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성경 읽기’ 운동, 교회와 대학 문화 바꾸는 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한국대학선교학회 학술대회

권하고 가르치는 것은 잘 하는데
성경 함께 읽는 것 잘 안 되는 중
매년 성경 읽기 계획만 새로 세워
창세기·마태복음만 계속 읽게 돼

▲정기총회 후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정기총회 후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2023년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이하 교목회) 동계연수회 및 총회, 한국대학선교학회 학술대회가 12월 14-15일 이틀간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개최됐다.

첫날인 14일 저녁식사 후 열린 교목회 정기총회에서는 지난 회기 부회장이었던 이승문 교수(명지전문대)가 회장에 취임했다.

다음 회기 회장이 되는 부회장에는 이사야 교수(남서울대)가 추천을 받아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신임 회장 이승문 교수는 지난 회기 회장직을 수행한 장윤재 교수(이화여대)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오른쪽부터) 신임 회장 이승문 교수가 이임 회장 장윤재 교수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른쪽부터) 신임 회장 이승문 교수가 이임 회장 장윤재 교수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기총회에 이어 이날 저녁 시간에는 지앤엠글로벌문화재단(대표 정상기, 이하 지앤엠) 초청 발표와 ‘공동체 성경 읽기(Public Reading of Scripture·PRS)’에 대한 각 대학교들의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배우들이 성경 전체를 실감나게 낭독한 드라마바이블 콘텐츠를 개발했던 지앤엠의 정상기 대표는 “성경 전체를 1독하는 데 한국어로는 85시간이 걸린다. 이 외에 영어로 95시간, 중국어 100시간, 일본어 110시간, 인도네시아어 143시간 등이 소요된다”며 “이 외에 프랑스어와 러시아어, 힌디어까지 8개국어 제작을 완료했다. 하지만 드라마바이블 제작 자체가 아닌, 전 세계 크리스천들이 모국어로 성경을 듣고 읽을 수 있는 노하우와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드라마바이블을 제작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상기 대표는 “내가 이를 때까지 읽는 것(the public reading of Scripture)과 권하는 것(preaching)과 가르치는 것(teaching)에 전념하라”는 디모데전서 4장 13절 말씀을 언급하면서 “권하고 가르치는 것은 잘 하는데, 함께 읽는 것은 잘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자는 차원에서 ‘공동체 성경 읽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말씀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다시 동기부여를 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지앤엠 정상기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지앤엠 정상기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 대표는 “성도들이 성경을 잘 읽지 않다 보니, 매년 새해마다 성경 읽기 계획만 세운다. 창세기와 마태복음만 열심히 읽게 되는 것이 한국 80-90% 성도들의 현 모습”이라며 “반면 중국은 핍박을 당해 성도들이 흩어져 삼삼오오 모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교목들이 앞장서서 ‘탑다운 방식’으로 시작하시는 게 좋다. 학생 5명만 있어도, 1주일에 30분씩 같이 읽으면 된다”며 “학생들이라 해서 쉬운 건 아니다. 교회나 대학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도자들에게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대학교라면 성경읽기 후 학생들에게 밥 한 끼 사주면서 교제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소그룹 성경 읽기, 해석 치중 넘어
성경말씀 자체 경청할 수 있게 해
인격적 교제하며, 설교 보완 기능

이후에는 사례연구 발표가 진행됐다. 서울신학대학교 교목 김성원 교수는 ‘소그룹 성경 읽기를 통한 신앙교육: 서울신대 PRS 운동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소그룹 성경 읽기는 가장 본질적인 신앙의 행위인 동시에 성경말씀을 읽는 가장 탁월한 방식”이라며 “소그룹 성경 읽기는 그동안 설교를 통한 성경말씀 해석에 치중한 한국교회에서 성경말씀 자체를 경청하게 하고, 인격적 교제 속에 성경말씀을 읽고 듣고 나누면서 설교의 보완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성원 교수는 “PRS 운동은 ①말씀을 들으며(계 1:3) ②함께 모여(딤전 4:13) ③규칙적으로(시 1:2) ④모든 말씀을(마 4:4) ⑤잘 만든 오디오 성경(느 8:8)을 사용하는 등 5가지 원리로 이뤄진다. 이는 ①책임감을 함양하고 ②성장과 갱신을 가져오며 ③친교를 강화하고 ④선교적 사명을 투철하게 하는 4가지 유익을 준다”며 “성경을 입으로 낭독하고 귀로 듣는 것은 성경 시대를 비롯해 오랜 역사적 선례가 있고, 문자로 읽는 것보다 하나님의 계시를 더욱 풍성히 받아들일 수 있으며, 사람의 말을 줄이는 대신 성경 계시의 말씀에 집중하도록 하고, 성경말씀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결심과 의지를 훈련시키는 영적 과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대 김성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울신대 김성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교수는 “저희 학교는 황덕형 총장 취임 후 PRS 운동에 깊이 공감해 지앤엠과 협약을 맺고 성경읽기 운동을 2020년부터 시작, 2022년 PRS 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센터는 관심 있는 학생들을 소그룹 리더로 양육하고, 우수 개인과 소그룹을 매 학기 시상하며, 교직원들 참여를 격려하기 위해 평가 점수 항목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그는 “PRS 자율 소그룹 형성 및 운영은 성공적으로 출발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코로나 격리 상황으로 소그룹 모임이 초기 와해되고 방학 중에는 소그룹이 멈추는 등의 제약으로 기대만큼 확산이 일어나진 못했다”며 “PRS 의무 소그룹들의 경우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내실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삶의 변화와 헌신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PRS 운동은 서울신대 캠퍼스에서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했고,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신자 교직원과 학생들의 헌신이 중심이었으나, 총장과 이사회가 이 운동을 공식 인정하고 신학대라는 정체성을 활용해 성경 읽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온 결과”라며 “그러나 입학 면접에서 종교를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 등으로 비신자들이 재학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학 현실은 구성원 설득과 좀 더 효과적인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고 정리했다.

2020년, 성경 읽는 대학교 슬로건
신앙과 학문의 조화와 통합 차원
전교생 1년 1독 목표 다양한 운동

이어 한동대학교 교목 김기호 교수는 ‘한동대학교 기독교 정체성 강화를 위한 공동체 성경읽기 운동의 성과와 전망’을 발표했다. 그는 “한동대는 2020년부터 ‘성경 읽는 대학교 성경 읽은 한동인’을 슬로건으로 기독교 정체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2015년 국내 최초로 동성결혼 반대입장을 천명했던 한동대 내에는 신학 전공이 없지만, 모든 학생들이 기독교 과목을 배우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대 김기호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동대 김기호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기호 교수는 “대학에서의 성경 교육은 신학생 대상 ‘전공교육’과 비전공자 일반 대학생들을 위한 ‘고전으로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고전으로서의 성서교육’은 하나님의 영감, 확고한 창조신앙, 보편적 도덕과 진리의 근거라는 복음주의 신학관 대신 성경이 서구사회와 문명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류의 고전이라는 점을 부각한다”며 “한동대 교육과정에서 성경의 지위는 ‘고전으로서의 성경교육’ 관점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동대는 모든 전공 영역에서 신앙과 학문의 조화와 통합을 교육 목적으로 삼고 있다. 조화와 통합은 양 극단 견해 사이 중립이 아닌, ‘그리스도 중심의 통일성을 발견하는 것’을 뜻한다”며 “한동대는 설립 초기부터 성경의 무오성을 전제하는 ‘창조와 진화’, ‘기원 논쟁’ 과목을 교양 선택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복음주의 기독교 변증학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합리성과 탁월성을 가르치고 있다. 제도보다 문화가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인성교육도 성경을 기반으로 한 전인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동대는 2020년 2월 PRS 센터를 설치·운영하면서, PRS를 통한 대학 정체성 강화를 주 목적으로 천명했다. 전교생이 팀모임 PRS를 진행하며, 오픈 PRS, 팀모임 PRS, 새벽예배 PRS, 클래스 PRS, 채플 PRS, RC 아침 PRS, 교수 소그룹 PRS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특히 한동대는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팀제도를 개교 때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팀모임에 PRS를 접목해 2023년 2학기 현재 95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교수는 “한동 PRS 센터는 전교생 1년 1독을 목표로 다양한 성경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동대 구성원 대부분은 성경 읽기 운동에 여러 모양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한동대 성경 읽기 운동은 단순한 비교과 과정의 신앙 프로그램이 아니라, 복음주의 신앙 토대 위에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추구해온 한동대의 기독교 정체성을 실현하는 핵심 전략이다. 이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 사상과 칼빈의 직업소명설 연장선에서 조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진 박사(지앤엠 전무)는 “한국 기독교 대학들의 상황이 어려움에도 청년 복음화를 위해 애쓰시는 교수님과 목사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서울신대는 소그룹 성경읽기를 위한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한동대는 성경읽기를 ‘신앙과 학문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논찬했다.

첫날 저녁 일정은 연구윤리, 학술지, 교목실 활동에 대한 간담회로 마무리됐다. 둘째 날 오전에는 주안감리교회로 이동해 국제성서박물관을 견학한 뒤 폐회예배를 드렸다.

앞서 첫날 오후에는 개회예배 후 이덕주 교수(감신대 은퇴)가 ‘다시 근본으로: 복잡에서 단순으로, 정경옥 교수의 예’를 제목으로 특강을 전했다. 이후 ‘아드 폰테스! 기독교 대학의 재복음화’를 주제로 이민형 교수(성결대)와 박광우 교수(연세대)의 발표, 고형상 교수(숭실대)와 이성호 교수(배재대)의 논찬 등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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