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불충분’ 판단… 인권단체, “기념비적” 환영
파키스탄 법원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 부부에게 증거 불충분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한 인권단체는 이를 “기념비적 판결”이라며, 신성모독법에 대한 개정을 촉구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UCA뉴스는 꾸란을 더럽힌 혐의로 기소된 부부인 키란 비비와 샤우카트가 지난 18일 회기법원 미안 샤히드 자베드로 판사에게 보석을 허가받았다고 보도했다.
자베드 판사는 파키스탄 형법 295-B항에 위반 여부에 대해, 이 부부가 “거룩한 꾸란 원본을 고의적으로 훼손하거나 오염시킨”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영국의 법률구조와 지원 및 정착센터(CLAAS-UK)의 나시르 사이드 소장은 성명을 통해 “이 역사적인 판결은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났다”며 높이 평가했다.
파키스탄에서는 295-B항을 위반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부부는 올해 9월 8일 꾸란 페이지가 그들의 집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는 무함마드 타무르에 의해 고발당했다.
하지만 비비는 이 페이지가 미성년자인 그녀의 자녀들에 의해 우연히 던져진 것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증거와 보고서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CLAAS는 또한 법원이 심각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믿을 만한 목격자 증언을 찾지 못했다며, 실제 범행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의 보석금은 10만 파키스탄 루피(357달러)로 책정됐다. 법원은 경찰에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를 명령했다.
사이드는 추가 조사 요구를 환영하고, “이번 결정은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정의가 승리하도록 하기 위한 철저한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신성모독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법에 따라 사형 또는 종신형이 선고되지만,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다. 파키스탄의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 2억 4100만 명 중 약 1.6%를 차지한다.
지난 8월에는 동부 펀자브주 파이잘라바드 지역 자란왈라에서 신성모독 혐의를 받은 기독교인 두 명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다. 지역 폭도들은 이들의 신성모독 혐의를 비난한 후 교회와 집들을 불태웠다.
올해 8월, 대법원 2인 재판부는 이슬람에 대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기독교인에게 보석을 허가한 바 있다. 카지 피엘 이사와 시에드 만수르 알리 샤 판사는 신성모독 혐의가 빈번하게 제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살라마트 만샤 마시의 석방을 명령했다. 두 판사는 또한 “국가가 용의자를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보호할 것”을 명령했다.
또 다른 사례로, 파키스탄 회기법원은 2021년 9월 기독교 간호사 2명에게 보석을 허용했다. 당시 간호사 측 변호인단은 해당 수준의 신성모독 사건에서 보석금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허위 고발은 주로 폭도들의 폭력으로 이어지지만, 거짓 고발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파키스탄의 하급 법원은 무슬림들의 압력에 굴복해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올해 1월 한 무슬림 여성이 문자 메시지로 신성모독을 저지른 혐의를 받아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무슬림에 대한 드문 판결이다.
2021년 12월, 파키스탄 시알코트에서 일하던 공장 노동자인 스리랑카 남성 프리얀타 디야와다나지가 폭도들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졌다. 당시 디와야다나지는 무함마드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찢었다는 고발을 받았다. 당시 무슬림 가해자 88명은 모두 체포됐지만, 허위 고발에 대한 입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