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로잔, 복음 선명성 흐릿… 차별금지법·동성애 침묵은 그 결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차바아, 국제 로잔 대응 학술 세미나 (1)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선우 목사, 김병훈 교수, 이승구 교수, 이명진 장로, 이상원 교수.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선우 목사, 김병훈 교수, 이승구 교수, 이명진 장로, 이상원 교수. ⓒ이대웅 기자

‘국제 로잔의 총체적 선교 운동과 차별금지법에 침묵함에 대한 한국교회의 복음적 대응 학술 세미나’가 11월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바아 선교회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국제 로잔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고,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는 1부 환영사 및 격려사, 2부 세미나 Ⅰ, 3부 세미나 Ⅱ 순으로 진행됐다. 2부 세미나에서는 김병훈 교수(합동신대),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이상원 박사(총신대 전 교수) 등 조직신학자들이 발표했다.

케이프타운 로잔, 서울 로잔에 요청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 내라는 것

김병훈 교수는 ‘케이프타운이 서울에 요구하는 행동요청: 차별금지법 반대를 말하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에 단호히 반대하는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참여하는 한국 복음주의 및 기타 여러 교회들이 서울 4차 로잔 대회에 많이 참여하고 행사 준비와 실행을 책임 맡고 있는 만큼, 준비위원회는 대회 공식 문서에 분명한 의견 표명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불편해하는 대회 참여자를 고려해 이를 외면한다면, 로잔대회가 말하는 복음전도와 사회실천의 관계는 균형추를 잃게 될 것”이라며 “성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측면을 로잔이 말해온 ‘은혜’의 이름으로 포괄하면서, 로잔이 또한 말해온 ‘진리’를 거슬리는 일에 대해 침묵해선 안 된다. 결국 로잔은 복음전도와 사회실천의 원리를 스스로 거스르는 모순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차 로잔 케이프타운 서약은 결혼 대상이 ‘한 남자와 한 여자’라고 천명했다. 이는 동성애를 비롯한 LGBTQIA+에 속한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고,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며 “이처럼 ‘케이프타운 로잔’은 ‘서울 로잔’에게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내라고 말한다. 차별금지법에 저항하라는 것이 케이프타운 로잔의 취지이자 실천적 적용”이라고 강조했다.

오직 성경을 성경대로 믿는 신학을
성경대로 믿어야 동성애 철저 반대

이승구 교수는 ‘동성애를 허용하는 신학, 동성애를 지지하는 신학으로 나아간 근원적 이유’를 제목으로 “성경을 따르는 바른 신학은 동성애를 허용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동성애를 허용하는 신학도 있고, 나아가 적극 권장하는 신학도 있다”며 “이는 성경을 믿는 믿음에서 떠난 잘못된 신학들이 많이 있음을 드러낸다. 심지어 복음주의권에서도 성경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그것을 더 높이는 신학만을 문제시해선 안 된다. 그런 결과도 문제이지만, 결국 이 모두는 성경을 성경이 말하듯 믿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오직 성경을 성경이 말하는 대로 믿고, 그런 입장에서 신학을 하는 것은 이 시대에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개혁주의 신학자 B. B. 워필드(1851-1921)와 에드워드 J. 영(1970-1968)의 성경관을 고찰한 후 그는 “성경을 그대로 믿으면,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성경이 말하는 대로 철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다. 동성애 문제를 강력 대처하는 길은 ‘성경이 말하는 대로의 성경관’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성경을 철저하게 믿지 않아도 반동성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동성애가 옳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성경이 말하는 성경관을 수립하는 것뿐”이라고 정리했다.

복음전도, 사회봉사에 우선해야
개인 영혼구원, 사회 변혁 원동력

이상원 박사는 ‘개혁주의 신학에서 본 복음전도와 사회운동’ 발제에서 “로잔 언약이 잘 밝히듯 복음전도와 사회참여 둘 모두 기독교인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나, 개인의 영원한 운명을 결정하는 복음전도는 긴급 상황이 아닌 한 논리적·시간적으로 사회봉사에 선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개인의 속사람 변화는 필연적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사회변혁의 원동력이 된다. 사회변혁 실천은 복음전도 효율을 결정적으로 높이기에,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과 교회는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에 모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기독교인들과 교회는 구제와 개발과 같은 개인윤리적 의미의 사회봉사에만 머물러선 안 되고, 사회 구조변혁에도 적극 헌신해야 한다. 윤리적 실천은 법제화에서 최종 결실을 거두는 법”이라며 “기독교인들과 교회는 한국 사회구조가 하나님 뜻에 합당한 구조인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약한 자들의 생존권이 보호받는 구조인지 등을 예의주시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비판하고 대안적 사회구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애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 한다든지, 인간 배아와 태아 파괴를 허용하는 생명윤리 법률과 모자보건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든지, 한국 복지제도가 사회 약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구조인지 등은 한국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끊임없는 관심과 헌신을 요구하는 사회윤리적인 사안들”이라고 예시했다.

앞서 2부에서 격려사와 축사도 발표됐다. 먼저 이상규 박사(백석대 석좌교수, 고신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는 성적 지향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화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로잔 대회가 이 점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로잔 운동을 신학적으로 주도했던 존 스토트는 남성과 여성, 가정과 결혼에 대한 성경적 기준을 확고부동하게 지지하고 동성애를 명백하게 죄로 간주했던 사실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박한수 목사(제자광성교회)는 “제4차 로잔 대회를 앞두고, 환영보다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국제 로잔에 복음의 선명성이 흐릿하기 때문이다. 성경적 복음전도 방법이 아닌, 인본주의에 기초한 인간적 선교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 때문”이라며 “선교 실적과 방법에 치중한 나머지, 복음의 본질인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내세의 분명한 복음, 죄에 대한 정확한 선포가 부족하다.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에 침묵하는 모습은 그 결과”라고 경계했다.

이명진 장로(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는 “이제 한국교회가 앞장서 젠더주의와 동성애와 동성혼에 무너진 나라들과 교회들이 복음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때”라며 “이번 4차 로잔 대회의 한국 개최가, 무너진 열방교회를 다시 세우는 터닝포인트이자 기폭제가 되길, 무너진 성벽을 수축하는 4차 로잔대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김선우 목사(예장 합신 전 동성애대책위원장)는 “국제 로잔 대회의 한국 개최를 축하하고 환영하기 전에, 국제 로잔이 동성애 문제에 어떤 입장인지 묻고 싶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들의 비겁한 침묵은 국제 로잔에 합류한 신학적 자유주의 단체들로 인한 국제 로잔의 성경관의 모호성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국제 로잔은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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