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포럼서 ‘북한의 경제 사회 실태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 강의
배급제 중단, 장마당서 생계 활동
우리가 탈북민들 잘 돕는 게 중요
일자리 제공, 편견·차별 없는 정착
극동포럼(회장 정연훈)이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수동 극동아트홀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강사로 제54회 극동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사회 각계 인사 및 방송 청취자 600여 명을 초청해 ‘북한의 경제 사회 실태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년 동안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해 밝혀진 여러 북한의 경제와 사회 실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수치들은 탈북민들을 통해 생생하게 들은 북한 실상에 대한 첫 번째 여론조사라고 한다.
김 장관은 통일부의 탈북민 조사 결과를 ①북한 정권의 실패 ②계획경제와 통제의 틈새에서 시장으로 향하는 주민들 ③더디지만 변화하는 주민들 ④최근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 ⑤윤석열 대통령 3.1절 기념사와 통일 ⑥향후 통일부의 정책 방향 등 6가지 내용으로 나눠 강연했다.
장관에 따르면, 북한은 사실상 ‘배급제’가 중단돼 당국이 식량 배급을 하지 않아,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나가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탈북민 응답자의 93.4%는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약품들까지 병원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 구입하고 있는 실정.
김영호 장관은 “핵과 미사일 등 여전한 국방비 과다 지출로 민생고가 가중돼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나날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며 “작년에는 무려 16억 원을 핵 개발비로 쏟아부었는데, 이는 전체 북한 주민들의 4년치 식량비”라고 전했다.
북한 정권 부패 원인으로는 56%가 ‘뇌물 문화’를 꼽았고, 최근에는 응답자 93.1%가 “북한 빈부격차는 김정은 집권 이전보다 더욱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 의식이 점차 변화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문화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꼽았다. 그는 “이제 북한을 군사적 측면이 아닌 문화적 측면으로 들여다 봐야 하고, 67%를 차지하는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외부 영상물을 통한 문화에 눈을 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큰 몫을 차지한 것은 한국 드라마. 이에 대해 “드라마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밝아지고 있다. 북한 주민 83%는 한국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고, 이것이 탈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탈북민들의 대다수는 극동방송을 북한에서 들은 경험이 있고, 이를 통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탈북한 경우도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또 “북한 주민들은 점차 정권을 위한 희생보다 개인사를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무려 53.2%로 증가했다”며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 비중이 45.9%를 차지하는 등, 여성의 위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응답자의 59.6%는 김정은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배급제 중단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정권 불신의 주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54.9%가 3대 세습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여러 변화로 더욱 대남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남한 동경 분위기가 올라가자, 지도에서 남한을 지우거나 한국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등 정보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상화 함몰 교육으로 북한에서도 사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 장관은 “남한에서 탈북민들을 잘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3만 4천 여 탈북민이 남한에 살고 있으며, 이들을 위해 정부는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해 그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김영호 장관은 “정부는 지속적으로 탈북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 없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북한은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올라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통일 정책과 통일 외교, 한미 관계 등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더 확신을 갖고 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는 “한반도 정세를 직시하고, 급변하는 정세에 발맞춰 바람직한 통일한국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이번 54회 극동포럼을 개최했다”며 “이 시간을 통해 한국 모든 성도님들이 마음을 하나로 합해 이 땅의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통일을 이끄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취지를 전했다.
정연훈 극동포럼 회장은 “현재 한반도 실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통일을 향한 공감대 형성과 평화통일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김영호 장관을 초청해 포럼을 열게 됐다”며 “포럼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잘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 2003년 출범해 54회째를 맞이한 극동포럼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 한승수 전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성김·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등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시대의 주요 명제를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조명하는 포럼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