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계단 정문섭 대표의 ‘기독교 장례’
슬픔 위로하면서 마음 건드리면
90%는 마음 움직이는 걸 경험해
입관 때 찬송, 조문 때 악기 연주
후불제 상조, 300여 교회와 함께
“요즘 전도가 굉장히 힘들잖아요? 전도지를 주면, 찢어버리기 일쑤죠. 그런데 장례식장 안에서는 전도가 너무 쉽습니다. 사람의 심리는 슬픔 가운데 가장 잘 드러나는데, 슬픔을 위로하면서 마음을 건드리면 90% 가까이 마음이 움직이는 걸 봤어요.”
기독교 상조업체 ‘천국의계단’ 정문섭 대표는 장례를 진행하면서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같이하고,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는 비기독교인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진정한 구원의 길’을 알려주고자 한다.
정문섭 대표는 “조문객이든 유족이든, 조금만 마음을 건드려주면 깊이 있는 대화와 전도가 가능하다”며 “작은교회든 대형교회든 장례식장에서 죽음을 그저 보내기보다, 어떻게 하면 전도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면 좋겠다. 교회의 숙제이기도 한데, 저희는 그 숙제를 풀어나가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대표는 “저희 업체와 함께하는 교회가 300여 곳이다. 지난 10년 동안 매달 2-3회 연락을 주신다. 천국의상조가 오면, 그래도 믿음 안에서 가족을 위로하고 복음을 전하기 쉽다고들 하신다”며 “상조회사들이 많지만, 하나님의 복음을 교회와 함께 전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한 예로 5백여 명이 출석하는 남양주 사도감리교회의 경우 3년 동안 장례를 맡기고 있는데, “유가족들의 마음을 가장 깊숙히 위로해 주는 상조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전도가 되기도 한다. 그는 “두 달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교회 안 다니는 미취학 딸이 2명 있었다. 그들에게 미래 좋은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교회에 다녀보라로 한 30분 권했는데, 정말 교회에 등록했다. 지금도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됐다. 복음을 전할 곳이 많지만, 장례식장은 두말할 나위 없이 가장 중요한 곳이다. 전도해서 많은 교회들로 보내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국의계단은 찬송가를 중심으로 전문 연주자들을 섭외해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를 해주고 있다. 조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 등 원하는 때를 유가족과 협의해 1시간여 동안 진행한다. 그는 “첼로와 바이올린은 다른 금관·목관 악기 등과 달리 가라앉은 마음을 일깨워 준다.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며 “연주를 들으면 더 슬퍼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좋아하신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30분씩 4부합창을 진행했다고 한다. 반응이 매우 좋았지만, 많은 인원이 필요해 재정이 너무 많이 들어 지금은 악기만 사용하고 있다. 장례비용 절감을 위해, 악기 연주자 관련 비용은 정 대표가 사비로 부담하고 있다.
정 대표는 “확실히 음악이 주는 감동이 있다. 첼로와 바이올린뿐 아니라, 제가 직접 찬양을 해드리기도 한다. 염을 하고 관에 모시는 입관 때 시편 23편 찬송을 불러드린다”며 “장례식이 끝나면 한 분 한 분 오셔서 ‘너무 아름답게 잘 보내드렸다’, ‘기독교 상조답다’고 인사해 주실 때 은혜가 되고, 기독교 상조업체로서 자부심도 느낀다”고 전했다.
영구차(리무진)을 정 대표가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어린 시절 시내버스 운전사가 꿈이었다. 25세 때 3년 동안 버스 운전도 했다”며 “2001년 장례업을 시작하면서, 실무를 모르면 고객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영구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7년 동안 익혔다. 직접 함께해 보니, 고객님들이 장례식장뿐 아니라 장례식 후 묘지나 추모공원 등 밖에 나가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갖는지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상조업체답게, 천국의계단은 직원들이 모두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직원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에 대해 “23년 동안 업계에 종사했다. 한 달에 100-200건까지 할 수 있지만, 25-30건만 하고 있다”며 “100건 이상 하려면 직원들만 20-30명이 필요한데, 이들이 다 기독교인들이 될 수가 없다. 염을 할 줄 아는 기독교인들은 한정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성을 다해 정통 기독교 장례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지, 횟수를 늘려서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며 “한 건을 해도 정성껏 하자는 마음이다. 그래서 광고도 전혀 하지 않고, 발로 뛰는 영업을 주로 하는 편이다. 한계를 넘기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천국의계단은 회원에 가입하면 매월 일정액을 납입하고 장례를 맡는 ‘선불제’가 아닌 ‘후불제’다. 후불제도 장례 과정에서는 선불제 상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상담 후 계약해서 장례를 잘 치르고, 마지막 날 발인 1-2시간 전에 정산을 하는 구조. 현금영수증을 끊고, 고객들이 원하는 장지까지 버스나 리무진으로 모시고 안전하게 돌아오는 일까지 맡는다.
정문섭 대표는 “천국의계단을 운영한 지난 23년 동안 9천 건 정도 장례를 치렀는데, 선불제와 비교하면 각 교회에 아껴드린 금액만 125억 원 정도 된다. 330개 교회 정도 했으니, 교회당 4-5천만 원 정도를 아낀 것”이라며 “그래서 많은 교회들이 후불제를 선택하고 있다. 회원이 23만여 명이지만, 평소 10원도 안 내신다. 어차피 조의금으로 왠만한 장례비용은 다 나온다. 선불제라도 매달 냈던 회비로 부족하면 장례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많은 ‘죽음들’을 목격한 정 대표에게 가장 안타까운 죽음은 극단적 선택(자살)이라고 한다. 자살을 막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10층 이상에서 떨어지면, 몸에 남아있는 게 거의 없다. 나뭇가지에 걸리면 그나마 남아있는데, 두개골은 파열되고 팔다리도 성한 곳이 없다”며 “저희가 꼬매고 입혀가며 다 수습해서 ‘정상적인 사람’을 만들어 입관을 진행한다. 이 외에 사고사로 돌아가신 분들은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하신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목회자들도 기독교 전통 장례를 잘 모르신다. 그저 하던대로 천국환송예배, 입관예배, 발인예배, 하관예배 등을 드리는데, 어느 교회나 마찬가지”라며 “장례식장에서도 스트레스가 크지만, 기독교 상조가 중요한 이유는 특히 장례가 끝난 다음이다. 자녀가 먼저 떠났을 때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지만, 사후 서비스를 받을 곳이 없다. 이것이 목회자들이 해야 하는 일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분들을 찾아가서 위로할 수 있는 상담자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자살자 유가족 상담은 교회나 국가가 맡아서 해야 한다. 우울감이 6개월에서 1년 넘게 가기 때문”이라며 “가끔 10년 후에 고객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도 힘들다’고 하신다. 설교나 성도 관리도 중요하지만, 교회에서 장례 후 만남과 위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10년 정도면 이런 시스템으로 기독교 장례와 상조업체들이 완전히 자리잡히지 않을까? 저는 자녀들이 하고 싶다고 하면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23년 동안 하나님 은혜로 지내오면서, 자녀 4명을 어떻게 믿음 안에서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과 기도를 많이 해왔다. 지금도 은혜 속에 살고 있지만, 선교를 위해 더 많이 섬기고 싶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