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북동부 지방법원이 17세 기독교 개종자에게 안전한 통행과 숙소를 제공했다가 납치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 전도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ADF 인터내셔널’(ADF International)은 나이지리아의 연합 변호사들을 통해 다니엘 케피(가명)로 알려진 복음 전도자의 변호를 지지해 왔다. 법원 판결은 이달 초에 전달됐다.
2018년 하프사투는 전도자 케피를 만난 후 기독교로 개종했다. ADF 인터내셔널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녀의 가족은 개종을 이유로 그녀를 죽이겠다고 위협했으며, 케피는 그녀의 안전을 위해 그녀를 기독교 학교 기숙사에 머물 수 있도록 주선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제공한 행위가 범죄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며 정부 검찰에 의문을 제기했고, 케피가 하프사투를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ADF 국제 법률 고문인 션 넬슨은 이번 판결을 “나이지리아의 종교 자유를 위한 놀라운 승리”라고 평가했다. 넬슨은 위협과 공격으로 인해 신앙을 실천하기 힘든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개종자들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케피의 무죄 판결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피의 변호사인 하만 에지켈 프완나는 “기독교 개종자들이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되며, 그들을 돕는 것이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기독교인들은 다른 소수종교인들과 함께 나이지리아에서 심각한 박해를 당하고 있다.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오픈도어(Open Door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5,600명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이유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90%가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ADF 인터내셔널은 나이지리아에서 3년 반 동안 투옥된 나이지리아의 수피 무슬림 음악가 야하야 샤리프-아미누의 법적 변호에도 참여하고 있다. 샤리프-아미누는 와츠앱(WhatsApp)에서 신성모독적인 노래 가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이 단체는 나이지리아의 2억 명 이상의 인구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비율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신성모독법이 사회적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고했다. 더불어 이 법이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앙을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며, 사회적 폭력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신성모독 혐의로 촉발된 군중 폭력 사례는 나이지리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기독교 대학생인 데보라 에마뉘엘 야쿠부가 소코토주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무슬림 급우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또 다른 기독교 여성인 로다 자타우도 유사한 위협과 폭력에 직면했으며, 현재 신성모독 혐의로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ADF 인터내셔널은 자타우의 법률 대리를 지원하고 있다.
종교 자유 수호 단체들은 야쿠부와 자타우 대신 유엔에 이 사건을 호소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나이지리아 정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신성모독법이 국제 인권 침해임을 강조했다.
이 서한은 “두 사건 모두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의견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 행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모두 종교적 소수자들”이라며 “에마뉘엘을 집단 구타하고 산 채로 불태운 것과 경찰 기소의 명백한 태만, 살인 가해자에 대한 책임 부족에 대해 전적으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자타우의 체포와 구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그녀는 단지 표현의 자유와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에 대한 평화로운 권리 행사로 인해 1년 넘게 수감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