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조기 은퇴’ 이유와 ‘후임자 선정 기준’ 3가지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인터뷰] ‘다니엘처럼’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 (上)

▲65세 조기 은퇴를 결정한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65세 조기 은퇴를 결정한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11월, 기도의 계절이다. 수많은 한국교회 성도들은 매년 11월 귀가 시간이 빨라진다. 다니엘기도회와 함께 21일간 저녁마다 말씀과 간증, 그리고 기도를 통해 힘을 얻고 새로워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 다니엘기도회를 시작한 곳이 오륜교회다. 김은호 목사는 1989년 서울 강동구 길동 상가 2층에서 개척한 이후 35년 동안 오륜교회를 이끌어 왔다. 특히 1998년부터 시작해 매년 11월 21일간 매일 저녁 이어지는 다니엘기도회는 교단과 교파를 넘어 전 세계 1만 5천 교회와 함께하는, 한국교회 대표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각종 교회나 교계 행사들이 11월을 피해 잡힐 정도.

그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가 65세에 조기 은퇴한다. 지난 9월 24일 오륜교회는 공동의회를 열고, 김은호 목사에 대한 원로 추대를 96.3% 찬성(7,500표)으로 가결했다. 후임에는 13년 동안 오륜교회에서 사역하며 다음 세대 사역인 꿈이있는미래를 맡았던 주경훈 목사(47)를 청빙했는데, 이 역시 94.5%(7,350표) 찬성으로 통과됐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조기 은퇴를 앞둔 김은호 목사와의 인터뷰를 2회에 나눠 게재한다. 전편에서는 조기 은퇴 심경과 이유, 후임 선정 과정 등에 대해, 후편에서는 2기 사역으로 준비 중인 ‘DNA 미니스트리’에 대해 각각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은퇴, 처음에는 굉장히 서운·섭섭
5년 빨리 2기 사역 그림 그려 보니
오히려 기대감과 설렘, 흥분되기도
목회 동안 기도 대부분 이뤄 주셔

-조기 은퇴가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지난 목회 인생을 돌아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많은 분들이 서운하지 않냐고 물어 보세요. 처음엔 굉장히 서운하고 섭섭하다는 생각이 많았어요(웃음). 그런데 2기 사역을 준비하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제가 할 일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너무 잘 됐다, 하나님 은혜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70세에 은퇴하면서 ‘2기 사역을 시작한다’고 하면, 명분도 없고 동력도 떨어지잖아요. 하지만 5년 빨리 시작하니 그렇지 않고 너무 잘 된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아주 구체적으로 2기 사역에 대한 그림들을 그려 주셨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2기 사역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행하실까’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있습니다. 지난 35년 동안 하나님께서 이렇게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는데, 2기 사역에서는 어떤 열매를 맺게 하실까 생각하니 흥분이 됩니다.

밖에서 볼 때는 갑작스러울 수 있지만, 사실 저희 교회는 상가 개척 시절부터 내규에 담임목사 임기를 65세로 정해 놓았습니다. 저뿐 아니라 시무장로님들 임기도 65세로 만들어져 있어요.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을 지키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65세에 은퇴하게 됐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죠. 하지만 하나님께서 제가 마음에 소원을 두고 기도했던 것들을 대부분 이뤄 주셨습니다. 다만 동역했던 목사님들, 부목사님들에게 좀 더 많은 길들을 열어주고 많은 사역의 장들을 만들어 주지 못한 아쉬움은 좀 있습니다.”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는 “지난 35년 동안 하나님께서 이렇게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는데, 2기 사역에서는 어떤 열매를 맺게 하실까 생각하니 흥분된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는 “지난 35년 동안 하나님께서 이렇게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는데, 2기 사역에서는 어떤 열매를 맺게 하실까 생각하니 흥분된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후임 목사 청빙 절차는 어떻게 진행하셨는지요?

“대부분의 교회들이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기도로 준비해 왔고, 성도들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리더십을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공동의회 결과 제 원로목사 추대 및 예우 안건 찬성이 96.3%, 주경훈 목사님을 후임 담임목사 청빙 찬성이 94.5%가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축제 분위기 아닌가요(웃음)?

염려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결과를 보면 7,800여 명이라는 많은 성도님들이 참여하셨고, 축제 분위기 속에 후임 목사님이 선정될 수 있어 너무 감사하죠.

선정 과정은, 총회 헌법상 같은 교회 부교역자는 곧바로 담임목사가 될 수 없어요. 그래서 교회 국장급들 중 나이가 있고 오래된 분들 중 두 분을 선정해 1년 동안 전도목사로 섬기게 했어요. 그 두 분 중 한 분을 확대당회에서 투표로 선정했습니다. 투표로 선정된 그분을 공동의회에서 이번에 추인한 거죠.”

1. 하나님과의 관계인 영성 중시
2. 오륜교회 비전의 DNA 가져야
3. 스펙보다 ‘성품’, 정직과 진실

-후임 선정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무엇이었는지요.

“선정 기준은 다음 3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영성’입니다. 우리 교회는 전통적 목회와 결이 좀 다르잖아요. 특히 저는 영성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성이란,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하나님으로 인한 평안과 기쁨이 있어야 하고, 주님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 목회해야 하잖아요. 목회는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것이 흘러가기에, 영성이 중요했습니다.

두 번째로 ‘비전의 DNA’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가진 그 비전의 DNA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부흥·성장시키셨거든요.

그래서 우리 교회는 우리만을 위한 교회가 아닙니다. 다니엘기도회도, 꿈미(꿈이있는미래)도, 사모 리조이스도, 아이도스(iDOS, 인터넷 꿈 희망터)도, 모두 한국과 열방의 교회를 섬기는 대안을 제시하는 비전이 있습니다.

그 비전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세우셨고 여기까지 부흥시키셨는데, 그 비전의 DNA가 없는 분이 오신다면 더 이상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들어 쓰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비전 DNA를 가진 분들 중에 선정했죠.

우리 주경훈 목사님은 꿈미를 만들어 한국교회 주일학교와 다음 세대에 대안을 제시하는 많은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6천여 교회가 이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국민일보 교육 대상을 7년 연속 수상했어요. 이를 보면 우리 교회의 ‘비전의 DNA’가 있는 목사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김은호 목사는 후임 청빙 기준으로 ‘스펙보다는 성품’이라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김은호 목사는 후임 청빙 기준으로 ‘스펙보다는 성품’이라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세 번째로는 ‘성품’입니다. 저는 스펙은 보지 않았어요. 대신 성품이 중요합니다. 성품이란, 두 마음을 품지 않는 것입니다. 스펙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인간적인 약함이 보이더라도, 정직하고 진실했으면 좋겠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3가지 기준을 갖고 선정했어요.

대부분의 한국 대형교회가 외국에서 유학하신 분들, 스펙이 좋은 분들, 미국 큰 교회에서 목회하신 분들을 중심으로 모셔오는 경우들이 많지요. 물론 그런 분들이 사역을 잘하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목회 현장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과 한국은 처해 있는 상황도, 토양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차이를 굉장히 힘들어하는 분들도 없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교회에서 13년 동안 같은 토양에서 같은 비전을 나누고 동행한 분들 중 한 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일찍부터 생각했습니다.”

전-후임 갈등? 목회 관여 않을 것
담임 때보다 사역 양 늘어나 바빠
다니엘, 이 시대 필요한 영적 DNA

-전임자와 후임자가 갈등을 겪는 교회가 적지 않습니다.

“여러 교회들에서 원로와 후임 목사님과의 갈등이 참 많더라고요. 저도 장담은 못하겠죠(웃음). 하지만 일단 저는 이런 원칙이 있어요. ‘담임목사직을 내려놨으면, 그분이 소신껏 목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그분의 목회에 대해서만큼은 제가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행정이나 인사 등 모든 부분들을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리어 제가 은퇴하고 2기 사역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많은 교회들에서 원로목사님들에게 열심히 달려갈 수 있는 다음 사역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후임자에게) 관여를 하게 되고, 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틈이 생기고, 사탄은 그 틈을 타고 들어오는 일들이 벌어지거든요.

하지만 저는 어쩌면 담임목사로 있을 때보다 더 바쁘지 않을까 합니다. 제 사역의 양이 너무 많아서, 오륜교회 목회에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러면서도 후임 목사님과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겠죠. 저는 후임 담임목사님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일종의 ‘디펜스(defence·방어)’ 역할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우리 교회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2022 다니엘기도회 모습. ⓒ다니엘기도회

▲2022 다니엘기도회 모습. ⓒ다니엘기도회

-오륜교회와 목사님을 상징하는 사역이 ‘다니엘기도회’인데, 성경 속 많은 인물들 중 ‘왜 하필 다니엘’인가요.

“그런 질문이 충분히 나올 수 있죠. 다윗이나 요셉처럼 성경에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왜 다니엘인가?

먼저 우리 오륜교회는 다니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가 있죠. 21일간 다니엘 기도회를 쭉 해왔잖아요. 때문에 성도들도 다니엘에 대한 이해가 깊습니다.

또 다니엘을 연구하면,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영적 DNA를 갖고 있어요. 다윗에게도 그런 영적 DNA가 있지만, 다니엘에게는 소년 시절부터 인생 황혼기인 노년 시절까지 모든 세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영적 DNA가 있어요.

다니엘은 젊은날에 뜻을 정하고 그렇게 살았죠. 이후에도 계속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고 순결하게 기도의 삶을 놓치지 않았어요. 심지어 인생의 마지막까지 그런 영성이 있었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환상을 이해했죠.

이처럼 소년부터 노년에 이르는 시절까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적 DNA를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다니엘입니다. 그래서 다니엘을 내세웠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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