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 전도사·윤학자 여사 ‘공생원’ 모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목포 공생복지재단 설립 9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복지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전 총리), 김영록 전남지사, 박홍률 목포시장과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 유흥수 한일친선협회장, 윤기 공생복지재단 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에토 세이시로 자민당 중의원, 쿠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공사, 나카자와 신지 고치시 부시장 등 일본 측 관계자들 100여 명도 참석하는 등 총 600여 명이 자리했다.
공생복지재단은 1928년 목포 양동교회 윤치호 전도사가 설립한 고아원인 ‘공생원’을 모태로 하고 있으며, 호남 지역 최고(最古)의 사회복지시설이다.
공생원은 6.25 전쟁 중 윤 전도사가 실종된 후 부인인 일본인 다우치 치즈코(윤학자·尹鶴子, 1912-1968) 여사가 돌보기 시작했다. 윤학자 여사는 별세할 때까지 공생원을 운영하며 한국 고아 4천여 명을 돌봤다. 부부가 기독교 신앙을 따라, 갈 곳 없는 많은 아이들을 품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출신 윤학자 여사님은 국경을 초월해서 한국의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길러내신 한국 고아들의 어머니이셨다”며 “힘들고 어려웠던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윤학자 여사님의 사랑은 한일 양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한일 일한 친선협회 대표단 접견 자리에서도 공생원 얘기가 나왔다”며 “공생원의 활동을 보고 목포에서 성장하신 김대중 대통령, 또 이 공생원을 일본에서도 잘 알고 계시는 오부치 총리가 있었기에 김대중 오부치 선언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에토 중의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공생원은 한일 양국 국민 간의 따뜻한 교류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라며 “공생원과 윤학자 여사는 사람과 사람 간 교류의 아름다움과 강함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양국은 국제 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파트너로서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파트너로서 힘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95주년 기념식 참석에 앞서, 윤치호·윤학자 기념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윤치호 전도사와 윤학자 여사가 국경을 초월해 아이들을 길러낸 노력을 비롯해 지금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재단 관계자들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공생원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고 한일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윤치호·윤학자 기념관 방명록에 ‘사랑과 헌신의 공생원 한일 양국 우정의 상징’이라고 적었다.
김건희 여사는 기념관에 전시된 윤 여사의 ‘결혼은 나라와 나라가 하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 하늘나라에선 일본인도 조선인도 구별 없이 모두가 형제 자매이지!’라는 문구를 보고 “현 시대에 큰 의미를 지닌 말인 것 같다”고 했다.
윤학자 여사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와 목포 정명여고 음악교사로 있다 자원봉사를 하며 윤 전도사를 만나 결혼했다.
광복 후에도 한국에 남아 남편과 고아들을 돌봤으며, 남편 실종 후에도 봉사와 나눔을 이어가 ‘고아들의 어머니’로 불리며 한일 양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윤 여사의 장례식은 목포시민장으로 치러졌으며, 당시 목포 인구 16만 명 중 3만 명이나 조문했다.
윤 여사 사후 아들 윤기 씨(타우치 모토이·尹基, 77)가 공생원을 이어받아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일본 기업과 일본인들의 성금을 받아 오사카, 사카이, 고베, 교토 등에 징용된 후 귀국하지 못한 재일동포 고령자 시설인 ‘고향의 집’을 운영했다. 현재 한일 양국 공생그룹 내 총 16개 시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