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로마서에서 말한 성결, 구원 넘어 윤리의 문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필립 리처드슨 박사, 서울신대 카우만 기념강좌에서 강의

유대인-이방인 함께 읽을 편지에
제사장적 용어 사용한 점 인상적
거룩한 공동체, 성결한 삶 부르심
로마서, 시작과 끝 ‘순종’ 프레임화
성결, 단순히 개인적·영적 넘어서
세상 속 구체화되고 공동체적 돼야

▲필립 리처드슨 박사와 통역 배선복 목사. ⓒ이대웅 기자

▲필립 리처드슨 박사와 통역 배선복 목사. ⓒ이대웅 기자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창훈 교수) 제21회 카우만 기념강좌가 10월 10일과 13일 오전 부천 서울신대 성결인의집 존토마스홀에서 신대원생들을 대상으로 개최됐다.

이번 강좌에서는 OMS선교회 신학교육 디렉터인 신약학 박사 필립 리처드슨 박사(Philip N. Richardson)가 초청돼 ‘바울의 제사장 신학: 로마서에서 <성결> 읽기(Paul’s Pristly Theology: Reading Holiness in Romans)’를 주제로 10일에는 로마서 1-6장, 13일에는 7-16장을 잇따라 강의했다. 통역은 배선복 박사(서울신대)가 맡았다.

강좌에서 리처드슨 교수는 이신칭의(以信稱義), ‘오직 믿음만으로 구원’을 선언한 바울의 로마서에 ‘제사장적(제의적) 언어’ 사용을 통한 ‘성결(거룩)’이 함께 강조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반적으로 로마서 뒷부분(12-16장)에만 언급돼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거룩한 삶’에 대한 권면이 로마서 1-16장 전체에 흐르고 있음을 논증했다.

두 차례 강의에서 필립 리처드슨 박사는 “바울의 로마서에는 ‘복음의 제사장, 이방인의 제물이 거룩한 영에 의해 받으실 만함, 거룩하게 되도록 바치는 그리스도의 일꾼’ 등 제사장적(제의적) 언어가 가득하다”며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방인들에게 이런 언어를 사용해 자신의 목적을 설명한 점은 언뜻 적합하지 않아 보이지만, 인상적이고 주목할 만 하다”고 운을 뗐다.

필립 리처드슨 박사는 “바울은 로마서의 시작과 끝 부분 모두에서 제사장적 용어를 사용해 주로 이방인으로 이뤄진 교회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구별되고 깨끗해져, 공동체 안에서 성결한 삶으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한다”며 “이러한 강조는 성결이 단지 상태나 신분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로마서의 시작과 끝은 ‘순종’으로 프레임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카우만 기념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카우만 기념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리처드슨 박사는 “‘죄에 대한 희생,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림’ 등 바울은 제의적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레위기적 이해는 성결 대 부정, 생명 대 죽음, 순종 대 죄 등으로 로마서 곳곳에서 이어지고, ‘참된 제사’는 로마서 마지막 장에서 설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한 로마 공동체를 향해, 바울은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자신을 드리신 것처럼 서로를 드려야 한다’고 말한다”며 “이처럼 성결은 단순히 개인적이거나 영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 속에서 구체화되며 공동체적인 것이 돼야 한다. 로마서는 그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구별되고 능력을 받은 성결한 백성임을 인식하라고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마서 전체에서 바울의 ‘제사장 신학’ 이해, 제의적 용어와 성결(거룩)의 주제들을 광범위한 사용하는 것과의 관련성, 보다 일반적인 윤리적 언어를 사용해 성결을 촉구하는 것과 그의 제사장 신학의 연관성 등을 살펴보겠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필립 리처드슨 박사는 “제이콥 밀그롬(Jacob Milgrom)의 선구적 연구에 기반해 한나 K. 해링턴(Hannah K. Harrington)이 정리한 바에 의하면, 성결은 하나님의 완전하심과 선하심에 근원을 둔 윤리적 속성이 있다”며 “특히 레위기의 성결은 생명과, 부정은 죽음과 관련이 있다(레 17-26장). 이런 넓은 범위를 인식하면, 로마서의 주장 중 더 많은 부분이 첫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성결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교수진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교수진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먼저 로마서 1장 1-17절 도입부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도(1절)’, ‘부르심을 받은 자(6절)’,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7절) 등 성결과 관련된 일군의 용어들이 보인다. 이에 대해 그는 “부르심이라는 용어를 집중 사용하는 것은 중요해 보이고, 하나님의 부르심과 선택이라는 주제가 일반적으로 보인다”며 “‘은혜와 사도의 직분(5절)’, ‘믿어 순종하게(5절)’ 등의 표현에서 바울이 그리는 성결은 나중에도 볼 수 있듯, 하나님 계시하신 뜻에 순종함으로써 나타나는 거룩한 삶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본문 속 ‘성결 읽기’는 계속됐다. 그는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1:18)’에서 죄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용어를 사용한다. 하나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의 반대는 우상숭배이고, 이는 단락 전체에 걸친 전 인류에 대한 고발”이라며 “그 해결로서 3장 21절에서 ‘제사장의 용어(하나님의 의)’를 사용하는 점은 중요하다. 예수의 죽음은 그의 피를 통한 ‘속량’으로 불린다. 희생 제물로서 예수의 죽음은 죄 문제의 해결책이자(3:23), 인류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로 만드는 수단”이라고 했다.

또 5장 1-11절은 추가적인 희생 제물에 대한 언급으로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그의 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9절)’을 언급한다. 그는 “아담의 행위는 암묵적·보편적으로 성결치 못한 상태를 야기했고, 더 넓은 성결 영역 내에서 죄와 사망을 부정함과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라는 의미와 함께 가지고 들어왔다”고 풀이했다.

필립 리처드슨 박사는 “로마서 5장이 죽음을 대신하는 생명에 대해 많이 말한다면, 로마서 6장은 생명을 가져오는 죽음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다른 입장을 제공한다”며 “전에는 사망이 왕 노릇 하고 죄가 사망 안에서 왕 노릇 했지만, 그리스도 죽음의 희생으로 은혜가 의 안에서 왕 노릇해 영생에 이르게 됐고(5:21),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들은 언젠가 그를 통해 왕 노릇 하게 될 것이므로 죄에 해방된 사람들이(6:7) 죄가 그들의 삶을 다스리도록 허락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했다.

리처드슨 박사는 “놀랍게도 바울은 6장을 순결에 맞춘 성결에 관한 표현으로 전환하며 마무리한다(19절). 바울은 그들의 이전 행위를 그들의 지체를 자발적으로 부정에 내주는 것으로 파악하는데, 이는 명백한 제의적 성결의 표현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강해 준다”며 “레위기의 성결 도식 안에 있는 생명과 죽음의 대조로 돌아가면, 이 성화는 결과적으로 생명을 낳는다(22–23절)”고 전했다.

▲카우만 기념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카우만 기념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두 번째 강의에서 그는 “로마서 8장은 로마서 6장의 많은 주제를 재개하고 확장하면서 이전 장에 비해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8장은 바울의 모든 글 중에서 성령에 관해 탁월한 장이고, 7장 7-23절의 성령 없는 삶과 의도적으로 병치돼 있다”며 “영(πνεῦμα)과 육신(σάρξ)도 반복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로마서의 독자들은 죽음에 이르는 육신에 따라 살거나, 몸의 행실을 죽여(θανατόω) 생명을 얻을 수 있다(13절)”고 전했다.

리처드슨 박사는 “8장 23절에서는 ‘우리 몸의 속량’을 말하고, 31-38절에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바울의 찬가는 한 번 더 희생이라는 주제를 내놓는다. 하나님은 그들 모두를 위해(8:32) 그의 아들을 내어주셨다”며 “9-11장에서 바울은 하나님 백성이 된다는 것이 이스라엘에게 어떤 의미인지(9:4-9), 왜 이스라엘 대다수가 복음을 거부한 것처럼 보이는지, 어떻게 하나님에 의에 기반해 믿음을 조건으로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이 형성될 수 있는지(9:30–33; 10:4–17) 자세하게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12장 1절에서는 그들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고 한다. 이는 한몸으로서의 공동체 전체를 향한 탄원”이라며 “2절의 ‘뜻’은 도덕적 성결의 어휘,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은혜나 은사(3절)에 대해 섬김과 구제, 긍휼(7-8절)을 언급한다. 공동체적 거룩함의 최고 예로서 몸 안에서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처드슨 박사는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바울의 명령은(13:1–7) 또한 성결을 향한 부르심이기도 하다. 바울은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어둠의 일과 육신적 사고와 정욕을 벗고, 성결을 추구하라(13:12)고 권면한다”며 “바울이 13장에서 언급한 모든 것은 공동체의 상호 연결성과 의존성에 대한 인식, 즉 이웃을 사랑하고 다툼을 피하라는 계명의 적용, 그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올바르게 생각할 필요와 선을 행할 의무로 구체화된 ‘공동체의 성결’에 대한 실제적 그림을 제시한다”고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총장 황덕형 박사가 강의를 전한 리처드슨 박사에게 감사패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총장 황덕형 박사가 강의를 전한 리처드슨 박사에게 감사패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15장 14절부터 시작되는 서신 종결부에 대해 “바울은 복음 사역에 대한 그의 섬김을 제사장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이 이방인을 드리는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로 표현했다”며 “이방인들은 바울의 복음 사역을 통해 순수하고 더러움 없는 제물이 됐다. 이 이방인들은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서뿐 아니라, 도덕적 성결을 위해서도 따로 떼어 구별된 이방인 제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유대인 형제자매들과 육적인 것을 나누는 것이 이방인들의 의무라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이 동사(λειτουργέω, 15:27)는 어떤 종류의 섬김에도 사용될 수 있지만, 제사장 봉사에 관한 제의적 맥락에서 자주 사용된다”며 “이방인들이 성령에 의해 그들의 부르심과 실천에 있어 구별돼 드려지고 성별된 것처럼, 그들 또한 이제 다른 이들(그들의 유대 기독교 가족)을 위해 그들이 가진 것을 제물로 드리도록 요구받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OMS(동양선교회)와 서울신대는 지난 2003년부터 초기 한국성결교회 정신을 발굴·계승하기 위해 매년 가을마다 카우만 강좌를 열고 있다. 찰스 카우만(Charles Elmer Cowman, 1868-1924) 박사는 19-20세기 미국에서 성결교회 운동을 펼쳤던 목회자로, 1905년 OMS를 창립하고 1907년 5월 김상준·정빈과 조선 동양선교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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