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오후 2시, 세빛섬에서 첫 ‘북콘서트’
인생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 비유
정호승 시인, 김종회 교수 특별 토크
윤동주 문학상·천상병 문학대상 수상
“시집 읽고 사랑과 희망 마음 찾길”
인생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곧잘 비유된다. 윤동주 문학상과 천상병문학대상을 수상한 중견 시인 소강석 목사가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는 제목의 13번째 시집을 12월 4일 출간하고, 14일 서울 세빛섬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소강석 목사는 ‘시인의 말’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다. 그 시가 얼마나 전문성이 있는지의 차이일 뿐, 사랑하는 사람은 다 시를 쓰고 있는 중”이라며 “시는 사랑이고, 사랑은 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집은 시인 소강석 목사의 감성적 시성(詩性)이 응축된 작품으로, 총 4부에 90편의 시를 담았다. 1부 봄에서 여름으로, 2부 가을 지나 겨울, 3부 소나기 끝에 무지개, 4부 등대와 별, 그리고 부록에는 독자를 위해 소강석 목사의 시집에 대한 문학평론가 김종회 전 교수(경희대)가 ‘춘풍추우(春風秋雨)의 시적 형상’이라는 제목으로 해설을 담았다.
시집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서정적인 풍경이 수채화처럼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봄꽃이 피고 여름 소나기가 내리며, 가을 낙엽이 지고 겨울 눈송이들이 달린다. 그의 시에는 순백의 사랑과 그리움, 따스한 위로와 격려가 담겨 있다.
정호승 시인은 “소강석 목사님 시에서는 예수님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인생의 길을 걸어가다가 절망과 고통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어서 일어나거라!’ 하고 어디선가 들리던 예수님의 그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며 “마음이 가난한 이들은 사람의 아들 예수님의 사랑과 고뇌가 깃든 이 시집을 읽으시라. 우리를 안아주고 일으켜주는 예수님의 위로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추천했다.
소강석 목사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시보다는 누구나 공감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 시들을 써 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이번 시집에는 사람과 자연,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순수한 고백의 언어들을 기록했다”며 “시 한 편 한 편이 독자들의 마음에 봄날의 꽃이 되고 여름날의 소나기가 되고 가을날의 낙엽이 되고 겨울의 눈송이가 되어 시집을 읽는 모든 이마다 사랑의 계절이 찾아오기를 소망하면서”라고 전했다.
또 “인생을 살다 보면 꽃이 필 때도 있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도 있다. 아니, 언젠가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폭설에 갇혀 길을 잃을 때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다면, 그 모든 날이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되어 감싸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학평론가 김종회 교수는 시집 후반부 ‘춘풍추우(春風秋雨)의 시적 형상’이라는 평론에서 “소강석은 감성의 시인이다. 그는 자연의 경물(景物)과 인간사 비의(秘義)를 사뭇 감각적인 어투로 노래한다. 어려운 어휘나 한자 말을 즐겨 쓰지 않는다. 평이하고 순후한 언어들의 조합으로 진중하고 깊이 있는 의미의 매설을 시도하는 것이 그의 시다. 그러기에 그 눈에 비친 삼라만상(森羅萬象)은 모두 시의 소재가 된다”며 “우리가 읽은 소강석의 시는 우리에게 불현듯 은혜처럼 다가온 귀중한 선물이다. 우리는 어느 결에 시를 읽고 마음을 읽고, 더불어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독자들의 연합으로 이렇게 지면에서 만난다”고 해설했다.
소강석 시인은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시집을 읽고 슬픔과 절망, 상처를 딛고 사랑과 희망의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듯하다”며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추운 바람이 분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으로 감싸준다면 우리의 계절은 언제나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사랑의 계절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대표시 5편.
-봄1
눈앞의 꽃 지고 나면
세상 모든 꽃 다 진줄 알았더니
일어나
눈을 들어보니
사방 천지가 다 꽃이었다
꽃 한 송이 졌다고 울지 마라
눈 한 번만 돌리면
세상이 다 봄이다.
-여름2
여름 새벽바다 모래사장에
글씨를 써 놓았더니
파도가 올라왔다 읽고 내려간다
다 읽지 못했는지
또 올라왔다 내려갔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지
또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며
읽고 또 읽는다
파도가 내가 쓴 글씨를 지워놓고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다
온 우주가
새벽 바다에 밀려왔다 떠내려갔다 하며
그리움을 노래한다.
-가을1
문득
가을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나뭇잎들이 허공 위로 날아가다
나의 발 앞에 떨어졌을 때
그건
나뭇잎이 아니라
편지였다
쓰고 싶은 시였다
불 꺼진 창문 아래서
혼자 부르고 싶은 노래였다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리고
숨을 참아도 부르게 되는
사랑이었다.
-겨울5
눈 내리는 아침
산에 갔더니
눈송이 행성들이 마구 날아와 부딪치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은
그 수많은 충돌
내가 이름도 모르고 스쳐 지나간
그 모든 얼굴들
알아도 차마 이름 부르지 못한
그리운 뒷모습들
별 하나 뜨지 않은
밤하늘에
별 하나 떠 있다면
그건 아마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잠든
너의 이름이겠지
사람들은 보지 못해도
내 눈에만 보이는
너의 얼굴이겠지.
-별6
나는 몰랐다
저 하늘의 별이 차마 마주치지 못한
눈빛이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저 지상의 꽃들이 차마 고백하지 못한
사랑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저 창문 밖으로 스치는 바람이
차마 지우지 못한 그리움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