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대피소에서 떨며… 이스라엘 생존자의 증언

뉴욕=김유진 기자     |  

방위군 도착 후 밖에 나오자 끔찍한 참상 목격

▲하마스 테러 생존자인 미칼 라하브(Michal Rahav)가 지난 12일 반유대주의 투쟁 웹 세미나에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공유했다.   ⓒ반유대주의투쟁(CAM) 유튜브 캡쳐

▲하마스 테러 생존자인 미칼 라하브(Michal Rahav)가 지난 12일 반유대주의 투쟁 웹 세미나에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공유했다. ⓒ반유대주의투쟁(CAM) 유튜브 캡쳐

지난 14일 유대인 인권단체 ‘반유대주의투쟁(Combat Anti-Semitism Movement, CAM)’이 주최한 웹 세미나에서, 하마스 공격에서 생존한 이스라엘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이스라엘 키부츠 주민인 미칼 라하브(Michal Rahav)는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국경 지역을 겨냥해 자행한 공격에서 살아남았다.

그날 새벽, 라하브는 키부츠 전역에서 경보음이 울렸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녀와 남편은 영문을 알 수 없었고, 그 사이에 집을 향해 미사일과 로켓이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이것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차원이 다른 상황임을 깨달았다고.

남편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무기를 챙길 동안, 라하브는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약 2시간 후, 라하브는 총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라바흐는 “몇 초 후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많이 들렸고, 현실이 우리를 덮쳤다”며 “하마스가 키부츠에 침투했고, 우리의 가장 큰 공포가 되살아났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자녀들과 함께 안전실로 달려가 한 딸에게는 호신용 스프레이를, 다른 딸에게는 곤봉을 건넸다. 어린 아들에게는 헬멧을 씌운 뒤 그를 바닥에 눕혔다. 라하브는 자녀들에게 가까이 있으라고 당부하며, “싸우지 않고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줬다.

이후 집안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고, 그녀는 안전실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방문을 연 것은 그녀의 남편이었고, 그가 집에 들어오던 테러범 한 명을 쐈다고 말했다.

라하브는 “남편이 말이 마치자마자 거대한 빛이 번쩍였고, 안전실 전체가 화약으로 가득 찼다”면서 전기가 나가고 귀가 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하마스가 그들의 집에 로켓 추진 수류탄을 발사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어 테러범들은 안전실 문과 철창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남편은 그녀에게 총을 건네며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라하브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테러범들은 다른 집들로 이동해 방화를 일삼았고, 안전실마저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하마스는 약 8시간 가량 차량에 불을 붙이고 엔진과 가스탱크를 사격하고 떠났고, 오후 3시경 마침내 이스라엘 방위군이 도착했다.

안전실 문을 열자 라하브는 집 전체가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목격했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완벽한 표현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났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은 다르다”고 묘사했다. 그녀의 가족과 다른 생존자들은 8일 밤부터 아일라트시에 대피해 있다.

또 다른 생존자인 갈리아 소퍼(Galia Sopher)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키부츠가 “대재앙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7일 이른 새벽, 들판에서 남편 없이 딸들과 캠핑을 하던 소퍼는 사이렌과 로켓 소리를 들었다. 대피소로 갈 수 없었던 그녀는 딸들 위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그런 다음 그녀는 딸들에게 “너희는 나와 함께 있단다. 너희는 안전해. 내가 너희를 지킬 거야” 라고 반복해서 말해 줬다며, “그 후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나조차 내 말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키부츠 출신의 남성들이 그녀와 캠핑하던 다른 주민들을 집에까지 태워 줬다. 소퍼는 두 딸을 안고 집안으로 들어간 뒤, 남편과 함께 대피소에 들어갔다. 대피소에는 에어컨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두 사람은 휴대폰 불빛에만 의존해야 했다.

소퍼는 “배터리가 거의 없었기에, (불빛은) 마치 하누카의 기적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대피소에서도 부부는 기관총 소리와 사람들이 겁에 질려하는 소리를 들었고, 이후 몇 시간 동안 딸들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그날 해질 무렵, 키부츠 주민들은 자기 책임 하에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하지만 소퍼의 남편은 대피소에 머물기로 결정했고, 다음날 새벽 3-4시경, 떠나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군인들은 가족을 차로 안내해 줬고, 차가 운행하는 동안 소퍼는 총에 맞은 다른 차량들과 차 안팎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목격했다. 그녀의 가족은 잠시 친구 집에 머물렀다가, 이후 키부츠 공동체와 함께 호텔에 머물면서 음식을 받고 사회복지사와 대화를 나눴다.

소퍼는 “우리는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왜 우리는 운이 좋았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고 울면서 말했다.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 따르면,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사망자는 1,200명, 부상자 수는 3,000명 이상이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는 최대 150명의 이스라엘인이 하마스에 의해 인질로 잡혀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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