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그리운 나무 그늘 포럼서 ‘심플 라이프’ 당부
정필도 목사의 후임으로 부산 수영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규현 목사가 한국교회 차세대 목회자들을 향해 ‘심플 라이프’를 강조했다. 목회 외적인 것은 ‘무섭게’ 잘라내고 나에게 맡겨진 교회를 살려내는 것, 목회자 자신이 간 길을 성도들이 따라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참된 목회자라고 했다.
‘아회 그리운 나무 그늘’(대표 전광식 목사) 제1회 포럼이 18일부터 20일까지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개최됐다. 이 포럼에선 ‘한국 복음주의 목회의 세대 계승’을 주제로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 전광식 교수(전 고신대 총장) 등이 ‘목회’를 주제로 자신만의 철학을 한국교회에 공유했다.
설교, ‘잘하는 것’보다 정성이 중요
이규현 목사는 둘째 날 오전 ‘목사, 설교의 고민-복음주의 설교’를 주제로 발제 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목회자들의 궁금증에 진솔하게 답했다. 이 목사는 목회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 “저의 유일한 어려움은 성도들을 목양하기 위해 말씀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것을 다 포기해야 한다. 곧 3주간 특별새벽기도를 시작하는데, 저는 가급적 강사를 세우지 않고 ‘집밥’을 먹인다. 설교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오늘처럼 강의하러 오는 것도 약간의 ‘외도’와 같다. 완전히 말씀 사역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집중하고, 국내외 집회는 거의 끊어낸다”고 했다.
이 목사는 설교 준비의 노하우도 공유했다. 그는 “저는 철저하게 주초에 설교를 상당히 완성한다. 월·화요일에 집중력을 갖고 설교 준비를 한다. 오전에는 설교와 관련된 책들도 주로 읽는다. ‘철야설교’도 포기하지 않는데, 설교의 퀄리티를 높이려면 오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설교는 ‘잘하는 것’보다 정성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호주에 있을 때에는 번역서가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영어 원서를 읽는 동안 묵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새벽 영성, 코람데오의 신앙
개인적인 영성 관리에 대해선 ‘새벽 영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벽에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굉장히 일찍 나간다. 기도의 자리는 생명을 지키는 자리”라며 “정확한 시간에 그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한다. 단 ‘너희도 이렇게 하라’는 바리새인의 모습, 자기 의를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매일 매순간 내 안에 일어나는 욕망은 다루기 쉽지 않다. 새벽기도가 길어지는 이유는 욕망이 매일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한 뒤, “새벽에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선 코람데오의 신앙으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힘쓰는 영성의 공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단은 전쟁터,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싸움
목회자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 교회는 쇠퇴한다고도 했다. 그는 “주일 강단은 전쟁터와 같다. 한 주간 지옥 같은 삶을 살다 온 성도들이 있는데, 목회자가 깨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영적 활기와 열기,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도들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싸움이다. 컨텍스트를 계속 읽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성경 앞에서 목사는 무료해진다. 성도들은 피와 땀의 살육의 현장에 있는데, 목회자는 서재에만 있으니 거리감이 생기고 허공을 치게 된다. 특히 큰 교회 목회자와 부교역자들은 영성을 유지하기가 더욱 힘들기에, 새벽에 더욱 영적인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하는 목회자, 10년 후 다르다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책을 계속 읽는 목회자와 그렇지 않은 목회자의 10년 후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당장 목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실용서적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책을 골라라. 당장 표는 나지 않지만 묵상이 깊어진다”며 “나아가 A4 용지 한 페이지로 축약해내는 글쓰기를 반복하면, 자신의 언어를 완성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내가 걸어간 길, 교인들도 따라오도록
이 목사는 한국교회를 이끌어 갈 후배 목회자들을 향해 “한국교회를 살리는 것은 다른 것이 없다. 자기 교회를 살리는 것, 내가 맡은 목장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자기 교회를 살리지 않고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한 교회를 살려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영성의 핵심 중 하나는 ‘심플 라이프’다. 즉 무섭게 가지치기하는 것”라며 “(수영로교회에) 부임하고 나니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것을 잘라냈다. 욕도 먹어가면서 무섭게 잘라냈다. ‘무조건 내가 맡은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 이것이 담임목사에게 주어진 명령”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건강한 영성을 가진 목회자다. 사심도 욕심도 없는 신실함이다. 목사스러움이 아니라 목사다움”이라며 “자신이 걸어간 길을 교인들이 따라와도 괜찮을 것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참된 목회자”라고 있다.
‘죄인’이 모인 곳, 기본기를 다져라
끝으로 이 목사는 자신과 같이 이민 목회를 마치고 국내 사역으로 전환한 목회자들에게 조언의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이민 목회는 험한 곳이고, 그 경험은 굉장한 자산이다. 철저한 섬김의 개념 없이는 목회할 수 없고, 이민자들은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기에 분노가 있고 거칠고 잘 싸운다. 교회 문화도 잘 모른다”며 “하지만 교회는 죄인이 모인 곳이라는 점은 같다. 죄인에게는 복음이 필요하다. 말씀의 능력은 어디에나 통하니 기본기를 분명히 다져라”고 전했다.
이어 “빨리 성장시키려는 마음 내려놓고 본질을 붙잡자. 교회가 너무 세속화됐기에 인간적인 방법론이 너무 많이 들어와 오염돼 있는데, 계속 샤워하고, 둔탁하지만 원론적인 책들을 많이 읽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