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노트 26] 본문 존중! 청중 존중!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는 법이 있을까요? 핵심 메시지를 찾기 위해 제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비밀스러운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다 알고 있는 방법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제가 사용하는 방식이지, 반드시 따라야 할 어떤 방법은 아닙니다. 꼭 이 방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아니란 뜻입니다.
제가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자 저에게 익숙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먼저 밝히면서 소개하겠습니다. 아마 목사님들께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아내고 도출하는 일에 있어 작은 힌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1.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자
본문으로 삼은 말씀 전체를 통해, 저자가 결국 하려는 말씀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입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당연히 본문이 속한 문맥을 살펴야 합니다. 역사인지, 시인지, 편지인지, 복음서인지, 예언서인지 본문으로 삼은 말씀의 장르를 살펴야 합니다.
본문에서 도출한 핵심 메시지가 성경 전체를 보는 나(설교자)의 시선과 관점과 잘 조화되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첫 독자가 누구이고, 어떤 상황에 있었으며, 저자가 왜 그렇게 말한 것인지 톺아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한 구절이나 한 단어가 아니라 단락 전체, 본문 전체를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보다 쉽게 메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2. 복음을 설교하자
복음을 설교하자는 말은 저의 이야기가 아니라, 팀 켈러가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에서 복음을 설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그간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는 길이 열릴 때가 있습니다. 본문을 충분히 설교하되 본문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복음(예수)으로 뻗어가야 합니다.
그렇다 해서 본문을 충분히 설교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복음(예수)을 설교하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말아야 합니다. 본문에 등장한 사람과 사건과 말씀은 당시를 살아간 하나님의 자녀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처럼 예수라는 관점에서 본문을 살펴보는 것도 핵심 메시지를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3. 핵심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설교 수업을 들을 때마다 설교 실습 시간이 있었습니다. 신학대학원에서도 설교 실습을 했고,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동안에도 동료 목사님들과 교수님 앞에서 설교 실습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학대학원 때는 완전 설교 초보였지요. 당연히 설교를 못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에 하는 설교 실습은 어떨까요? 저를 포함한 박사과정을 공부하시는 목사님들 상태가 더 심각했습니다. 목사님들마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설교 습관이 몸에 배 있어서 더욱 어려웠습니다.
박사과정 설교 실습은 8분 혹은 10분 설교였습니다. 거의 모든 목사님이 그 시간 안에 설교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서론만 이야기하다 끝난 분도 계셨습니다. 제대로 설교조차 하지 못한 채 설교 시간을 다 채우신 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지도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1분 안에 오늘 설교의 핵심을 정리해 보세요.”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요. 1분 안에 설교의 핵심을 말하지 못하는 목사님이 적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설교의 핵심을 설교자가 제대로 요약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설교에서 핵심 메시지를 도출하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오늘 내가 설교할 말씀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설교자가 설교의 핵심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청중이 설교의 핵심 메시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며, 핵심 메시지를 붙들고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버려야 합니다. 일종의 도둑놈 심보입니다.
4. 찾을 때까지 본문을 들여다 보자
핵심 메시지를 찾는 일에 관해, 팀 켈러 목사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팀 켈러는 성경 본문을 묵상하며 거기서 무언가를 캐내는 작업을 할 때마다 맨 마지막에 캐낸 진리가 가장 좋았다고 말합니다. 오래도록 본문을 읽고 묵상하면서 마지막에 찾아낸 메시지를 중심으로 설교를 구성한다고 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성경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더 깊이 들여다보고, 처음 만나는 것처럼 또 들여다보고, 때로는 의심하면서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핵심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5. 교회를 더 깊이 생각하자
설교는 궁극적으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역입니다. 설교자에게 주어진 특권이나 엄청난 책임 중 하나가 설교를 통해 교회의 모습을 빚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론이 설교에 녹아들기도 하지요.
이처럼 설교와 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성경 속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는 일 역시 교회와 분리된 어떤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목회적 설교가 필요합니다. 성도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꾸고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기 위해서 자주 목회적 설교를 해야 합니다. 교회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생각하는 것,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당면한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도출하는 데 큰 유익이 있습니다.
단 이 지점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객관적 시선으로 교회를 볼 수 있는 노력,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진리를 굳게 붙드는 수고와 노력이 쏟아야만 합니다.
결론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아내는 일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찾아내는 일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해돈 로빈슨이니 팀 켈러 정도는 되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맞습니다. 나와 같은 평범한 목사, 어쩌면 평범 이하의 목사에게 핵심 메시지를 찾아내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일, 가치 있는 일 중에서 쉬운 일은 없습니다. 너무나 중요하고 너무나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탁월한 목사든 저처럼 모자란 목사든, 설교자는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 무슨 수를 써서도 그래야 한다는 것. 이 진리를 한마디로 요약하고 싶습니다. 본문 존중! 청중 존중!
지혁철 목사
잇는교회 개척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