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땅에서 하늘로 떠난 크리스천들
2023년, 이 땅의 사명을 모두 마치고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국내외 주요 크리스천들을 소개한다. 특히 올해는 팀 켈러를 비롯해 OM 창립자 조지 버워와 예수전도단 창립자 로렌 커닝햄, 국내 대표적 의료선교 인사인 박상은 교수 등 ‘선교계의 별’들이 사명을 끝냈다. 해외 인사들의 경우 사망 일시는 모두 현지시간이다.
먼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최건호 목사가 올해 초인 1월 10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존경받는 목회자로 교단 부흥에 힘썼던 최건호 목사는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에도 크게 기여해 기성 총회를 대표하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같은 날 예일대 성경신학 교수이자 신약학 및 초기 기독교 연구의 틀을 형성한 신학자 웨인 믹스(Wayne A. Meeks) 박사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주요 국내 번역 작품은 <1세기 기독교와 도시 문화(IVP)>다.
닷새 후인 1월 15일 오전, 한국 기독교 대표적 교육학자인 은준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명예총장(91)이 소천받았다. 은 박사는 교회학교를 부설기관이 아닌 교회 속 작은 교회로 만들자는 ‘어린이 교회 운동’을 펼쳤다.
은준관 박사는 북미 기독교교육학회 선정 ‘20세기 기독교교육자’에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으며, 美 버클리 태평양 연합신대원에서 학교를 빛낸 동문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미국·캐나다 교육학자들과 기독교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사흘 뒤인 1월 18일에는 서울교회 원로이자 한국 신학계 거목인 이종윤 목사가 18일 오전 83세의 나이에 하늘로 돌아갔다. 그는 지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대표회장으로서 기념사업의 선두에 선 신학자였다.
이 외에도 국내외 신학계를 이끌며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 에든버러세계선교사대회 백주년기념 한국대회 대표회장, 세계로잔운동 싱크탱크 위원, 한국로잔위원회 의장, 아세아로잔위원회 의장, 아세아신학연맹(ATA) 이사,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한국기독교학술원장 등을 역임했다.
2월 7일에는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신학자였던 앤서니 티슬턴(Anthony C. Thiselton) 박사가 86세로 타계했다. 성경 해석과 교리학 부문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그는 <앤서니 티슬턴의 성경해석학 개론>, <기독교 교리와 해석학(이상 새물결플러스)>, <해석의 새로운 지평(SFC)>, <조직 신학>, <두 지평(이상 IVP)> 등의 저서를 남겼다.
3월 13일에는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세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고시영 목사(부활교회)가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고 목사는 서울장신대 이사장과 예장 통합 총회 장기발전연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4월 14일에는 초교파 선교단체 오엠국제선교회(OM International) 창립자 조지 버워(George Verwer) 선교사가 84세로 별세했다. OM은 현재 120여 국가에서 5천여 명의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로고스호프 등 선교선(船) 사역도 진행하고 있다.
4월 18일에는 애틀랜타 퍼스트뱁티스트교회 원로목사이자 ‘인 터치 미니스트리스(In Touch Ministries)’ 창립자인 찰스 스탠리(Charles Stanley) 박사가 향년 90세로 주님의 품에 안겼다. 그의 아들 앤디 스탠리 목사도 노스포인트 미니스트리를 창립해 이끌고 있다.
4월 26일에는 재미한인기독선교재단(KCMUSA) 이사장이자 새생명선교회 대표 박희민 목사(나성영락교회 은퇴)가 87세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전립선암 재발로 고생하던 박희민 목사는 암이 전이돼 투병생활하던 중 자택에서 별세했다.
5월 첫날에는 ‘성경적 효(孝)’ 운동을 해온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 원로)가 82세로 별세했다. 그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한세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5월 11일에는 대전 한남대 대학설립위원 미국 선교사 7인 중 마지막 생존자 존 서머빌(John N. Somerville, 한국명 서의필) 박사가 美 자택에서 95세로 소천받았다. 한남대는 서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56주년기념관 대강당을 ‘서의필홀’로 명명해 사용 중이다.
5월 16일에는 일본인 목회자로서 과거사에 대한 회개운동에 앞장서 왔던 오야마 레이지(尾山令仁) 목사가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오야마 목사는 일본 그리스도인학생회(KGK)와 성서그리스도교회 창립자이자 일한친선선교협력회 전 회장이며 ‘현대역 성서’ 번역자로도 유명하다.
5월 19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많은 구도자들을 인도하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도시 개척에 앞장섰던 팀 켈러(Timothy James Keller) 목사가 72세에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다.
췌장암 치료 중 합병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기도를 받은 팀 켈러 목사는 소천 이틀 전 “이제 예수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저를 본향으로 보내 주소서(I’m ready to see Jesus. I can’t wait to see Jesus. Send me home)”라고 말했다.
1989년 뉴욕 맨해튼에서 50여 명과 리디머 장로교회(Redeemer Presbyterian Church)를 개척, 20년 만인 2008년 주일 출석 성도 5천여 명으로 성장시키며 ‘가장 성공적인 도시 전도자’로 불렸다. 그는 시대의 문화와 사상이 집약되는 ‘도시 선교’에 헌신,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멘토로 삼고 있다. 전 세계 100여 곳의 도시에 430개 교회의 개척을 도왔고, 은퇴 후 세계 교회 지도자들의 도시 전도와 사역을 돕는 CTC(City to City)를 섬겼다.
팀 켈러는 ‘21세기의 C. S. 루이스’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변증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를 비롯해 <내가 만든 신>, <센터처치>, <고통에 답하다>, <답이 되는 기독교>, <탕부 하나님>, <방탕한 선지자>, <일과 영성> 등을 펴냈으며, 최근에도 국내에서 <용서를 말하다>, <탈기독교 시대 전도>, <부활을 입다> 등이 나왔다. 최근 첫 작품인 <팀 켈러, 집사를 말하다(이상 두란노)>도 발간됐다.
5월 26일에는 영화 <소명 3>의 실제 주인공인 ‘히말라야의 슈바이처’ 강원희 선교사(姜元熙·89)가 노환으로 소천받았다. 잘나가던 외과의사였던 그는 1982년 세브란스 출신 1호 의료선교사로서 네팔로 떠났다. 이후 10년간 네팔에서 사역했을 뿐 아니라, 방글라데시·스리랑카·에티오피아 등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찾아다니며 30여 년간 의료선교사로 봉사했다.
자신의 피로 환자를 살린 이야기도 유명하다. 51세이던 1985년, 배 전체에 염증이 퍼진 환자가 실려 왔다. 수혈하겠다던 환자 아들들이 도망쳐, 그냥 두면 죽을 수 있었다. 응급실장이던 그는 팔을 걷어 피를 뽑기 시작했다. 200cc 혈액 2병을 뽑고, 병원장의 제지로 그쳤다. 현지인들은 이런 그를 ‘바제’, 네팔말로 할아버지라 부르며 따랐다.
6월 8일에는 저명 보수 기독교 방송인이자 한때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팻 로버트슨(Pat Robertson) 목사가 자택에서 93세로 별세했다. 그는 1960년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를 설립했으며, 주요 프로그램인 ‘The 700 Club’은 아직 남아 있다. 1988년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경선에서 조지 부시에게 패했다.
8월 20일에는 한국 복음주의 신학을 이끌었던 서울신학대학교 명예총장 조종남 박사가 향년 96세로 소천받았다. 그는 웨슬리 신학 대가로 서울신대와 웨슬리 신학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로잔운동과 사회적 선교, 한국 복음주의 신학 발전 등에 크게 공헌했다.
조종남 박사는 한국웨슬리학회 회장, 국제로잔위원회 이사장,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이사장,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 제24회 서울올림픽 선교협의회 회장, 세계복음주의 신학위원회 위원, 대한성서공회 회장 등을 지냈다.
9월 4일에는 21세기 최대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지저스 콜링>의 사라 영 작가가 77세로 별세했다. 그녀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희귀암으로 투병해 왔으며, 이전에도 라임병(Lyme) 등 여러 만성질병을 앓았다. 2004년부터 오늘날까지 20년 간 사랑받고 있는 <지저스 콜링>은 출간 후 현재까지 4,500만 부 이상이 나갔으며, 3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10월 6일에는 초교파 국제 선교단체 예수전도단(Youth With A Mission, YWAM)과 훈련기관인 열방대학 설립자 로렌 커닝햄(Loren Cunningham)이 美 하와이 코나(Kona) 자택에서 88세로 별세했다. 커닝햄은 지난해 폐암 4기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1960년 불과 24세에 예수전도단을 설립, 1963년 결혼 후 아내 달린 커닝햄과 함께 YWAM을 이끌었다. YWAM은 현재 171개국 2만여 명이 사역하는 거대 초교파 선교단체로 성장했다.
로렌 커닝햄은 YWAM 설립 후 매년 30-40개국을 다녔으며, 1996년 세계 모든 국가를 방문한 첫 선교사가 됐다. 1978년 국제CCC 설립자 빌 브라이트 박사와 사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열방대학을 설립했다. 열방대학도 현재 160여개 국 800여 곳에 캠퍼스가 세워져, 100여 개 언어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10월 24일, 찬양사역자 김상훈 목사가 비교적 젊은 나이인 54세로 세상을 떠나 슬픔을 안겼다. 평소 심장 질환을 앓던 김 목사는 10월 18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11월 5일에는 박상은 안양샘병원 미션원장이 베트남 다낭 의료선교 활동 중 향년 65세로 별세했다. 그는 갑자기 쓰러져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해 많은 크리스천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상은 원장은 2001년 안양샘병원 부임 후 진료부원장, 병원장, 대표원장, 미션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의료선교와 취약계층 섬김에 앞장섰다. 총 7차례 북한을 방문해 의료 현대화를 도모하고 의료진 교육을 펼치는 등 대북의료지원 활동에도 나섰다.
또 2007년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 아프리카미래재단을 설립해 말라위·에티오피아·잠비아·탄자니아 등 곳곳을 돌며 에이즈 예방사업, 영양강화사업 등 다양한 보건활동을 전개했다. 제4기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 대한생활습관의학 회장, 합동신학대학원 생명윤리 석좌교수 등도 역임했다.
최근인 12월 8일에는 한기총 명예회장과 예장 개혁 총회장, 그리고 개신대학원대학교 설립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조경대 목사(종암중앙교회 원로)가 향년 87세로 서울 고려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조경대 목사는 개신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2002년)과 종암중앙학원(개신대학원대학교) 법인 이사장(2002년)을 역임했으며, 2011년 한기총 명예회장에 추대됐다. 또 1993년 설립된 한국성경공회협의회 초대 총무를 역임했고, 앞선 1987년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민주기도협의회 공동의장을 맡아 민주화에도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