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낙태 문제와 관련, 종교적인 민주당원들은 그렇지 않은 민주당원들과 의견이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종교적인 공화당원들은 그렇지 않은 공화당원과 견해 차이가 커져가고 있다.
미국 이스턴 일리노이 대학의 정치학 부교수인 라이언 버지(Ryan Burge)는 1일(현지시각)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에 종교적인 민주당원과 세속적인 공화당원이 가진 견해 차이가 세속적인 민주당원과 종교적인 공화당원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했다.
그는 2008년과 2022년 공동 선거 연구 데이터를 사용해, 두 정당의 유권자를 ‘세속적’ 및 ‘종교적’이라는 두 범주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두 정당 모두에서 세속 유권자의 비율이 증가했다. 공화당의 경우 종교 유권자가 여전히 압도적 다수인 반면, 민주당은 세속 유권자가 종교 유권자를 거의 따라잡았다. 2008년 종교 유권자는 민주당 유권자의 64%를 차지했으며, 2022년에는 52%로 감소했다. 공화당의 종교 유권자는 2008년 87%에서 2022년 79%로 줄었다.
버지는 “다르게 말하면, 민주당에는 세속 유권자 한 명당 종교 유권자가 한 명씩 있지만, 공화당에는 세속 유권자 한 명당 종교 유권자가 네 명이 있다”며 “따라서 세속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좌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선거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낙태에 대한 양당의 세속적 유권자 및 종교적 유권자의 견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세속적 민주당원과 종교적 민주당원은 네 그룹 중에서 가장 많이 낙태를 지지한 반면, 종교 공화당원은 제한적인 낙태 정책에 대해 가장 높은 지지를 보였다.
종교 공화당원은 모든 상황에서 낙태를 불법화하는 것을 가장 많이 지지했으며(27%), 종교 민주당원(13%), 세속 공화당원(13%), 세속 민주당원(6%)이 그 뒤를 이었다.
대다수의 세속 민주당원(93%)과 종교 민주당원(79%)은 “여성의 선택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항상 허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 세속 공화당원(49%)과 종교 공화당원(25%)은 절반 이하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지했다.
종교(81%) 및 세속(68%) 공화당원의 상당수는 ‘임신 20주’ 이후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을 지지했지만, 종교 민주당원은 41%, 세속 민주당원은 21%만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낙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지지는 종교 공화당원(77%)과 세속 공화당원(58%)이 종교 민주당원(26%)과 세속 민주당원(11%)보다 훨씬 높았다. 2010년에는 세속 민주당원의 70%가 어떤 이유로든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을 지지했으며, 2022년에는 그 수가 87%로 증가했다.
낙태에 대한 지지는 같은 기간 동안 세속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더욱 크게 증가했다. 2010년에는 종교 민주당원 중 절반 미만(42%)이 어떤 이유로든 합법적인 낙태를 선호했지만, 2022년에는 거의 두 배인 78%로 급증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낙태에 대한 여론은 정반대로 변화해 왔다. 1977년 세속 공화당원의 70%가 여성의 요구에 따른 낙태를 지지했지만, 2002년에 그 수가 50%로 감소했다가 2022년에는 55%로 약간 증가했다.
버지는 종교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1977년부터 1992년까지 모든 경우에 대한 낙태 지지율이 약 37%로 꾸준하게 유지됐으며, 2000년에는 약 30%로 감소했다가 그 이후 거의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수십 년 동안 세속 민주당원의 75%는 “여성이 더 이상 아이를 갖기를 원치 않으면 태아를 낙태할 권리가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2022년에는 세속 민주당원의 95%가 피임의 한 형태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같은 기간 동안 종교 민주당원 중 40~50%가 더 이상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여성들의 낙태 허용을 지지하다가, 2022년에는 그 비율이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반면, 이 견해에 동의한 세속 공화당원은 2000년 이후 약 60%에 머물렀으며, 종교 공화당원들은 1970년대 약 47%에서 2004년 이후 약 30%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