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베 전 총리 암살 계기로 조사
평범한 물건 ‘악령 제거’ 고액 팔아
피해자 170여 명 증언 확보해 제출
통일교 측, “사유 맞지 않아” 반발
일본 정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12일 종교법인심의회 모두 발언에서 이 같은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통일교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암살 사건을 계기로 고액 헌금 논란이 불거졌다. 암살범 야마가미 데쓰야는 당시 범행 동기에 대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밝혔으며,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종교법인법상 질문권을 활용해 통일교를 조사해 왔다.
NHK 등 현지 언론들을 인용한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은 “그동안 문화청은 심의회에 자문한 ‘보고징수·질문권’ 행사와 170명 이상의 피해자 등에 대한 공청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정밀 검토해 왔다”며 “소관 부처로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종교법인법에 바탕을 둔 해산명령을 청구할 것”이라며 심의회에 의견을 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심의회 위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 해산명령 청구를 정식으로 결정, 13일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최초로 종교법인법의 질문권을 활용해 종교단체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통일교는 특정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소위 ‘영감상법(靈感商法)’ 등의 문제점이 불거졌다.
문부과학성은 7차례 질문권을 행사해 통일교 내의 거액 헌금이나 해외 송금, 조직 운영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자료와 증언 등을 조사한 결과, 해산명령 청구 요건인 조직성·악질성·계속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일본 통일교 측은 “교단 활동이 해산명령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신자 5만 3천여 명 명의로, 정부에 해산명령 청구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제 공은 일본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문부과학성과 가정연합에서 의견을 들은 후 해산명령을 내릴지 판단한다.
해산명령이 확정돼도 종교행위는 금지되지 않으며, 임의 종교단체로 존속하게 된다. 단 종교법인격을 상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지난 1995년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종교단체가 해산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돼 해산명령을 당했다. 통일교의 이번 해산명령 청구 조치는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