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개혁신학회 학술대회
영적 각성이나 부흥운동, 사회
개혁·변혁 프로그램 아니지만
시대 교회와 사회에 영향 미쳐
대각성, 개인-교회-사회 연결
건실한 변화의 에너지 승화돼
부흥은 하나님의 강권적 역사
제39회 개혁신학회 학술대회가 ‘영적 각성과 교회 부흥’이라는 주제로 14일 서울 종로구 승동교회(담임 최영태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는 이상규 박사(백석대 석좌교수, 고신대 명예교수)가 ‘영적 각성과 사회 변화: 영적 각성은 사회 변화를 동반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이상규 박사는 “영적 각성이나 부흥운동은 사회 개혁이나 변혁을 위한 구상이나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한 개인의 영적 변화와 각성은 개인의 삶과 세계관뿐 아니라 그 시대 교회와 사회에 영향을 줬다”며 “진정한 부흥은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지만, 그 내면의 변화가 교회와 사회로 외연되는 동력이 되지 못하면 진정한 부흥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점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회 개혁이나 제도 개혁보다 우선하는 것은 한 개인의 영적 변화라는 사실”이라며 “영적 변화와 각성보다 외적 변화와 개혁을 우선시할 경우 사회복음주의 혹은 민중신학 같은 양상을 띄게 된다. 반면 영적 변화와 각성은 개인-교회-사회로 연결되는 건실한 변화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박사는 이를 위해 18세기 중반 영국 복음주의 부흥운동과 미국 제1·2차 대각성운동, 20세기 초반 한국 부흥운동 등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부흥운동 과정에 사회 개혁 혹은 변혁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검토했다.
이를 통해 그는 “각성운동 혹은 부흥운동 지도자들의 메시지는 대부분 회개와 중생, 영적 각성과 변화였고, 사회 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진정한 영적 갱신과 변화를 경험한 그리스도인은 신자다운 삶을 추구하게 되고, 변화된 삶의 태도와 가치관은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충실하여 교회를 변화시켰다. 교회의 변화된 에너지가 그 시대의 사회에도 영향을 주게 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 박사는 “‘부흥’을 단순히 수적 성장이나 외적 확장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부흥의 외적 결과일 뿐, 보다 우선하는 것은 인간 내면의 변화와 각성”이라며 “부흥은 한국교회가 경험한 수적 성장이나 발전이 아니라, 1차적으로 영적인 변화와 각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장(growth)’이 점진적이라면 ‘부흥(revival)’은 돌연함이 있다”며 “성장은 인간의 계획과 프로그램에 의해 어느 정도 성취될 수 있지만, 부흥은 하나님의 강권적 역사, 혹은 성령의 역사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상규 박사는 “따라서 부흥은 1차적으로 한 개인 영혼 속에 이뤄지는 변화와 각성이고, 수적 성장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며 “역사적으로 진정한 각성이나 영적 부흥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그가 속한 교회를 변화시키고, 그것이 사회 변화의 동인(動因)이자 동력(動力)이 됐다”고 주장했다.
부흥운동사(史)에 나타난 몇 가지 특징도 언급했다. 그는 먼저 “부흥은 성경 중심, 성경 연구, 사경회(査經會) 혹은 말씀 선포와 깊이 관련돼 있다. 이 점은 부흥의 역사에서 가장 현저(顯著)한 특징”이라며 “성경에서도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왕하 23:1-3; 대하 17:9 등). 부흥이 말씀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된 점에서, 부흥의 원리와 선포는 성경 중심이었다”고 했다.
둘째로 “부흥을 위한 ‘간구’가 부흥의 기초가 됐다(대하 7:14). 부흥을 위한 간절한 기도는 영적 각성이나 부흥의 동기였다. 기도가 신앙 부흥을 오게 할 수는 없지만, 기도 없이는 부흥이 임하지 않았다”며 “이 점은 한국교회에서도 동일했다. 1903년 부흥은 원산에서 부흥을 간구했던 두 여선교사 와이트(Mary Cutler White)와 매컬리(Louise M. McCully)의 기도에서 시작됐고, 이는 1907년 대부흥의 시원(始原)이 된다. 1907년 1월 14일 정오기도회는 평양 대부흥의 역사를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셋째로 “부흥의 역사를 불러 일으켰던 가장 현저한 특징은 죄의 고백이었다. 통회와 자복은 하나님의 역사를 불러일으키는 통로였고(행 2:37; 삼상 7), 이는 18-19세기 부흥운동사에서 가장 현저한 현상이었다”며 “우리나라도 1903년 8월 하디가 자신의 죄와 교만을 회개했을 때 선교사들 사이에 회개의 역사가 나타났고, 1907년 1월 16일 길선주의 공개적 회개는 부흥의 역사를 불러왔다. 1859년 웨일스 부흥도 한 여인의 회개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했다.
넷째로 “부흥에 대한 소식들은 도전과 자극을 줬다. 부흥운동 역사에서 다른 지역의 부흥 소식과 전언이 상호 영향을 주고 새로운 부흥을 불러일으키는 동기가 된 점은 미국 사회학자 조지 토마스(George Thomas)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며 “한국에서도 중국에서 선교하던 프란손(F. Franson)의 외국 부흥 소개가 1903년 원산에 도전을 주었고, 1906년 8월 미국 존스톤(Hoard A. Johnston) 목사가 인도와 영국 웨일즈에서 일어난 부흥을 소개한 것은 한국인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줬다. 이때 존스톤은 한국에서 일어날 부흥을 예견했다”고 했다.
그는 “사경회를 통한 하나님 말씀에 대한 진지한 관심, 영적 갈망(기도), 진솔한 자기 성찰과 회개, 그리고 부흥에 대한 소식들은 성령께서 역사하셨던 부흥의 요인이자 부흥 역사의 배경이 되지만, 이 4가지 상황이 부흥의 기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며 “결국 부흥의 기원이나 전개, 발전이나 쇠퇴는 법칙화 할 수 없다. 영적 각성이나 부흥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기쁘신 뜻(엡 1:5)’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영적 각성이 가져온 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영국 존 웨슬리와 조지 휫필드 등의 18세기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영향으로 “복음주의자들은 사회 개혁 프로그램을 설파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교회와 사회를 개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병원과 고아원, 모자원과 구빈원 설립을 가능하게 했고, 감옥 개선운동이 일어나 수감자들의 인권이 개선됐다. 존 뉴턴과 윌리엄 윌버포스 등의 노예폐지 운동이 일어났고, 노동운동·노동조합, 노동당 창당의 원인도 제공했다”고 전했다.
미국 조나단 에드워즈와 찰스 피니 등의 제1·2차 대각성운동의 영향으로는 “각성운동 지도자들은 중생한 자들이 신앙의 열매를 맺어야 할 것을 강조, 결국 영적 각성운동은 미국사회에 도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노예제도 폐지와 노예해방을 촉발했고, 여(女)권 신장에 기여했으며, 절제운동 혹은 금주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찰스 피니는 노예 제도를 성경 가르침에 반하는 인간의 탐욕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설교하면서, 폐지에 크게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의 부흥이 불러온 사회 변화에 대해선 “가정과 결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와 축첩·중혼·조혼 등을 사라지게 했고, 여성 인권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 기독교회는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에 저항하고, 여성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를 시행해 의식 변화를 촉구했다”며 “뿌리 깊었던 신분제도 타파에도 기여했다. 부흥을 경험한 교회와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신분제 철폐에 앞장서, 노비문서를 불태우거나 면천(免賤)의 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영적 각성으로 인한 그리스도와의 변화된 새로운 관계는 수평적 질서에도 영향을 주어,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설명했듯 여성 지위 향상, 신분타파, 의식개혁, 구습(舊習) 개혁, 세계관 변화 등을 가져오게 된 것”이라며 “이런 점들은 18-19세기 영국이나 미국에서의 부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결실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1발표에서 이충만 박사(고려신학대학원)가 ‘영적 각성과 믿음’, 류길선 박사(총신대)가 ‘조나단 에드워즈의 영적 각성과 회심’, 최지승 박사(횃불트리니티대)가 ‘갱신된 시내산 언약, 연속성과 비연속성’, 2발표에서 하광민 박사(총신대)가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기독교적 관점과 역할’, 전희준 박사(아신대)가 ‘제1차 대각성운동이 교회에 미친 다양한 영향 연구’, 김주한 박사(총신대)가 ‘바울서신이 말하는 <영적 각성>의 의미’, 3발표에서 이성훈 박사(큐티엠)가 ‘성령과 성경의 관계: 리처드 백스터와 조지 폭스의 논쟁을 중심으로’, 강대훈 박사(총신대)가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종 모티프’, 오경환 박사(총신대)가 ‘인공지능 시대, 예배하는 인간 형성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방향 모색’을 각각 발표했다.
이날 학술대회 후에는 총회가 열려, 4년간 회장을 맡았던 박응규 교수(아신대)에 이어 문병호 교수(총신대)가 신임 회장에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