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2)
지난 주일, 제자 한 명이 자기 교회에 와서 설교해 달라고 부탁했다.
폭우에 패인 웅덩이길을 뒤뚱뒤뚱 달려 바나나숲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소리지르며 뛰어 나와 흰머리의 무중구(외국인)를 맞아 주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교회는 흙벽돌로 지은 것도 모자라 삐뚤빼뚤한 막대기 몇 개로 겨우 지붕을 가리고
창문도 없는 교회 안에는 바람 불고 비까지 흩날리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세 시간이나 찬송 부르며 춤을 추었다.
돌아오는 길에 콩고 난민촌에 사는 바라카가 문자를 보내왔다.
‘닥터, 기도해주셔서 UN에서 2에이커(2,400평)를 받기로 했어요. 그런데 UN의 요구는 거기에 영구적인 건물은 못 짓는대요. 막대기 세우고 나뭇잎 엮어서 진흙에 시멘트 조금 발라서 지으래요. 벽돌는 절대 사용하지 말래요.’
바라카의 문자를 보는 순간, 갑자기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이참에 보란 듯이 새 건물을 짓고
괜찮은 예배 시설과 수준 높은 목회와 다양한 교육이 살아 있는
세계 수준의 한국교회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교회란 무엇인가?
교회 건물은 교회의 본질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
그렇게 오랫동안 교회의 기능을 직분으로 바꾸고
그렇게 욕심많게 교회의 본질을 건물로 바꾸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실수했으면서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었기에
하나님이 친히 사람들에게 내려오셨고
지금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자신들과 함께 있는 것인데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선교적 삶(Being a missionary)보다는
교회를 위해 큰 일을 하는 선교적 사업(Doing a ministry)에만 매달리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살고
사람들에게 배우고
사람들을 사랑하라.
그들이 아는 것으로 시작하고
그들이 가진 것으로 세우라
그래서 일이 끝났을 때
이렇게 말하게 하라
그는 우리에게 건물을 남기지 않고
예수를 남기고 갔다고,
교회를 세우되 건물을 세우지 말고 사람을 세우자
교회를 세우되 사람들이 교회에 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사람들에게 가게 하자.
큰 교회인가? 좋은 교회인가?
교회를 세우되
큰 교회를 세우지 말고 좋은 교회를 세우자
하나님이 원하는 좋은 교회를….
이윤재 선교사
아프리카 우간다 쿠미대학 신학부 학장
한신교회 전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