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다시 보기 22] 소통 위한 ‘교사 금지 5계명’
1. 우리 부서는 전통적으로~
2. 나는 교사 몇 년 차인데~
3. 지난번에 이미 해봤는데~
4. 마음 상하지 말고 들어봐~
5. 다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아이들은 본 대로 한다
엄마 게가 아이 게를 보며 화를 냈다. “넌 왜 자꾸 옆으로 걷니? 앞으로 걸어야지!” 답답한 나머지 시범을 보였지만, 엄마게 역시 옆으로 걷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 게가 옆으로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 게는 엄마가 보여준 그대로 했을 뿐이다.
필자를 포함한 교사 모두에게 이 우화가 마음 깊이 남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어쩌면 자주 엄마 게처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기도해야지!”라고 말하지만, 교사는 기도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사랑해야지”라고 말하지만, 교사는 사랑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서로 소통해야지”라고 말하지만, 정작 교사끼리는 소통하지 않는다.
요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소통이다. 어떤 조직의 임원이나 부서장이 바뀌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간담회이다. 서로 소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줄 모른다.
친한 청년이 공무원으로 일한다. 청년은 새로운 부서장과의 간담회 시간에 의견을 말했다.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 ‘울며 겨자먹기’로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역시 MZ는 다르네!”라는 비꼼이었다. ‘하라 한다고 진짜로 했냐’는 식이었다.
“소통합시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귀는 닫고 있다. 마음은 열려 있지 않다. 이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교사들끼리 소통이 안 될 때가 너무 많다.
감사하게도 사역 현장에서 보면 교사는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들어주려 하고, 이해하려 하고, 인내하려 한다. 칭찬할 만 하다. 다만 이상하게도 교사끼리는 소통이 안 된다.
교사 회의를 하면 항상 싸움으로 끝나는 부서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회의가 끝났다. 소통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확실하다. 교사끼리 소통이 안 되면, 아이들끼리도 소통이 안 된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아이들은 이미 교사끼리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과 과연 소통이 될까? 그렇지 않다. 교사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 아이들의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옆으로 걸으면? 아이들도 옆으로 걷는다.
교사가 앞으로 걸으면? 아이들도 앞으로 걷는다.
아이들은 본 대로 한다.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교사들끼리 서로 사랑하고, 교사들끼리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소통 위해, 5가지를 하지 마라
최근 SNS에서 핫한 영상이 하나 있다. ‘해외여행 금지 10계명’이라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부모님이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갈 때. 지켜야 할 계명이다. 그러니까 여행지에 가서 10가지를 말하면 안 된다. 10가지 가운데 몇 가지만 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직 멀었냐 금지!
-음식이 짜다/달다 금지!
-겨우 이거 보러 왔냐 금지!
-돈 아깝다 금지!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금지!
여행은 서로 즐기려고 가는 것이다. 서로 즐거우려면,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이는 교사끼리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서로 ‘다음 세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함께 여행길에 오른 동무이다. 당연히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선을 지켜야 즐거운 여행이 되고, 선을 지켜야 소통이 된다.
필자는 교사 세미나를 인도할 때, 반드시 소통을 위해 5가지를 하지 말라고 한다. 이른바 ‘교사 금지 5계명’이다.
첫째, ‘전통적으로 우리 부서는~’ 금지!
부서에서 강조해야 할 것은 전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다. 진짜로 소통하고 싶다면 부서의 오랜 전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만 강조하면 된다.
둘째, ‘나는 교사 몇 년 차인데~’ 금지!
교사의 연차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예수님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셨다. 교사는 매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매년 신입 교사와 같은 설렘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소통된다.
셋째, ‘이미 해봤는데(부정)~’ 금지!
경험은 중요하다. 그러나 굳이 예전 일들을 강조하며 시작부터 부정적일 필요가 없다. 한 번 해보고 안 되었다면, 두 번 해보면 된다. 그럼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하게 된다. 그런 과정 중에 서로 소통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넷째, ‘마음 상하지 말고 들어봐~’ 금지!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라는 것이 그렇다. ‘누구의 입장에서 사실인가?’ 더불어 이것을 자기 편한 대로만 말하는 것은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이미 상대방이 마음이 상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러지 말고 들어봐’라고 깔고 시작하는 것이다.
다섯째, ‘다 선생님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금지!
마음에 안 맞는 교사가 있을 수 있다. 뭔가 부족한 교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런 교사를 진짜로 위한다면, 충고가 먼저가 아니다. 기도가 먼저다. 소통을 빙자한 충고는 서로 간에 마음만 상하게 될 뿐이다.
내가 옆으로 걸으면서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너는 앞으로 걸어”라고 하지 말자.
내가 “바담 풍”이라 발음하며,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너는 바람 풍이라고 해”라고 하지 말자.
아이들은 본 대로 한다. 아이들은 배운 대로 한다. 소통, 교사끼리가 먼저다.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