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디사이플스, <하나님의 성격 수업> 서창희 목사 북토크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성품 통해
자신의 성품 완전 다시 바라봐야
스펙·외모처럼, 성격 ‘파는’ 시대
하나님 주신 성격, 그 자체 선물
MBTI 맹신 안 돼, 타인 이해 도구
주신 성격대로 쓰임받는 크리스천
“대학의 별 중의 별, ENTJ 요셉! 학업과 프로젝트에서 항상 앞서가며 교수님과 동료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는다. 하지만 질투심에 불타는 몇몇 학우들이 소문을 퍼트리고, 스터디 그룹에서 그를 은근히 배제하기 시작한다. 요셉은 과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직장인 INFP 모세가 속한 회사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CEO인 바로는 회사의 빠른 성장을 우선시해 이 문제들을 간과한다. 반면 팀 리더인 모세는 동료들의 복지와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바로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모세의 제안에도 바로는 단기적인 회사 성장을 중요시하며, 직원들의 요구를 미룬다. 과연 모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대한민국 2030 직장인 ENFP 다윗! 사회 초년생으로, 여러 과제(골리앗)에 직면해 있다. 직속 상사의 불합리한 기대치와 시간 압박, 그리고 자신의 업무 능력에 대한 의심 등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다윗은 과연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돌파해야 할까?”
<하나님의 성격 수업> 출간 기념 북토크가 최근 서울 강남구 하다아트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북토크는 크리스천 청년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독서모임과 크리스천 네트워킹, 소셜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는 ‘크로스 디사이플스(CRoss Disciples·이하 CRD)’와 책을 출간한 생명의말씀사가 주최했다.
행사는 사전 참가 신청자들 설문을 바탕으로 MBTI가 비슷한 이들끼리 테이블별 소모임을 구성, CRD에서 제시한 상황별 토크를 나누고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위 언급처럼 각 조마다 특별 상황을 주고, 본인과 비슷한 MBTI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같은 MBTI를 가졌지만 거듭난 성격을 지닌 성경 인물이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는 CRD 리더의 질문에 저자인 서창희 목사가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서 목사의 직전 저서 <하나님의 투자 수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했던 CRD 리더가 진행을 맡았고, 해당 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은 이날 저자와 직접 만났다.
자신을 ‘꼰대 중의 꼰대 ESTJ’라고 소개한 서 목사는 출간 취지에 대해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셨다고 믿지만, 하나님이 내 성격도 창조하셨을지, 의도를 갖고 내 성격과 기질을 만드셨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자신의 성격에 대한 위축이나 열등감이 있다. 하지만 에서와 야곱이 쌍둥이라도 끌리는 부분이 달랐듯, 태초부터 나에게 주신 기질이 있다. 책을 통해 요즘 많이 사용되는 MBTI를 이용, 성격을 크게 8가지로 분석하며, 각 성격을 성경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쓰임받을 수 있을지 살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투자(하나님의 투자 수업)’에 이어 ‘성격’을 주제로 책을 쓴 계기에 대해선 “책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성도들의 고민에 응답하다 보니 책으로 나오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에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았고, 투자를 어느 정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도 되는지 묻는 청년들도 많아 했던 설교들이 <하나님의 투자 수업>으로 나온 것”이라며 “교회에서 ‘이런 사람은 나랑 안 맞더라’고 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10년 전 제가 MBTI를 통해 했던 이야기들이 지금 보편적으로 나눠지기 시작했지만, 분석에 그치고 있었다. 저는 목사이다 보니 이를 어떻게 성경적으로 바라볼까 설교하게 됐다. 설교 몇 편을 듣고 회심해 교회에 정착한 친구들도 있다. 성경 내용을 현실적으로 풀어 쓴 것”이라고 전했다.
책의 주안점에 대해선 “먼저 각 성격의 파워와 매력 등 강점을 바라봤다. E(외향성)와 I(내향성)를 예로 들면, E는 ‘연결성(connection)’이 키워드다. E인 청년이 와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나만의 무기가 없다’는 고민을 토로하더라. 저는 ‘그것이 바로 강점’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찾아와서 물을 수 있는 것 자체가 I에게는 힘든 것”이라며 “요즘은 이런 사람을 ‘인플루언서’라고 한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각광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구매하게 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라고 반문했다.
서창희 목사는 “I의 강점은 친밀함(intimacy)이다. I가 서비스업에 적절치 못하다는데, 그렇지 않다. 소수의 중요한 고객, VIP 대응에는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내면의 생각을 잘 정리해 글쓰기나 블로그 관리에도 적합하다”며 “그리고 각 성격의 ‘거듭남’이 필요하다. 우리 성격도 죄로 타락해 오염돼 있으니,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성품을 통해 나 자신의 성품을 완전히 다시 바라봐야 한다. E가 거듭나면, 자신의 외향성을 타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다면, 앞으로는 주변 외로워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다른 성격 분석 책들과 달리, 이 책을 통해 내 성격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추상적 이야기를 벗어나, 내 고유의 성격을 갖고 어떻게 사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지. 정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천으로서 성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선 “두 문장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성격에는 우연(偶然)이 없다. 그 안에 하나님의 계획과 신비가 있다. 그리고 성격에는 우열(優劣)이 없다. 이 두 가지를 굳게 믿으셔야 한다”며 “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성격이 바뀌고,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성격은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나 보다’, ‘성격 때문에 이성친구가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등 열등감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목사는 “조금 비판적으로 보자면, 이 시대는 성격조차 상품이 돼 버렸다. 스펙과 외모를 팔듯 지금은 성격을 파는 시대”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성격은 선물인데, 그 자체로 감사하고 기뻐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성격을 사겠다는 상품성으로 판단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창희 목사는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기에, 성격과 강점을 갈고 닦으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은 분들, 사회생활이나 결혼을 준비하면서 관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할 여정에 놓인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다”며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금세 넓어질 것이다. 누군가를 너무 안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각 성격의 강점들 속에서 자신을 점검해 보시면 좋겠다. 교회 나가기가 어려워지는 이유도 상처나 갈등 때문인데, 이 책을 통해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유익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 목사는 “오늘 질문이나 여러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계속 어두워지는 사회 분위기나 여러 친구들을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품게 됐다”며 “떨리고 부담되는 자리였는데,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 기쁘다. 저를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신기하다.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 주신 성격대로 쓰임받는 여러분 되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는 기념촬영과 사인회 등으로 마무리됐다. 다음은 참가자들의 사전·즉석 질문과 그에 대한 서 목사의 응답.
-교회 안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절대 단체로 다가가면 안 된다. 그들은 오늘 이런 모임도 괴로울 수 있다(웃음). 내향적인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그 분이 혼자 있을 때 홀로 찾아가시라. 친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다가가서 내가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너무 들이대지 말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마음을 열 것이다.
교회는 단체로 다가가기 때문에 내향적인 새신자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오늘 새로오신 분 일어나세요’ 하고 단체로 축복송 불러주지 않나. 저희 교회에 등록한 한 새신자는 등록 이유에 그거 안 해서 라고 적었다. 실화다. 내향형을 배려하는 교회 문화도 필요하다.”
-내향적이면서 상처가 많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뚝딱거리고 어색하고 입을 떼는 게 어렵다.
“관계를 넓히고 싶은 갈망이 있다면, 대신해 줄 한 사람과 함께 가라. 내향형의 특징은 ‘간접성’이다. 직접 잘 하지 못한다. 그 친구를 끼고 가야 한다. E나 덜 I적인 사람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러면 좀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도우미가 필요하다.”
-자신의 기질과 어울리지 않는 섬김의 자리에 있지만, 그럼에도 애쓰고 있는 리더를 향한 조언이 있다면.
“정말 잘 하고 계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런 마음을 갖는 자체가 이 책이 추구하는 바다. 문제는 약간의 지혜도 필요하다. 마음으로 원하지만 너무 지친다면, 구조를 바꾸고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책을 잘 읽어보셔야 한다(웃음). 분위기가 별로이고 힘들어졌는데 기도로만 이겨내려 하지 말고, 이 사람들이 어떻고 내가 어떻길래 이런지 구조적으로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교회 봉사 업무 배정에 MBTI 특성을 활용하는 게 좋을까.
“앞 질문과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격을 활용하면 팀을 좀 더 지혜롭게 구성할 수 있다. 교회에서 한 모임이 너무 오래 지속돼도 지칠 수 있다. 그래서 저희 교회는 4개월마다 팀을 교체한다. 처음 성도가 20명일 때는 매일 보던 사람만 보게 돼 3개월마다 바꿨지만, 200명이 된 지금은 다소 늘렸다. 시간이나 구성에 있어 지혜를 발휘하면, 공동체가 효율적이 될 수 있다. 무작위로 하기보다, 어느 정도 이러한 지혜도 필요하다. 너무 랜덤도, 너무 끼리끼리도 양극단은 곤란하다.”
-외향인으로 변화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주신 은사에 맞춰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가.
“단답형으로 하자면, 굳이 바꾸지 말자. 이 정도로 바꾸려 하는데 안 된다면, 안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외향성이 조금씩 생기기도 한다. 완화되는 것이다. 그 뒤에 새로운 일을 찾아보셔도 충분할 것이다.”
-하나님을 알아갈수록, MBTI는 별 상관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MBTI를 주제로 한 이유는, 현재 가장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다른 성격 파악 도구들에 비해, MBTI는 직관적인 장점이 있다. 숲을 보기 좋다. MBTI를 맹신하라는 게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타인 이해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오늘 행사를 앞두고 준비하시는 분이 극 J 같았다. 그래서 저도 시간을 꼭 맞추고자 했다(웃음). 이런 식의 이해를 위한 도구이다.”
-10대 청소년 소그룹에서도 MBTI와 이 책이 활용 가능할까.
“책을 좀 순화시켜 사용하시면 좋겠다. 오히려 요즘은 청소년 세대에게 더 필요한 내용이다. 예전 사춘기 때 외모로 열등감을 느끼듯, 요즘엔 성격으로도 열등감을 느낀다. 내향적이라는 이유로 인생 전체가 무너지는 불안한 친구들이다. 성격을 보고 서로 정죄도 많이 한다.
지금은 어려서부터 타인을 성격으로 재단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 성격을 왜 재단해야 하나. 잘 섬기고 거듭나기 위해 구분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마저도 편가르기에 활용한다. 재료는 같지만, MBTI를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 문제의식을 갖고 질문을 던지면, 청소년들에게 훨씬 잘 먹힐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 죄임을 알려주자.”
-MBTI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I인지, T인지 말하고 싶지 않은데 요구한다. 이게 괜찮은 걸까.
“그 마음은 절대로 이상한 게 아니다. 함부로 묻고 말하는 것이 충분히 불편할 수 있다. 마치 미국 사람들이 나이 묻는 걸 싫어하는 것과 같다. 어떤 수단이든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MBTI 자체 문제보다는 다가오는 사람의 시선, 상처 혹은 우월감 때문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MBTI 섬기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도전하고 싶다. 우리는 죄인임을 고백하는 존재이지만, 그것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지셨다는 것으로 새롭게 규정된다. 내가 타인에 대해 불편했던 것들이 좀 더 편하게 받아들여진다면, 자유함을 누릴 수 있다. 내 인생이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해진다면, 이혼 사실도 거리낌 없이 고백하게 되더라.”
-자신의 성격에 지나친 우월감을 가진 친구가 있다.
“대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이럴 때 이 책으로 함께 스터디나 나눔을 해보자고 하면 된다. J인 친구가 있다면, 계획이 무너졌을 때, 계획이 무산되게 하는 하나님이 계심을 알려줄 수 있다.”
-내가 E인지 I인지, T인지 F인지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아 이런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둘 중 하나로 성격이 좀 더 뚜렷해지는 것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 중립은 훨씬 강점이 있다. 내가 대하는 사람에 따라 관계가 살아날 수 있도록 역할 변경이 너무 쉬운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같이 울어줄 수도 있지만(F), 냉철하게 판단해줄 수도 있다(I). 둘 모두 가능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조금씩 중립으로 가게 될 수 있다. 명확한 색깔이 있다고 꼭 좋은 건 아니다.”
-성격이 바뀔 수 있을까.
“기질(temperament·氣質)은 태어났을 때부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선물이다.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 반면 성격(character·性格)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발달되고 다듬어지는 것이다. 사람은 기질이라는 밑바탕에 여러 경험과 교육이 더해져 고유한 성격이 형성된다. 기질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성격이다. 우리 성격은 하나님 원하시는 대로, 내 의를 죽이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크리스천 청년들이 삶의 현장 속에서 열매 맺도록 돕는 크리스천 청년 커뮤니티 CRD는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한 독서모임을 제공하며 8년 동안 약 4천여 명의 크리스천 청년들의 주중 훈련 공동체 행보를 이어왔다.
CRD는 북토크 외에도 2024년 1학기를 맞아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한 48개 분야별 독서모임을 개설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도 역동적 크리스천 청년 문화를 위해 북토크 및 크리스천 오프라인 네트워킹, 소셜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