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한 절씩 풀어주는 건, ‘강해 설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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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노트 23] 강해 설교, 오해에서 이해로

강해 설교란 본문 원래 의미와 원리
찾아내 청중에게 설교하자는 ‘철학’
청중 쉽게 이해할 언어로 들려줘야
설교하면서 상당한 자유 얻게 될 것

▲한 선교대회 강해 설교 모습(위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직적접 관련이 없음). ⓒ크투 DB

▲한 선교대회 강해 설교 모습(위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직적접 관련이 없음). ⓒ크투 DB

설교를 배우면서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었던 단어, 이 단어를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종수만 해도 책장을 너끈히 채우고 남을 바로 그 단어, 모든 설교자가 꿈꾸는 단어, 설교를 사모하는 성도 역시 사모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강해 설교’입니다.

먼저 강해 설교에 대한 오해부터 톺아보고 싶습니다. 강해 설교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강해 설교란 본문으로 삼은 성경 구절을 한 절 한 절 풀어 가는 설교라는 생각입니다.

설교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특별히 강해 설교에 관한 책이 넘쳐나는 지금도, 강해 설교란 본문을 한 절 한 절 풀어가는 설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본문을 한 절씩 풀어가는 설교자와 설교를 통해 강해 설교가 그런 설교라는 생각이 깊이 뿌리내린 까닭이겠지요.

청소년 시기를 거쳐 대학 청년 시절을 지나면서 강해 설교에 대한 오해는 더욱 깊이 뿌리내렸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수련회에서, 사경회에서 성경 본문을 한 절 한 절 풀어 가면서 성경의 뜻을 풀이하는 설교자들이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저 한 절에서 저렇게 심오한 의미를 캐낼 수 있는지 경이로웠습니다.

목회자요 설교자를 꿈꾸었기에, 과연 내가 저런 탁월한 설교자가 될 수 있을지 상상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한 절 한 절 풀어가는 설교는 필자에게 너무 어려웠고, 오를 수 없는 산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지면을 빌려 솔직하게 말한다면, 성경 저자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씀인지 의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강해 설교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설교자와 성도에게 오해를 받아왔습니다.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요? 성경을 한 절 한 절 풀어가는 것은 강해 설교가 아닙니다. 그렇다 해서 몇 절씩 묶어서 풀어 가는 것 역시 강해 설교가 아닙니다.

성경 본문에 있는 중요한 단어를 찾고, 그 단어 안에 담긴 오묘한 뜻을 찾거나, 그 단어의 용례를 찾아 자세하게 해석하고 설명하고 적용하는 것 역시 강해 설교가 아닙니다.

강해 설교란 ‘설교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강해 설교란 성경 본문이 가지고 있는 본래 의미와 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청중에게 설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강해 설교란 성경을 기록한 저자(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이요 동시에 그 성경을 기록한 인간 저자)가 역사의 어느 시점을 살아간 1차 청중이요 독자들에게 들려주려 했던 말씀의 의미와 원리를 찾아내고 밝혀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지금을 살아가는 청중에게 적실한 언어로 바꾸어 전하고 나누고 가르치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강해 설교가 설교 스타일이 아니라 설교 철학이라고 말씀드린 결정적 이유입니다. 그렇습니다. 설교자마다 선호하고 추구하는 설교 스타일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니 설교자에게 잘 맞는 옷을 입어야 하기에, 설교 스타일은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합니다. 설교 스타일은 제각각일 수 있어도, 모름지기 모든 설교는 강해 설교여야 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강해 설교는 설교 스타일 중 하나라기보다, 설교 철학에 가깝습니다. 강해 설교는 본문으로 삼은 말씀의 중심 사상과 말씀에 담긴 원리를 찾아 오늘을 살아가는 청중에게 적용하고,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들려주는 설교입니다.

강해 설교는 다양한 설교 형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지 설교, 이야기 설교, 이야기식(내러티브) 설교, 주제 설교, 전위적인 예술로써의 설교, 원-포인트 설교, 변증 설교, 동기부여 설교, 학문적인 설교, 웅변적 설교, 문학적 설교, 레토릭 설교 등, 설교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얼마든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설교자는 자유롭게 자신에게 잘 맞는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설교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설교자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합니다.

설교자는 자신이 정립한 설교 철학을 성취하기에 가장 적합한 설교 형태를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설교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래도 모든 설교는 강해 설교여야 합니다. 설교자는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설교해야 하고, 성경에서 설교가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설교자는 어떤 설교 스타일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특정 스타일이어야 한다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스타일로 해도 좋습니다. 강해 설교가 모든 형태의 설교 스타일을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강해 설교를 오해했다면, 이해로 바꾸어 가야 하겠습니다. 강해 설교를 이해하면, 설교에서 상당한 자유를 얻을 뿐 아니라 설교자가 걸어가야 할 길을 바르게 다르게 걸을 것입니다.

지혁철 목사

잇는교회 개척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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