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순환 주기 불일치와 그 측정
세시 정하는 역법 제정 문제
부활절, 매년 춘분 이후 첫
보름달 지난 다음 첫 일요일
유대교 절기 날짜에도 중요
1초의 탄생
채드 오젤 | 김동규 역 | 21세기북스 | 492쪽 | 28,000원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
“형제들아 때와 시기에 관하여는 너희에게 쓸 것이 없음은 주의 날이 밤에 도둑 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알기 때문이라(살전 5:1-2)”.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하시는 주요 사역의 ‘정확한 때’를 피조물인 사람들이 알 수 없다는 말씀이 신·구약 성경에 각각 나와 있다. 하나님께서는 두 큰 광명체로 낮과 밤을 주관하게 하고 저녁과 아침을 나누시는 등 ‘날과 시간’을 창조하신 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시계부터 원자시계까지 시간 측정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 《1초의 탄생(원제 A Brief History of Timekeeping)》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그 ‘때와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도록 하나님께서 태앙과 지구,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를 애초에 일부러 불일치하게 만드신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이처럼 시간은 하이데거가 탐구했듯 철학적 주제이기도 하다.
태양·지구·달의 천체 순환 주기는 자연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불일치 현상은 세시(歲時)를 정하는 역법(曆法) 제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인류는 시간 측정의 기술을 계속해서 개선시켜 왔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견인했다.
최근 4년마다(윤년) 돌아오는 ‘2월 29일’이 존재했던 것도, 음력에서 몇 년마다 ‘윤달(閏달)’이 편성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실제 자연의 흐름과 인류가 설정한 역법이 맞지 않아, 이를 조정하려 일종의 약속을 한 것이다.
인류에 연·월·일의 정확한 체계가 필요했던 이유는 처음엔 농경과 종교 제의 때문이었다. 철저히 그것을 발명해낸 사회의 이해와 우선순위가 반영돼 있다는 의미다. 유대교에서는 나팔절부터 7대 절기를 정확하게 지키기 위해 히브리력을 만들었고, 율리우스력 하의 로마 제국 시대 기독교는 매년 달라지는 부활절 날짜를 정해야 했다.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시간이 지나면 다가오는 부활절은 히브리력으로 유월절쯤 일어난 사건이고, 이는 춘분 이후 첫 보름달이 지난 다음 첫 일요일(주일)로 확립됐다. 부활절을 기준으로 종려주일을 비롯한 사순절과 성령강림절 등이 매년 바뀌게 된다. 과거 율리우스력이 지금의 그레고리력으로 바뀐 것도 종교개혁 이후 반종교개혁 세력, 가톨릭의 성무일과에 갈수록 오차가 누적되던 날짜가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
이처럼 서양의 시간 측정의 역사에는 기독교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1초의 탄생》은 이러한 기독교적 시간에 대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여행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던 요하네스 케플러의 천체 관측과 법칙 발견을 비롯해 동양의 시간 측정 역사와 시간을 정의하는 다양한 기준과 패러다임 변화,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 시계의 대중화 등 당대 최첨단 과학을 포괄하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계속 던지면서, 독자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인류가 시간에 매혹된 것은 ‘지금’이 아닌 ‘미래’를 알기 위함이었다”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으로는 지난 2018년 출간된 《시간의 탄생》이 있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문명의 역사’라는 부제로 ‘유럽 역사학계 최고의 지성’이라는 독일의 알렉산더 데만트 교수(Alexander Demandt)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3천여 년의 문명사 동안 ‘시간’이라는 개념과 그것을 대하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추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