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상, 대부분 하나님 앞에서 도망하려는 시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15인 철학자로 보는 철학 흐름

평신도들 위한 서양 철학 입문
과학과 신학 사이 ‘종전’ 목적
칸트와 아퀴나스 중 선택해야

R. C. 스프로울의 서양 철학 이야기
R. C. 스프로울 | 조계광 역 | 생명의말씀사 | 256쪽 | 16,000원

“대부분의 현대 사상은 모두 하나님 앞에서 도망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하나님의 거룩하심>, <모든 사람을 위한 신학>, <하나님의 예정과 선택> 등을 쓴 이 시대 대표적인 개혁주의 신학자인 저자가 평신도를 위해 쓴 서양 철학 입문서이다.

플라톤부터 사르트르까지 시대별 대표 철학자·사상가 15인을 내세워 그들 철학의 중심 개념과 함께 그 시대를 풍미한 사상들을 간략히 설명하고,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고 있다.

15인 중 함께 묶여 등장하는 다윈과 프로이트는 철학자가 아니지만, 둘 모두 서양 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친 이론을 제시했기에 마지막 장을 장식했다.

15인의 사상들을 하나하나 기독교적으로 쪼개고 분석하진 않지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저자 나름의 기준으로 간단한 비평을 곁들이면서 그들이, 아니 현대 문화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죄책감을 벗어버리려고 한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자신의 죄책감을 벗어버리기 위한 시도였다. 그는 죄책감을 벗어버리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하나님 앞에서 도망하고자 했다.”

서양 철학을 기독교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 2002년 나왔던 <신학자가 풀어쓴 서양 철학 이야기>의 개정판이다. 중간중간 ‘변증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난해한 철학 이야기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미덕.

▲R. C. 스프로울 박사는 2017년 별세했다.  ⓒ유튜브

▲R. C. 스프로울 박사는 2017년 별세했다. ⓒ유튜브

저자의 결론은 이것이다. “에티엔 질송(Etienne Gilson)은 현대 철학의 신들을 ‘기독교의 살아 있는 신을 철학적으로 분해해서 태어난 단순한 부산물’이라고 정의했다. 질송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는 칸트냐 데카르트냐 아니면 헤겔이냐 키르케고르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칸트와 토마스 아퀴나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질송은 이 외의 모든 사상은 철저한 종교적 불가지론이나 기독교 형이상학의 자연 신학으로 가는 길의 중간 지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질송이 근본적으로 옳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자연 신학이 성경의 특별 계시와 자연의 일반 계시를 서로 연결하는 고전적 종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재구성은 과학과 신학 사이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자연주의에 빠지지 않고도 자연을 포용할 수 있다. 모든 생명은 그 통일성과 다양성 안에서, 하나님의 얼굴 앞에서(coram Deo), 그분의 권위와 영광 아래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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