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교회 이재학 목사의 이야기
가족같이 되려 몸부림치는 교회
개척 때부터 선교하고 돕는 교회
교회와 목회자들을 세우는 교회
우리는 날마다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재학 | 샘솟는기쁨 | 240쪽 | 17,500원
“하늘땅교회는 무명의 ‘어떤 교회’여도 좋다. 다만 오고 있는 하나님의 일을 알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하는 어떤 교회이면 좋겠다. 다만 하나님의 작은 일을 감당하는 어떤 교회이고 싶다. 우리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이 땅에서 주의 일을 감당했던 어떤 교회로 남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어떤 목사로 살아갈 뿐이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가 불후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를 열면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다”고 했듯, ‘행복한 교회’의 조건도 마찬가지 아닐까.
성도들 간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감싸주고, 주변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가가며 필요를 채워주고, 지역사회에 잘 뿌리내리면서 ‘좋은 교회’로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곳. 있으면 나눠주기 바빠 통장이 ‘텅장’ 되는 곳. 헤어지면 금세 보고 싶고,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가족 공동체.
“우리 교회 공동체는 가정 교회가 아니라 가정 교회 정신으로 가족같이 되려고 몸부림치는 교회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며 그들이 모인 곳이 교회이고 도시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를 통해 혈연을 넘어 진심으로 가족이 되어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날마다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다>는 저자 이재학 목사가 ‘부름’과 ‘세움’과 ‘보냄’으로 나눠 길어낸 하늘땅교회 이야기다. ‘말씀이 실제가 되는 교회론’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교회란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평소 우리가 생각했던 바람들을 몸으로, 삶으로 부딪쳐 짜낸 글들이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연고도 없는 오산 지역에 와서 처음 한 일은 도농 지역이고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방과후 놀이터와 운동장에 남겨진 아이들이 안타까워, 그들과 함께 축구하며 노는 일이었다.
1년이 지나 80여 명의 아이들이 방과 후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면을 스무 봉지 이상 끓여서 함께 먹고 축구하고 음료수를 마시고 헤어지느라, 3년 만에 빚이 2천만 원으로 늘어났다. 부모에게 외면당한 아픔이 있는 아이들 곁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줬더니, 신뢰가 쌓였다. 부모들이 교회에 나오기도 했다.
‘교회가 안정되면 선교하겠다’고 미루지 않고, 개척 때부터 ‘주손발 선교회’를 만들어 성도들과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필요를 채웠다. 외부 사역으로 받은 사례금은 모두 교회 장학위원회에 헌금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베풀었다. 모두 어렵다고 마음 문을 걸어 잠그는 오늘, 한 발 더 다가가 이웃을 살핀 결과다.
“교회는 마을 속에 존재한다. 성도는 마을의 주민이다. 교회는 주님을 따라 살기도 바쁘다. 한 영혼이 변하여 회심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을 모으려 하고 더 커지려 한다. 어떨 때는 교회가 사업장처럼 바뀌는 것은 아닌가 가슴이 아프다. 정작 해야 할 일은 이웃 속에 있는데, 계속해서 하나님을 큰 건물 안에 가두려 하고 들어오는 문은 늘 닫혀서 아무도 울 수 없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낮아지고 헌신하는 목회자이지만, 소진되지 않으려 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이 ‘소풍 목회’이기 때문. 동역하는 이들도 아침 시간에는 다른 일들 다 제쳐두고 읽고 쓰고 묵상하는 일에 전력한다.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진짜 소풍도 떠난다. ‘소풍’이라는 틀에 갇히지도 않는다. 지나가는 길에 성도의 가정이나 사업장에 들러 기도해 주기도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예수님을 믿은 것과 교회를 개척한 일이다. 진정한 가족을 만나고 세워 가는 사역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고 확장하는 일이었다. 그 신비가 무엇인지 알아 가고 있다. 교회는 많은 일을 하기보다 한 성도의 가정 회복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 눈에 보기에 좋은 허례허식 신앙 말고 가장 사랑해야 할 가까운 이웃은 가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땅에서도 하늘을 품고 지금 여기서 살아간다는’ 의미로 지은 하늘땅교회 목회 이야기만 들어 있지만, 한 권 교회론 책이 됐다. 성경과 신학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믿음으로 행동에 옮겼기 때문이다. 초대교회, 한국 초기 교회가 떠오른다.
“모든 사역은 교회가 존재하는 곳에서 다시 기록된다. 아무리 좋은 사역이라도 우리 지역에 오면 다시 만들어진다. 그래서 선교지는 신학의 현장이며 개척의 일기장이다. 많은 세미나를 다니지 않아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고 관심이라는 사실을 안다. 교회가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정말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있어 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교회는 무슨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곳에 자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성도들과 지역사회만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작은교회연구소’를 세워 교회와 목회자들을 세우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매월 모여 교회론을 연구하고, 실천적 대안으로 교회를 찾아가는 일을 한다. 하나님 나라는 함께 걸어가면 넓어지고 홀로 가면 아련한 먼 길이기에, 혼자 빨리 가는 길보다 함께 멀리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주님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흘려보낼 수 있다. 사랑은 흘려보내는 것이다. 축복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 땅에서 선교적 삶을 산다는 것은 흘려보내는 삶을 살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삶이 중요하다. 삶이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하늘땅교회가 그런 교회이기를, 이 땅의 모든 교회가 그렇게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