이 사망하고, 90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951명이 납치됐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케냐가 아이티 경찰을 훈련하고 지원하기 위해 1,000명의 다국적 경찰 파견단을 이끌도록 허용하는 제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볼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아이티의 안보 상황에 대해 긴급한 조치를 취하길 원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