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육 미래, 예수·바울·본회퍼에서 찾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기독교학회, 50주년 학술대회

제도적 교회 위한 목회자 양성 넘어
새로운 상상력·공동체 실험 동반을
언약적 상상력 통해 대전환 시대를
영적·도덕적으로 변화시켜야 강조

▲주제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주제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한국기독교학회가 창립 50주년 학술대회를 ‘대전환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꾀하다’는 주제로 4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운용 교수) 한경직기념예배당 등지에서 개최했다.

이날 한국기독교학회는 학술대회 후 총회를 열고, 임성빈 박사(전 장신대 총장)에 이어 황덕형 총장(서울신대)을 신임 회장에 선출했다. 부회장에는 강성영 총장(한신대)이 올랐다.

학술대회에서는 이학준 박사(풀러신학교)가 초청받아 방한, ‘대전환시대 영적·도덕적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 그 새로운 상상력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전했다.

이학준 박사는 강연에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세계화(Glob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등 4대 구조적 세력에 의해 변화하는 시대, 신학교육도 ‘제도적 교회를 위한 목회자 양성’이라는 전통적 틀을 넘어 유기적으로 ‘새로운 상상력, 새로운 공동체 실험’을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교육이 ‘제도와 조직의 생존’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현재와 미래 시대가 요청하는 생태적(ecological)·인류애적(humanitarian)·공동체적(communal) 전환을 위한, 보다 큰 차원과 그림을 바탕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학교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새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실험에 나서야 한다며, 그 한 예로 ‘언약적 상상력’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추동 하에 있는 대전환 시대 자체를 영적·도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학준 박사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는 교회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영원한 가치보다 당장의 쾌락을 찾고, MZ세대는 급속하게 탈종교화되고 있으며, 모든 종교들을 상대화시키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세습과 도덕적 부패, 양적 성장에 대한 지나친 관심, 목회자 신뢰도 하락 등으로 생태계가 흔들리면서 신학교육도 흔들리고 있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주요 인사들이 50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주요 인사들이 50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사회 변화 따른 미국 신학교육 변화
학비 및 수업일수, 이수학점 최소화
경영학·법학·사회복지 등 융합 교육
현장 중시, 과학, 기독교 변증 관심

가까이에서 바라본 미국 신학교육 동향도 소개했다. 그는 “학생 유치를 위해 온라인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는 것은 물론, 저녁·주말 수업 개설 등 편의에 최대한 신경을 쓰는 동시에 학비 및 수업일수와 이수학점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며 “전통적 목회학 석사(M.Div) 과정(3년)을 최대한 간소화하고, M.Div가 목사 안수에 필요치 않는 학생들은 신학석사 2년 과정을 택하고 있다. 회중목회보다 안정적인 채플런시(chaplaincy)나 비영리단체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많다”고 보고했다.

또 “졸업 후 일부 과목 무료 청강 기회를 주는 평생 신학교육 제공 학교들도 늘어나고, 평신도를 위한 비학위(Certificate)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확충되고 있다”며 “미국 대학 내 신학전문대학(Divinity School)의 경우 신학석사와 경영학, 신학과 법학, 신학과 사회복지 등의 이중학위 프로그램(Dual-Degree Programs)도 제공한다.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식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커리큘럼을 보면 영성형성, 사회정의, 환경, 대중문화, 공공신학, 선교적 교회와 다문화 등 현장 중시 교육을 실시하고, 신학과 과학, 무신론적 상황에 대한 비판과 기독교적 변증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이는 실천신학뿐 아니라 전통적 신학분야인 성서학, 조직신학, 교회사 교수법과 내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과 과정에서는 개인주체 관점에서는 학생 심리 상담, 신학생 영성형성, 디지털 제자도, 학교 내에서 공동체 형성, 영성 형성, 지식 제공과 더불어 사제 간, 급우 간 친밀한 관계형성이 중시되고, 공동체적 관점에선 예배 및 교회 갱신, 상황신학 등에 대한 꾸준한 관심에 더해, 구도자 예배, 이머징 처치, 선교적 교회, 셀 처치, 마이크로 처치 등 새로운 교회론이 꾸준히 탐색되고 있다.

이 밖에 정의/민주주의 관점에서는 흑인신학·여성신학 등의 해방신학과 공공신학이, 통치 관점에서는 공공선, 평화와 갈등 해결, 민주주의, 정치 양극화, 세계화 관점에서는 종교간 대화, 에큐메니칼 운동, 세계 윤리 등에 관심을 보인다.

▲이학준 박사가 강의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이학준 박사가 강의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현재 교회, 신자유주의 적응 급급
시대 자체 영적·도덕적 전환시켜야
사회적 상상력, 언약 공동체 ‘상생’
머리 아닌 몸, 몸 통해 가슴 변화를

이학준 박사는 “이런 미국 신학교들의 여러 변화는 대전환 시대가 가져온 변화의 충격의 크기를 보여줄 뿐 아니라, 교회와 신학교육이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해 어떤 시도가 필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지만, 얼마나 교회와 교회 생태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보장된 것이 없다. 현재 교회의 영적·도덕적 상상력이 신자유주의를 뛰어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에 적응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세계는 지금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 탄생에 목말라 있다. 현대인들은 기독교를 향해 삶의 의미와 방향 제시를 넘어, 새로운 문명과 공동체에 대한 비전 등을 요청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대전환 시대의 신학교육은 신자유주의가 이끌고 가는 대전환 시대 자체를 영적·도덕적으로 전환하는데 초석을 놓는 새로운 상상력의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주체부터 국가통치까지 총체적으로 허물어지는 오늘의 현실에,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상상력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총체적 비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이 선지자적 상상력이 신학교육 변화에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교회의 변화는 이 상상력을 찾아내고 살아낼 때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상상력의 작업은 개인만이 아닌 공동의 학문적 작업이자, 하나님의 부름에 기도와 영성으로 응답하는 구도적 작업이다. 이 상상력은 이사야와 같은 구약의 선지자들과 예수님과 사도들에게서 보여지는 인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이라며 “문명의 한계와 허구성을 깊이 인식하는 것과 대안의 문명을 모색하는 것에서 비롯한 산물이자, 영적·도덕적·공동체적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성경적인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은 ‘언약 공동체’, 우리 말로 ‘상생’이다. 성서의 언약은 관계적 메타포로 하나님-인간, 인간-인간, 인간-자연 을 의와 사랑의 관계로 엮어 주는 말”이라며 “성서의 언약은 신본만도 인본만도 아닌, 신-인간-땅이 함께하는 공동체의 상상력이다. 무엇보다 언약은 개인주체와 공동체, 민주주의와 통치를 통합해 주는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이라고 설명했다.

▲기념촬영 모습. ⓒ한국기독교학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기독교학회

이 박사는 “구약의 출애굽 사건과 예수의 십자가-부활 사건 이후 등장한 것이 언약 공동체이다. 이런 성서의 언약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와의 지배구조에 대한 대안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며 “종교개혁의 사회적 상상력인 언약의 공동체를 이제 사회 전 영역과 전차원에 상생으로 확대·심화해야 한다. 생태계 보전과 동시에 민주주의, 인권, 시민사회, 법치주의를 더 세계적으로 확대·심화하고, 경제적 인권을 선택이 아닌 정치적 인권 못지않은 기본 인권으로 존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구체적 대안으로 가르침과 복음 선포, (치유)사역을 하나로 통합한 예수님의 (언약 관계 속에 살았던 제자들과의) 신학교육, 사도 바울이 디모데·디도·누가·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등과 삶을 나누며 신학적 사고 훈련을 했던 공동체, 나치 제국의 그늘 하에서 중세 수도원을 모델로 했던 본회퍼의 지하 신학교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신학교육은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 가는 교육, 몸을 통해 가슴이 변화되는 교육이 돼야 한다. 예수, 바울, 본회퍼 등은 깊은 신학과 더불어 삶으로 신앙을 살아낸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은 언약의 드라마 안에서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대하는 신학교육을 나름의 방식으로 실천했다. 우리도 한국 사회 곳곳에 이런 지하신학교들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신학교 안에서도 이런 비공식 공동체 즉 공식 시간 밖에서 이루어지는 언약적 신학교육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 신학교 중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하는 학교들이 여럿 있기에, 이를 소그룹으로 잘 활용해 살아있는 지하 신학교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정체성과 영성 형성과 목회 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 신학교들은 불가피하게 규모가 작아질텐데, 그러한 점에서 이 작은 언약 공동체 실험은 신학교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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