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죽으셔야 했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묵상하며 부활 기다리는 사순절 (1)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하나님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다. ⓒ크투 DB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하나님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다. ⓒ크투 DB

사순절이 반환점을 지나 막바지를 향한 숨을 고르고 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이 없듯, 예수님의 고난을 성경과 함께 책으로 묵상하면서 남은 기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사순절에 읽어볼 만한 올해 출간 도서들을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먼저 국외 저자들이다.

예수의 죽음, 역사상 가장 중요해
정치·개인 가장 폭발력 강한 이슈

예수님이 오셔서 죽으신 50가지 이유
존 파이퍼 | 전의우 역 | 생명의말씀사 | 184쪽 | 13,000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이며, 21세기에도 정치적·개인적으로 가장 폭발력 강한 이슈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부정하는 것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바울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를 세었던 존 파이퍼 목사(John Piper)가 이번에는 ‘예수님이 오셔서 죽으신 50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매일 1가지 이유씩 읽어간다면 사순절 40일과 중간에 빠진 주일 6일까지 46일, 그리고 부활주일 너머까지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지난 2천 년 동안에도 가장 중요했던 ‘왜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죽으셨는가?’라는 물음이 21세기에도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50가지 답을 제시한다.

‘하나님의 진노를 받기 위해, 하늘 아버지를 기쁘시게 하기 위해, 순종을 배워 온전하게 되기 위해,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기 위해,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우리가 정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에게 깨끗한 양심을 주기 위해, 우리의 도덕적·육체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가 그분을 믿음으로써 살게 하기 위해, 결혼에 더없이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종·민족 간의 적대감을 허물기 위해, 영광과 존귀로 관을 쓰기 위해, 하나님이 가장 악한 것이라도 선으로 바꾸심을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은 기도이다. “누구도 예수님이 오셔서 죽으신 이유를 거부하지 않기를 구합니다. … 영원한 것들에 눈을 감는 무관심의 안개가 걷히고 천국과 지옥의 실재가 분명해지기를 구합니다. … 하나님, 우리 눈을 열어 그 어떤 인간이 아니라 당신께서 친히 예수님의 죽음을 계획하셨다는 것을 보게 해주십시오.”

아우슈비츠 수용소 속 소년 신앙
믿음 없으면, 어떤 행동도 불가능

나이트
엘리 위젤 | 김하락 역 | 228쪽 | 15,000원

“‘하나님은 어디에 있는가?’ 그때 내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교? 여기 교수대에 매달려 있지.’”

<나이트(La Nuit)>는 본지에 소개됐던 희곡 <샴고로드의 재판> 저자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앞서 소개한 존 파이퍼 목사가 <예수님이 오셔서 죽으신 50가지 이유> 서문에서 언급해, 함께 넣었다.

루마니아 출신 유대계 미국인 엘리 위젤(Elie Wiesel)은 15세에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돼 가족을 잃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198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탈리아계 유대인 화학자이자 작가인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이것이 인간인가>, 독일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Anne Frank)의 <안네의 일기>,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함께, 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존 파이퍼와 엘리 위젤은 갈보리와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유대 민족의 고난을 연결시킨다. 전 파이퍼는 집단수용소를 지은 ‘이른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갈보리로 이끈 사랑을 절대 알지 못했고, 누가 예수님을 죽였는지보다 무한히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그분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 죽게 하심으로써 우리와 같은 죄인들을 위해 무엇을 성취하셨는가?’라고 통렬히 지적한다.

▲조명을 받아 땀을 흘리시는 듯한 예수님의 모습. ⓒ크투 DB

▲조명을 받아 땀을 흘리시는 듯한 예수님의 모습. ⓒ크투 DB

수용소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한 평범한 소년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책을 통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를 잃어버린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그는 후일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게는 믿음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그가 창조한 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믿음이 없으면 어떤 행동도 불가능합니다. 행동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장 큰 위험인 무관심에 대한 유일한 치유책입니다. … 우리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은총의 순간이고 한 시간 한 시간이 헌신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은총과 헌신을 나누지 않는 것은 이를 배반하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목숨은 자신의 것만은 아닙니다. 목숨은 우리를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매일 예수님과 단둘이 10분이라도
부활, 악한 자 궤멸됐단 기쁜 소식

헨리 나우웬의 주의 길을 내게 보이소서
헨리 나우웬 | 윤종석 역 | 두란노 | 244쪽 | 16,000원

“분명히 사순절은 내게 아주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삶의 매 순간 주님의 길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생각, 주님의 말씀, 주님의 행동을 선택해야만 한다. … 그런데 나는 주님을 선택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산다. 주님, 부디 가는 곳마다, 순간마다 저와 함께해 주소서. 이 기간을 충실하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부어 주소서.”

꾸밈 없는 솔직함 속에서 길어낸 웅숭깊은 영성으로 개신교와 가톨릭 독자들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20세기 수도사’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사순절 묵상집이다. ‘Show me the way’라는 제목으로 그가 썼던 저서 15권에서 발췌한 선집이다.

이에 대해 출판사는 “하루 10분이라도 독자를 일깨워 분주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예수님의 사랑의 음성을 능동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기도와 묵상의 시간으로 인도하기 위함”이라며 “매일 예수님과 단둘이 10분만 보내도, 당신의 삶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례서나 복음서에서 그날에 해당하는 본문을 간략히 인용한 하나님 말씀과, 독자의 실생활로 이어지는 간략한 묵상글, 그리고 신앙을 현실로 옮기는 ‘우리의 기도’로 구성돼 있다.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절 6주간을 ‘내려가는 길’,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섬기시는 하나님’, ‘주의 세미한 음성을 들으며’, ‘고통을 통과한 영광’, ‘하나님의 눈먼 사랑’, ‘십자가의 길’ 등의 주제로 구성한 뒤 ‘죽음에서 생명으로: 영생의 길이 열리다’라는 부활주일 묵상으로 마무리된다.

“부활절은 하나님의 임재가 직접 느껴지지 않을 때조차도 그 분이 임재하심을 일깨워 준다. 부활절은 세상만사가 악화되는 듯 보여도, 악한 자가 이미 궤멸됐다는 기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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