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극복과 우리의 안보’ 주제로
극동방송 협력기관인 극동포럼(회장 정연훈)이 18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극동아트홀에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초청해 제55회 극동포럼을 개최했다.
사회각계인사 및 방송청취자 500여 명을 초청해 진행된 이번 극동포럼은 ‘기후위기 극복과 우리의 안보’를 주제로 열렸다.
극동포럼 측은 “해가 지날수록 지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세계 곳곳에서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자연재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소말리아, 케냐, 수단 등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장기 가뭄으로 물과 식량이 없어 극심한 기아와 질병에 신음하고 있다. 반면 파키스탄과 중국, 중유럽 등 수많은 나라에서 유례없는 홍수를 겪었다. 지난 12일 리비아에서는 대홍수로 댐이 무너져 1만 5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기후변화로 수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계속 발생하면서, 기후위기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성큼 다가왔다”고 취지를 밝혔다.
◈기후위기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전 세계, 최악 기후위기 본격 진입
세계 지도자들 기후변화에 관심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위해 노력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이날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과 앞으로 대처해 나갈 방안을 제시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모두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기후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금세기 내 대멸종이 찾아와 생명체의 70%가 멸종될 수도 있다”며 “올 여름 우리는 기후가 사상 최악이라는 말을 날마다 들어야 했다. 80억 인류의 81%, 65억 명이 폭염에 노출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우리 인류는 최악의 기후위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돌이켜 보면, 기후문제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키지 않을 기회가 있었다.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기후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해 충분히 경고했다”며 “그러나 세계 각국, 특히 선진국들과 그 지도자들이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들은 수십 년이 될지 수백 년이 될지 모르는 멀고 먼 미래의 일로 치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기후변화 원인 중 하나는 산업화에 너무 치중한 정책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에 있다”며 “국제사회는 여전히 화석연료의 사용과 탐욕에 젖어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지난해 석탄 발전량은 35.4%로 2021년보다 오히려 1% 늘었다.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심지어는 기후 역행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후위기는 우리들 문 앞에 와있는 재앙이기에, 이제라도 전 세계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인류 최대의 위기인 기후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경제발전에 있어 조금 지체되고 세부 목표가 수정된다 하더라도 기후변화에 더 관심과 힘을 쏟아야 하고, 그 일환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며 “EU와 미국 등의 움직임을 볼 때, 먼저 노력하는 기업, 앞서 나가는 나라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EU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30년까지 55% 제시한 바 있다. 2020년 이미 32%를 감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제시했지만, 2022년 통계에 따르면 10% 감축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와 같은 전 세계적이고 사활적인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인류가 세계 시민정신으로 적극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국가 안보: 우크라이나의 교훈
국가 간 동맹 중요, 전쟁 예방 첩경
한미동맹, 윤석열 정부에서 완전체
미국 전략자산 정기 배치는 획기적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 안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관해 “미국 뉴욕타임스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상자 수는 20만 명 정도인 반면, 러시아는 30만 명이 넘는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꺾이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것은 첫째로 조국의 영토와 자유를 지키겠다는 애국심, 둘째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강력한 연대와 지원의 힘”이라며 “우크라이나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도 함께 도와야 한다. 이 전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쟁 뒤에 러시아를 돕는 북한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국가안보를 위해 국가 간 동맹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전쟁을 예방하는 첩경은 강력한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강력한 억지력의 가장 높은 단계, 가장 실효성 있는 단계는 가치와 신념을 함께하는 국가 간 동맹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동맹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한미동맹은 우리국가 안보에 중요하다. 특히 지난 한미 정상회담 성사는 큰 의미가 있었다. 한미동맹이 윤석열 정부 들어 비로소 완전체를 향하게 됐고, 바람직한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난 4월 26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은 흔들리던 한미 관계를 안정시키고 확고하게 만들었다. 특히 70년 동맹 사상 최초로 양국 핵협의 정례협의체로서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를 창설하고,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정기적으로 배치하기로 한 것은 대북 확장억제를 문서로써 구체화한 것으로, 획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
대한민국, 지구 지키고 북핵 저지
녹색기후기금 추가 공여계획 훌륭
도전과 고난 이겨낼 지혜와 힘 가져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이 21세기 세계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계속 갱신하고 모든 면에서 정점에 이르고 있기에, 전 세계가 더욱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것도 많아지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기후위기 대응이다. 지난 G20 정상회의에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에 기존 공여금 3억 달러에 더해 3억 달러 추가 공여계획을 밝힌 것은 훌륭한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제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에 앞장설 뿐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저지시키고 지정학적 위험까지 이겨내면서 생존과 번영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며 “아울러 대한민국은 그 어떤 도전과 고난도 이겨낼 지혜와 힘을 가진 훌륭한 국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국이 처한 모든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모두 함께 앞장서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재직 10년 동안은 물론, 2017년 퇴임 후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2007-2016년까지 10년 동안 재임했고, 재임 기간 ‘유엔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UN 2030 SDGs) 설정과 ‘2015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발효로 국제적인 찬사를 받았다. 반 전 총장은 지금도 이 두 가지의 성공적 이행과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지난 2003년 출범해 55회째를 맞이한 극동포럼은 시대의 주요 명제를 올바른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조명해 왔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 한승수·정세균 전 총리, 성김·해리 해리스 전 미국대사 등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