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다시 보기 20] 성장 원하면,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교회에서도 다음 세대에 선택권을
많이 선택해 볼수록 좋은 것 골라
가이드라인 주고, 시험기간 빼줘야
실수해도 괜찮아, 적극 칭찬해 주라
#선택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먼저다
‘선택이 곧 믿음이다!’
필자가 고등부에서 했던 신년 설교 제목이다. 보통은 새해가 시작되면 그해 표어 말씀을 설교한다. 올해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왜 그 방향이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먼저 설교한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다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선택’에 관한 설교부터 한다.
선택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먼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일 150번 정도 선택할 상황에 놓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약 30번 정도 신중한 선택을 하며, 최종적으로 5번 정도만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145번 정도는 어느 정도 후회를 한다는 말이다.
심리학자 김혜남은 이 결과를 두고 말했다. “삶의 매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며,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이미 그 안에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선택이 중요하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나의 예를 들면, 로마서 6장 23절이다. “죄의 삯은 죽음이요, 하나님의 선물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입니다(새번역)”. 즉 죄를 선택하면 사망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물을 선택하면 영생이다. 선택 속에 이미 방향도 정해져 있다.
선택이 방향을 품고 있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는 일이다. 올바른 선택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다.
이에 필자는 ‘선택’에 관한 설교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선택이 곧 믿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택이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필자는 교사들에게 이런 부탁을 하고 싶다.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도 선택권을 주어라!’
‘다음 세대 아이들도 역시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선택해 본 사람이 선택의 중요성을 안다
누가 최상급 꽃등심의 맛을 알까? 정답은 먹어본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고기 맛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한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옳은 말이다. 안 먹어본 사람은 ‘그런 맛일 거야’라는 추측만 한다. 고기의 맛은 선택의 논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누가 올바른 선택을 할까? 선택을 해본 사람이다. 좀 더 정확하게 대답하자면 선택을 자주 해본 사람이 올바른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 선택의 결과로 좋은 결과도 나쁜 결과도 이미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선택의 중요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꾸 선택하게 해야 한다.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 사역 현장, 고등부를 사역하는 한 친구가 화내듯 말했다.
“아니, 고등학생들이 바쁜 거야 누구나 다 알지.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바쁘다고 주보도 선생님이 만들고, 기도도 선생님이 하고, 인도도 선생님이 하고, 이것도 저것도 다 선생님이 하면 도대체 학생들은 뭘 하라는 거야? 선택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애들이 로봇도 아니고.”
물론 사역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학교에, 학원에, 기다리던 방학이 와도 쉬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교역자나 교사들은 학생들이 해야 할 일들을 조금씩 해주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학생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더 수동적이 되어, 그저 예배만 드리고 가기 바쁘다.
그러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선택할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다. 필자는 사역하는 동안 가능하면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한다. 단 기준이 있다.
첫째, 반드시 기준이 되는 폼(form)을 제공한다.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고 결정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건 학생들에게 너무 힘든 이야기다. 필자가 사역하는 부서에서는 예배 인도, 주보, 출석부 꾸미기, 특별행사 진행 등은 모두 학생 임원들이 한다. 이때 반드시 가이드라인은 잡아준다. 주보 같은 경우도 기본 폼은 주고 글씨체, 메인 사진, 광고와 같은 부분들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다.
둘째, 예외 기간을 반드시 둔다. 이를테면 시험 기간이다. 시험 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작은 시간을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럴 때, 필자는 임원과 찬양팀 학생들에게 약속을 한다.
“지금부터 2주 정도 목사님과 청년 선생님들이 이 일들을 다 감당할게. 대신 시험 공부 열심히 하고, 시험 마치면 다시 지금처럼 열심히 해줘~!” 시험이 마치면 학생들은 다시 자연스레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한다. 급할 때는 누군가 해 준다는 확신이 있으니,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셋째, 적극적으로 칭찬한다. 필자는 학생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 그것을 선생님들에게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칭찬해 달라고 부탁한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조금 실수한 부분까지도 격려하며 칭찬하면 다음에는 더 잘 하려고 한다. 더 예쁜 결과물을 가지고 온다.
그 결과물 중 하나를 공유하고 싶다. 고등부 출석판이다. 필자가 섬기는 부서는 매주 입구에 들어오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에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온다. 필자에게 출석판을 어떻게 꾸미는 것이 좋을지 묻기에, 마음껏 선택하라고 했다. 필요한 부분은 다 지원해 주었다.
그랬더니 3주에 걸쳐 이런 멋진 출석판을 만들어 냈다. 이름하여 ‘겨울 출석 에디션’이다. 본인들 말로는 2개월에 한 번씩 테마를 바꾸겠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니, 출석판을 살짝 자랑해 본다. 단지 필자 교회의 학생들이라서가 아니라, 이들이 우리 모두의 미래이고 한국교회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부서의 능동성은 학생들이 움직임에 달려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학생들이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 그 선택으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부서에 더 많은 애착을 보일 것이다.
2024년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해! 학생들이 결정하는 해!
이런 방향이 다음 세대가 성장하는 건강한 방향임을 잊지 말자.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