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북민 2,600여 명 강제북송 이미 완료한 듯”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정베드로 목사 “600명, 마지막 남았던 사람들”

강철호 목사 “악과 싸우려는 믿음 무장을”
이용희 대표 “교회, 탈북민 위해 외쳐야”
정베드로 목사 “북송 탈북민 안전과 인권”

▲지난달 부산 지역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집회가 진행되던 모습. ⓒ크투 DB

▲지난달 부산 지역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집회가 진행되던 모습. ⓒ크투 DB

중국의 탈북민 6백여 명 강제북송 소식이 11일 알려지자, 북한인권운동가 및 탈북 목회자들은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지낸 강철호 목사(새터교회)는 “코로나 3년 동안 강제북송이 없었기 때문에, 본보기로 이전보다 더 큰 아픔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 잔인하게 고문과 구타를 당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 난민으로 인정해 주지 못하겠다면, 추방시키면 되지 않나? G2 국가이자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행동”이라고 했다.

강철호 목사는 “이번 사태가 크리스천들이 북한 3대 독재와 중국 공산주의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이스라엘 전쟁도 전쟁 중인 것처럼, 평화를 지키려는 무리와 허물려는 무리가 지구촌에 공존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누리는 신앙의 자유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피를 흘려 지켜낸 것”이라고 밝혔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에 안타까운 부분도, 그냥 ‘기도하면 된다’, ‘하나님이 다 해주신다’면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물론 하나님께서 다 하시고 채워 주시지만, 우리는 그 말씀에 순종할 뿐 아니라 행동도 함께해야 한다”며 “악은 그냥 무너지지 않는다. 악과 싸우려는 믿음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그런 부분들이 다 무너졌고, 평화가 그저 공짜로 얻어지는 것처럼 쉽게 이야기한다. 지금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이 내 자녀, 내 부모, 내 가족이라면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중국대사관 앞에서 행동할 것이다. 이제 좀 더 강력하게, 그리고 전 세계를 향해 북한인권을 알리는 행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며 “생명의 문제 아닌가.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중국과 북한 당국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희 대표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모습. ⓒ크투 DB

▲이용희 대표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모습. ⓒ크투 DB

미국까지 방문하며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에 앞장섰던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 세계 인권단체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중국은 스스로 G2로서 자격이 있는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희 대표는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당하면 고문을 당하거나 노동단련대 또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고, 심지어 죽임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인권 유린 행태는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며 “한국과 세계 교회는 말 못하는 자와 고통당하는 자를 위해 입을 열고, 사망으로 끌려가는 자를 구원하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마땅히 입을 열어 외쳐야 한다. 우리는 이들의 구원과 구출을 위해 함께 연대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대북인권단체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는 중국 내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2,600여 명의 탈북민들이 거의 북송 완료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또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을 거부했으나, 코로나 방역 정책이 중국과 북한에서 모두 완화되면서 중국 당국이 북한 측에 송환 수용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베드로 목사는 “코로나 기간 불법체류자로 체포돼 국경지역 변방대 등지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600여 명이 9일 오후 8시경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사실이 밝혀졌다”며 “강제북송된 탈북민들 중에는 유아와 어린이들도 있다. 랴오닝성 단동, 지린성 훈춘, 도문, 남평, 장백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송이 이뤄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 보위부가 직접 중국으로 와 호송에 관여하고 지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목사는 9일 강제북송 직전 중국 변방대 감옥에 수감 중인 한 탈북민이 극적으로 중국 가족에게 알려와 이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 탈북민은 중국인 남편에게 “북송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니,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베드로 목사(가운데)가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집회에서 외치는 모습. ⓒ크투 DB

▲정베드로 목사(가운데)가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집회에서 외치는 모습. ⓒ크투 DB

정베드로 목사는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에 탈북민들이 대거 북송되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부터 대기 중이던 2,600여 명의 탈북민들에 대한 강제북송이 모두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번 북송 사태는 지난 8월 27일 북한의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던 북한 공민들의 귀국을 승인한 지 이틀 만인 8월 29일, 중국 단동에서 버스 2대에 90여 명의 탈북민들을 북한 신의주로 북송하면서 시작됐다”며 “중국 당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작 전까지 북한과 협조하면서 암암리에 북송을 추진해 왔다. 이미 북송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600여 명의 탈북민들이 이번에 아시안게임이 종료되자마자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탈북민들이 강제 송환되면 고문과 감금이 시작되고, 기독교 등 외국문화와 사상에 깊이 접촉한 사람은 비밀 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질 것이 예상된다”며 “중국에서 경험한 각국의 자유세계와 정보, 그리고 외부 세계에서 목격한 지식이 탈북민들에 의해 주민들에게 퍼져나갈 것을 매우 우려하는 북한 당국은 이들을 철저히 격리시키고, 가혹한 방법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등 끔찍한 인권침해를 자행할 것이 자명하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즉각 중국의 반인도적 탈북난민 강제송환을 규탄하고,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민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1990년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될 때 손과 코를 철사로 꿰인 채 끌려가는 상황을 재현한 그림. 출처 <살려주세요. 반인륜 범죄의 현장, 북한교화소 이야기>.

▲1990년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될 때 손과 코를 철사로 꿰인 채 끌려가는 상황을 재현한 그림. 출처 <살려주세요. 반인륜 범죄의 현장, 북한교화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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