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중 느끼는 ‘기쁨’은 감정이므로, 성령과 무관하고 누려선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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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나영 칼럼] 찬양의 기쁨, 감정인가 성령인가?

개혁주의 기독교예술학 전문가인 서나영 박사님의 ‘예술로 진리보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개혁주의적 입장에서 이 사회의 예술과 문화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탁월한 관점으로 조망해 주실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감정 격양-성령 역사 구분될까? 뇌과학, 둘 분리 못한다고 결론
감정, 이론화 위험하고 가변적… 그 때문에 개혁주의 교회 간과
지성만큼 감성도 잘 다뤄져야… 감정, 하나님 창조질서 큰 선물

감정, 그에게로 향하는 마음의 통로… 음악 아닌 영성학 인식을
말씀과 진리 담은 음악 속 기쁨, 성령 역사 돕는 중요 통로 인정
그리스도인 정체성은 기쁨, 찬양의 기쁨은 기독교 변증의 통로

ⓒUnsplash/ NATHAN MULLET
ⓒUnsplash/ NATHAN MULLET

철학을 공부하며, 논리학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한 명제를 주장하기 위해 신빙성 있는 자료와 증거와 예시로 뛰어난 논리를 펼쳐야 하는 설득의 기술에서, 그 설득의 성공 여부가 논리가 아니라 ‘수사학’ 기법의 비중에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수사’는 때로 비논리적 예술적 언어로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을 포함한다. 왜 그런 이론이 존재하는 줄 아는가? 한 인간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지성뿐 아니라 감성을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지성과 감성이 일치될 때에야, 비로소 의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술을 대하는 신학의 습관은 언제나 ‘감정’에 대한 의심으로 나타난다. 언제 어떻게 왜곡될지 모르는 인간의 예술은 쉽게 변하는 감정과 함께 감상되기 때문이다.

8세기 중세 로마 제국의 뜨거웠던 성화상 논쟁은, ‘타락한 우상숭배인지, 아니면 마땅히 드려야 하는 경건한 공경인지’ 가시적으로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상태만큼 복잡한 역사다.

마치 “술 취하지 말라(엡 5:18)”는 성경 구절로부터 추적하는 ‘술 취함’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듯, 명확한 기준을 절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지만 이 어려운 영역 알기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감정은, 생명의 근원인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잠 4:32).

‘성령의 역사인지, 아니면 인간의 감정 도취’인지에 대한 갈등은 특별히 ‘음악’의 영역에서 불거지곤 했다. 시편과 요한계시록에서 끝임없이 “할렐루야”를 외치고 있는 ‘성경의 권위’ 때문이다.

음악은 ‘오직 말씀(Sola Scriptura)’을 외치는 개혁주의 신학의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찬송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어떻게 철저하게 성경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가? 음악의 아름다움에 빠져, 자칫 인간의 감정을 성령 역사라고 착각하는 현상을 어떻게 분별한 것인가? 신학자들은 끊임 없이 질문해 왔다. 이는 교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큰 고민이기도 했다.

ⓒAliane Schwartzh/ Unsplash.com
ⓒAliane Schwartzh/ Unsplash.com

오늘날 ‘CCM’이라고도 알려진 복음성가의 뿌리는 17세기 말 왓츠(Isaac Watts)의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찬송가로의 개혁으로 시작한다. 당시 왓츠는 그가 작곡한 곡의 아름다움으로 수많은 비판을 받아야만 했는데, 인간의 이성과 지성이 아닌 ‘감성’을 건드린다는 이유였다. 아름다운 선율이 잠시라도 하나님 자리에 앉아 감정이 우상이 되는 일을 막아야 했던 청교도들은 왓츠의 음악이 반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그 우려는 변화를 막지 못했다. 아름다운 찬송가의 역사는 계속 발전했다. 그리고 19세기 초,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감성적이고 민속적인 회중찬송이 발전하며, 이 도약은 릿지(Cane Ridge)의 캠프 미팅(Camp Metting) 부흥 집회로 연결된다. 이 집회의 특징은 음악과 함께 성령의 임재처럼 보여지는 크고 작은 치유의 역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후 무디(D. L. Moody)의 부흥운동은 그의 사역 파트너인 찬양사역자 생키(Ian Sankey)와 맹인 작곡자 크로스비(Fanny Crossby) 등 복음송 작곡가들의 공헌으로 부흥의 현장을 이어갔고, 20세기 들어 아주사 거리의 성령 부흥운동으로 가스펠(gospel) 찬양과 함께 부어지는 성령의 역사가 주목을 받게 된다.

대중문화와 이질감이 적은 음악 양식으로 찬양하는 것, 마음을 유연하게 구부리고 움직이는 감성적 음악으로 찬양하는 것, 그것은 진짜 성령이 아니라 감정일 뿐이라는 목소리는 그 찬양을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음악들이 ‘복음’ 전파의 중요 통로라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던 적도 없었다.

한국의 경우, 복음을 받아들인 이래 서구의 찬양 문화를 받아들이며 한국만의 예배 찬양 운동이 시작되었다. 세계적 찬양팀 힐송(Hillsong Music)과 빈야드(Vineyard)의 영향을 받은 예수전도단 찬양집회 이후 컨티넨탈싱어즈, 온누리교회 경배와찬양, 어노인팅, 마커스워십, 제이어스(J-us), 위러브(WeLove)에 이르기까지 ‘복음전도’ 목적의 한국의 CCM기반 회중찬양집회 팀들이 이어져 왔다.

오늘날에는 개별 교회 찬양팀들도 놀라운 수준으로 예배를 인도하는 교회가 많다. ‘경배와찬양’이라고 분류된 이런 찬양 집회의 목적은 ①음악을 통한 ②성령 임재, 성령으로부터 부어지는 ③회개운동, ④회개로부터 오는 치유,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의 본질적 목적인 ⑤복음전파 등으로 정의될 수 있다.

▲야외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애즈베리대학교 학생들 모습. ⓒ페이스북
▲야외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애즈베리대학교 학생들 모습. ⓒ페이스북

미국 켄터키주 애즈베리대학교(Asbury University)에서 2023년 2월 8일부터 18일간 이어진 부흥운동 또한 이전의 현상들과 같은 맥락이었다고 평가된다. 이 부흥 현상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는데, 예배 참석자들은 ‘Let It Rain(성령의 비가 내리네), Bless the Lord(송축해 내영혼), Way Maker(길 만드시는 주), Agnus Dei(어린양 예수)’ 등 여러 CCM 찬양들을 중심으로 통성이나 방언으로 기도하는 등 하나님을 계속 예배하고 있었다. 이 찬양들은 한국에서도 회중찬양으로 많이 불리는 곡들로, 애즈베리에서 강력한 ‘성령 임재’의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듯 보였다.

애즈베리 부흥운동에 대한 한국의 ‘개혁주의 신학의 평가’는 어땠을까? 수많은 관점으로 이루어진 학자들의 훌륭한 분석들의 꾸밈음 속에는 “성경적 부흥은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을 깊이 체험하는 예배와 찬양과 기도에서 시작된다”는 결론과 함께, “당시 찬양을 인도했던 조지 두메인이 강력한 성령 임재 속에 10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찬양을 인도했다는 증언”들이 언급됐다.

그러나 예술학자의 귀에 이 담론은 “찬양은 성령이 임재하시는 곳에 자주 존재하지만, 찬양과 성령의 임재에 대한 직접적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으로 들렸다.

성경에서 음악은 ‘회중’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는 장소에서 중심 역할을 했음을 볼 수 있다.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은 기독교 안의 예배문화뿐 아니라 신약 예배에 나타난 중요 요소로, 성경에서 때로 음악을 통해 나타난 특징적인 일은 ‘성령’의 현존이다.

그리스도인들의 회중찬양 중 불신자가 하나님의 성령의 역사를 보았다고 서술돼 있으며(고전 14:25), 에베소서 5장 17-19절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찬송이 그들의 마음 속에서 일하는 성령의 넘치는 일임을 명백히 표현한다.

▲애즈베리대학교에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하진 목사 제공
▲애즈베리대학교에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하진 목사 제공

회중 찬양 가운데 임하시는 성령 역사는 바울이 그리스도인들을 “하나님의 영으로 예배하는 사람들(빌 3:3)”이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이며,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함께하는 곳에 나도 그들과 함께 있느니라(마 18:20)”는 마태복음 말씀은 성령이 찬양 가운데 함께하심을 나타낸다.

그러나 음악을 통한 감정의 격양(激揚)과 성령 역사를 구분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사실상 인간의 지성으로 이 구분은 ‘불가능’하며, 발전된 뇌과학은 둘의 분리에 쐐기를 박았다. 노래를 부르면 뇌의 엔도르핀, 세라토닌,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준다는 연구와 함께, 함께 모여 음악활동을 하면 특히 인터루킨(s-IgA) 의 분비가 확산된다는 연구다.

그렇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찬양을 통한 격양된 기쁨은 인간 감정의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과학적 주장에 반기를 들 수 없는 기독교 문화를 이룩했다.

‘감정’은 이론화되기에는 위험하고 가변적이다. 그러나 그 위험성 때문에 오늘날 개혁주의 교회가 가장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인간의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다루는 ‘예술’이다.

20세기 말을 기점으로 활발히 연구된 ‘영성형성(Spiritual formation)’이라는 신학 분과는 인간의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연합 중요성을 강조한다. 美 저명 영성형성학자 달라스 윌라드(Dallas Willard)는 한 성도의 전인적 영성에 있어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성형성이 성과다운 성과가 있기 위해서는 삶과 영성형성 과정에서 차지하는 감정의 역할을 필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체적 감각과 인간 감정의 차이, 쾌락적 감각과 감정의 질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기독교 지성’만큼이나 감성의 영역도 열정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인간의 ‘감정’은 하나님 창조질서의 크나큰 선물이며, 그에게로 향하는 주요 역할을 할 ‘마음의 통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에 찬양의 중요성은 음악의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영성학의 한 분야로 진지하게 인식되어야 하며, 신학의 한 분과로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교회는 세대 간 음악스타일 차이와 갈등으로 인해 예배음악 문화의 극단을 경험한다. 좁혀지지 않는 간격을 두고 교회와 신학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음악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이 잠깐 보이다 없어지는 신기루와 같더라도, 보이지 않는 감정의 치유를 위해 더 적극적인 태도로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성도가 연합하여 말씀과 진리를 담은 음악 속에 기쁨을 되찾는 것, 그것이 적어도 성령의 역사를 돕는 중요한 통로가 되지 않을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기쁨’으로 나타난다. 창조주가 느꼈던 그 기쁨, 그리스도가 말씀하셨던 그 기쁨, 사도 바울이 그토록 강조했던 기쁨 말이다. 어쩌면 기독교는 찬양의 기쁨 없이는 변증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온 교회가 찬양에 진심이길 소망하며, Soli deo Gloria!

▲서나영 박사.
▲서나영 박사.

서나영 박사
미국 남침례신학교(SBTS)에서 교회음악(MM)과 신학(M.Div.equi.)을 공부하고, 기독교예술학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총신대학교 객원교수, 미국 스펄전 대학교 초빙교수로 있으며,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에서 문화예술 전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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