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재발견> 한승욱 작가
“이 책은 갑작스레 찾아온 삶의 부름을 지나치지 않고, 꾸준히 나를 찾아간 이야기이다. 잠시 성장을 멈추고 마디를 만들면서 영양분을 축적하는 대나무가 더 높이 뻗어나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멈춤은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내 영혼과의 대화 시간이며, 삶을 점검하는 날들이다.”
타고 있던 버스가 10m 아래 계곡으로 떨어지는 죽음의 위기와 20여 년 후 권고사직이라는 삶의 위기 등 수많은 ‘멈춤’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멈춤의 재발견>이라는 책으로 녹여낸 한승욱 작가 이야기이다.
불안 때문에 흔들린 자신을 발견하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도움으로 10년간 인문 고전을 읽으며 꾸준히 읽고 쓰기를 반복해 변화하고 성장한 스토리가 책에 담겼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는 말씀을 늘 마음판에 새긴다는 한승욱 작가의 이야기.
멈춤의 재발견
한승욱 | 슬로우북 | 216쪽 | 16,800원
죽음 목격, 멈춤의 상징적 의미와
삶의 속도·방향 다시 살피는 계기
멈춤 연습 통해 기쁨과 행복 발견
-책 주제를 ‘멈춤’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이 책의 도입 부분에서 죽음 목격을 다룬 건 ‘멈춤’의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고, 삶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된 사건이 있어서였습니다.
벌써 이십 년 전 일이네요. 지방 출장길에 벌어진 버스 추락사고는 가족의 소중함이 가장 먼저 다가오더군요, 어쩌면 인생의 가속도가 멈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내재된 불안이나 두려움이 같이 멈춘 순간이었습니다. 그 사건이 <멈춤의 재발견>의 첫 번째 단서가 되었습니다.”
-소설을 배우셨다고 했는데, 이 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요.
“이 책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멈춤의 여러 형태를 옴니버스 형태로 기록한 에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잠시 소설 쓰기를 배우기도 했는데, 그때 소설의 모티브를 메모한 것들이 탈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겐 꼭 필요한 멈춤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놀라운 일이었고, 엄중한 경고등 같았으나 지나고 보면 유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시간은 책이 주는 이로움이 얼마나 큰지 아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멀리하던 내게 아내가 읽은 책의 밑줄을 먼저 읽으면서 여러 장르의 책들을 섭렵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다면 글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내의 책들이 1차 글쓰기 메신저였습니다.”
-프로필 속 ‘선한 영향력’은 어떤 의미인가요.
“2012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 들어가게 된 것도 책 속에서 구본형 스승을 만났기에 가능했습니다. 커리큘럼에 따라 읽게 된 고전들이 타자를 위한 삶, 선한 영향력의 삶에 대해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제자 사랑은 당신이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이 지식이든 지혜이든 ‘온전히 나누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결국 더불어 사는 삶이었습니다. 그때 엄격하게만 보이던 아버지, 멀리 느껴졌던 아버지와 화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제 내적 성장은 소소한 고난이 있을 때마다 긍정적인 바라보는 힘이 되었습니다.
‘변화 경영’은 ‘자기 경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삶에서 크고 작은 멈춤의 순간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었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 선배, 후배 등 제게 꼭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가까이 있었습니다. 우리 삶은 관계 맺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선한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일이 먼저여야 함을 깨닫곤 했습니다.
또한 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책 속 ‘37가지 멈춤 연습’이 그것입니다. 멈춤 연습을 하면서 기쁨과 행복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잠시 물러나 멈춘 자신을 바라보고 수용하면 극복할 수 있는 기회와 힘을 얻고, 이를 미래를 위한 징검다리와 디딤돌로 삼게 됩니다. 그런 시간을 거치고 난 뒤 대나무의 굵은 마디 위에 길쭉하게 뻗은 줄기처럼 부쩍 성장한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책 읽고 스스로 교회 출석
백만 불짜리 웃음, 함께하심 덕분
사랑 전할 기회 여기면 전해질 것
-신앙이 삶에 일으킨 변화는 무엇인가요.
“군복무 직후 IMF가 찾아왔습니다. 혼자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할 때였는데, 그다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살아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우연히 서점에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읽게 되었고, ‘테디 베어’ 편에서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나 혼자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항상 나와 함께했구나!’ 믿음 고백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도 사라지고, 눈을 마주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 스스로 고향인 울산에 있는 교회를 찾게 되었고, 어머니도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제겐 기도하는 삶이 당연합니다. 그저 건강히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드리게 되지요. 두 아들에게도 자기 자신보다 가족과 타인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합니다.
저는 ‘당신의 웃음은 백만 불짜리’라는 말씀을 듣곤 하는데,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기에 웃게 되지 않을까요? 저의 웃음만으로도 그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만 고객들을 대할 때도 이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사랑을 전할 기회로 여기면 상대방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요? 저는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를 이어갈 때, 가능하면 마음속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합니다.”
-미생물에 대한 깊은 묵상도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첫발을 디딘 곳이 장수 축산폐수처리장이었습니다. 책 1장의 배경이지요. 미생물을 좋아했던 제겐 폐수 분해하는 일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면서 ‘똥쟁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똥을 뒤집어 쓴 사건이 지금은 인생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곧 반전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큰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식품 분야 기업체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이로운 미생물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우리 몸에 해로운 미생물을 살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첫 장에서 표현했듯 폐수처리를 하면서 미생물에 관심과 애정을 쏟을 때가 있었습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폐수처리가 잘 될 때 나타나는 미생물 군집이 있는가 하면, 폐수처리가 잘 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미생물 군집이 있습니다. 제가 아플 때 더 잘 보이는 미생물이 있기도 했구요.
인간과 미생물을 따로 떼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늘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무려 100조 개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생물 종류와 비율이 달라지거나 병원성 세균이 들어와 자리잡으면서 우리 몸은 바로 탈이 나게 됩니다. 이렇게 미생물들에게는 인간의 몸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인 것이죠.
타인을 마주하는 것도 거대한 미생물 세계를 마주하는 일과 같습니다. 저는 그들의 세계에 건강하고 밝은 또 다른 세계가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외부에서 건강하지 못한 영향이 미칠 때 이겨낼 수 있도록, 내 안에 건강한 미생물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항상 깨어있도록 노력합니다. 100조에 달하는 미생물 하나하나에 창조주의 손길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면 든든하지 않을까요?”
독서 하기 전 마음 머무르게 기도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두 가능
선한 영향력 리더 부름 함께 동행
-독서가 어떻게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나요.
“독서를 하기 전 기도합니다. ‘글을 읽을 때 제 마음이 온전히 머무를 수 있게 하소서’라고요. 바쁜 삶 속에서 책 읽는 시간을 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이 순간 글에 깊이 몰입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 구절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리고 감동을 받은 마음이 어디론가 움직이고, 그 움직임은 오래 전 소망을 떠올리게 하거나, 오래 전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감사를 전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럴 때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를 돌아보고, 용기를 내 행동으로 옮겨보려 노력해 봅니다. 이후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 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아내 덕분입니다. 아내는 책을 좋아했고, 글을 쓰고 싶었다고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책 박스를 열어 하나씩 책장에 꽂으면서 밑줄 그은 곳을 따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책과 친해지게 됐습니다.”
-좋아하시는 성경 구절을 말씀해 주십시오.
“아내와 두 아들에게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힘든 순간마다 떠올리자고 말합니다. 큰 아들은 ‘너희 중에 고난 당하는 자가 있으나 그는 기도할 것이요. 즐거워하는 자가 있느냐 저는 찬송할지니라(약 5:13)’는 말씀을 좋아합니다.
저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는 말씀을 항상 잊지 않고 깊이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믿음을 가진 후부터 이 구절이 제 삶을 지탱케 해주고,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저를 붙잡아 줍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끼신 적이 있는지요.
“사람과의 만남, 회사, 가족과의 관계 맺기 등 모든 방면에서 인도하심을 느낍니다. 위기가 왔을 때 기회로 연결해 주신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하나님께서 함께하실 것입니다. 비록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할지라도, 돌이켜 보면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MZ세대에게 조언하신다면.
“이 책은 곧 군에 갈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 형태로 쉽게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가장 먼저 전하고자 했던 것은 ‘인간의 생각은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열고 사람들 생각을 존중하고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문득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전화나 문자를 통해 안부를 묻습니다. 그 ‘연결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큰 자산이 됩니다.”
-저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새로운 일터에서 생활하고 적응하는 과정에 책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큰 힘을 얻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피드백이 와서, 매일 감동을 받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피드백이 가장 크지만, 잊고 지낸 동료에게나 생각지 않은 선후배들에게 연락이 올 때는 더 큰 감동입니다. 회사에서도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 있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선한 영향력의 리더로서 부름이 있다면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