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대표의 독일 마약센터 방문기 (2)
1단계 마약 투약·유통·제조 등 확산
2단계 중독자들, 2차 사회 병폐 초래
3단계 2차 병폐와 사망자 감소 급급
4단계 비교적 덜한 대마초 합법화
◈마약 합법화의 4단계와 마약 복용센터
마약이 갑자기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마약의 확산 단계, 즉 마약 투약·유통·제조 사범의 증가 단계를 거친다. 적극적으로 정부가 마약 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거나 마약 유통 카르텔이 확장되는 것을 방임하는 경우 이 확산은 더욱 쉽게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마약 중독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두 번째 단계로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2차적 병폐, 즉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커진다. 즉 마약 중독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각종 감염성 질환(에이즈·간염 등)의 증가, 범죄·사고·가정파괴·사망 사고 등의 증가, 그리고 마약 생산 유통자들 간의 음성적인 범죄·폭력·테러가 발생하기도 한다.
세 번째 단계로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2차 병폐를 줄이고 사망자를 줄이기도 급급한 단계가 되어,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이나 단약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해진 상태에서 마약복용센터 혹은 마약 주사기 공급 등을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여 마약 투약 행위 자체에 대한 제제가 완화된다.
마지막으로 마침내 마약류 중 비교적 환각이나 금단증상이 적다고 알려진 대마초를 합법화시키기에 이른다.
실제로 최근 독일 출장 기간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큰 마약 센터를 탐방하게 되었다. 해당 마약 센터는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거나 시민들에게 마약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센터가 아니라, 마약 복용 센터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약 복용 센터
마약 중독자들 2차 사고 겪지 않고
안전한 마약 투약 위해 공간 마련
매일 250여 명, 연 8만 회 방문해
재활·회생 포기, 안전한 투약 목적
투약 과정, 직원들 절대 개입 못해
로날드 슈나이더 센터장은 해당 센터 운영이 2006년부터 시작됐고, 마약 투약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365일 쉬는 날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근무하면서 투약자들을 맞이하고, 그나마 월요일은 휴일이지만 부분 업무로 오후 5-11시까지 근무해야 할 정도로 마약 중독자가 많이 찾는 장소였다.
만약의 때를 대비, 주 3일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이 센터는 마약 중독자들이 투약 과정에서 2차 사고를 겪지 않고 안전하게 마약을 투약하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마약 중독자들이 거리에서 마약을 불법 구입하고 길에서 마약을 하다 주사 바늘을 잘못 찌르거나 감염돼 길에서 죽는 사람 수가 연간 150명에 이르고 관련 범죄도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마약복용센터가 설립돼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복용하게 된 뒤 사망자가 3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절대로 마약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이나 지침도, 경찰의 단속도 없는 공간으로 유지하여 마약 중독자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살게 하는 것이 목표이며, 마약으로부터 탈출시키거나 재활을 시키기엔 여력이 없어져 가는 곳이 바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다. 재활센터가 다 감당하기에는 마약 투약자가 너무나 많아진 것이다.
마약 투약 도중 쇼크나 호흡 곤란 등 응급상황이 오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은 모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센터에는 하루 200-250명, 즉 연간 8만여 회 마약 복용을 위해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위급 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들이 적극 처치해 아직 해당 센터에서 마약 복용을 하다 현장 사망한 경우가 없어 보람을 느낀다고 센터장은 설명했다.
주사기를 주고 사용한 주사기는 돌려받는 방식, 즉 새 주사기로 일대일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중독자들의 마약 주사기 재사용을 예방하며 연간 20만여 개의 마약 주사기가 교환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들은 심각한 마약중독자들이고, 이들 중 70%는 A형 간염에 감염돼 있으며, 10%는 에이즈 바이러스 즉 HIV(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된 상태이다. 그나마 센터가 에이즈나 간염의 확산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해당 센터에만 해도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예산 20억 원 가량을 해마다 지원하고 있었다.
적어도 해당 센터의 공간은 경찰이 출입하며 단속할 수 없는 법적 무풍지대라고 설명했고,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2차 사고나 범죄를 막아주니 경찰들은 이런 기관이 더 생겨서 경찰의 일을 덜기를 바라면서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올해 마약을 합법화시켰지만, 이미 해당 센터 이용자들은 헤로인이나 코카인 기타 크랙, 합성 마약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러 펜타닐 사용자도 있다고 했다. 그나마 헤로인은 고가여서 합성 복합 마약을 많이 사용하며, 하루에 6번이나 마약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들의 재활, 회생은 이미 포기된 상태다. 그저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고 홀로 마약중독 상태에서 최대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안전하게 마약을 할 수 있도록 나름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놓은 센터였다.
길거리에서 마약을 하면 거울을 보며 정확히 찌르기도 어렵고 위생적으로 마약 환부를 처리하기도 어렵기에, 위생적으로 거울을 보며 마약을 할 수 있도록 개인 이용 시설 칸마다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구토할 수 있는 시설, 알콜 스왑, 새 주사기, 솜과 간단한 소독제 등도 구비돼 있었다.
모두 사용이 무료다. 시 입장에서는 마약 중독자들이 에이즈를 퍼뜨리거나 간염을 퍼뜨리는 경우 더 천문학적인 경비가 들기에, 이런 시설을 고안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음껏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마약을 할 수 있도록 마약 주사기 공간과 연기 형태로 마약을 흡입할 수 있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어디를 찌르든 개인 취향이므로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마약 투약 과정에 직원들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18세 이상만 사용 가능한 시설이나, 미성년자가 사용을 원하면 반드시 보호자나 시설의 개입 속에 마약을 해야 한다. 해당 센터를 찾는 미성년자는 가급적 센터를 사용하기보다 빨리 단약하고 재활 치료를 받을 수있도록 부모, 학교, 시가 함께 협력한다. 지난 20년 간 단 3명의 청소년이 다녀갔지만, 마약 복용 센터를 사용할 정도면 더 이상 자신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마약 중독자이며 일상생활을 잘 소화해 내지 못하는 노숙자가 많다고 했다. <계속>
김지연
코야드 코리아 대표(청소년마약예방위원회 한국지부 대표)
사)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재)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 역임
이화여대 약대 졸, 백석대 중독상담학 석사 졸, 기독교상담학 박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