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7)
사람과 세상 변화 어떻게 생기나?
목표는 무언가 이루겠다는 집념
목적은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
습관, 매일 구체적으로 제자의 삶
오늘 지배하는 존재 목적 무언가?
그리스도 닮아갈 작은 습관의 삶
선교 현장에서 늘 고민하면서 묻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변화, 그리고 세상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이 질문이 선교 현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변화를 목표로 한 선교 사역에서 실제 사람이 변화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과 함께, 그래도 변화된 사람들을 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 혁명적으로 나타나는 돌파구의 순간은 우리에게 언제 오는가? 그것은 이전에 우리가 행했던 수많은 행위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로부터 온다.
마치 그것은 중국 모소 대나무가 심은 지 5년 동안은 아무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5년 후 뾰족히 싹이 난 후 6주 만에 30미터 크기로 훌쩍 자라는 것과 같다. 그 사이 대나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나무는 그 사이, 우리가 보지 못한 땅 속 저 깊은 데서 존재의 발현을 위해 목숨 건 사투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목회할 때부터 목표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러나 선교 현장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목적이다.
목표와 목적은 다르다. 목표는 어떤 것을 이루겠다는 집념이다. 사람들은 목표를 이룬 후 짧은 순간의 만족감(사람들은 그것을 행복감이라 부른다)에 빠지거나, 반대로 깊은 허탈감에 빠진다. 목표는 성취를 위해 존재할 뿐, 우리의 성장과 상관 없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 중 수상 후 더 좋은 작품을 쓴 작가는 아직 없다. 이미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무엇이고 목적은 무엇인가? 목표가 업적이라면, 목적은 존재다. 목표가 성공이라면, 목적은 사람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가 내가 무엇을 이룰 것이냐보다 더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가 목적이라면, 내가 무엇을 이룰 것이냐는 목표다.
목회 성공과 교회 성장이 목표라면,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은 목적이다. 습관은 그리스도의 제자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정한 사람에게 매일 지속되는 필수적인 행동의 과정이다. 습관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5년을 가르치면서 사람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님을 알았다. 신학교에만 오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던 사람도 졸업 후 똑같은 사람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목적은 없고 졸업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많은 아프리카 학생들은 자기 성취 수단으로, 대학 교육 대용으로 신학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한국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교회는 자기 성취가 존재의 목표가 되고, 자기 실현이 존립의 목적이 된 한국과 유럽 교회가 결국 침체에 빠진 전철을 따르지 않도록 무릎 꿇고 기도할 때다.
그래서 내가 학생들과 목회자들에게 꼭 가르치기로 한 것이 있다. 제자훈련이다. 제자훈련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거룩한 목적과 함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삶의 수단을 가르치기 때문에 사람이 변화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래서 학생(목회자)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여러분이 요즘 반복적으로 행하는 습관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써보세요.’ 아침 몇 시에 일어나고, 일어나서 무엇 하고, 낮에는 어떻게 살고 저녁은 어떻게 마치는가? Q.T(Quiet Time)와 S.J(Spiritual Journal)은 아마 내가 아프리카 신학교에 처음 시작한 교과과정일 것이다.
묵상과 글쓰기 또한 나에게 배운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주제다. 나는 학생들이 성경을 읽고 깨알같이 쓴 Q.T를 보내오거나, 자신의 삶을 묵상하고 눈물로 쓴 성찰의 글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들이 하나님의 사람이 되겠다는 분명한 목적과 함께,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서의 영적 습관을 가진다면 미래 교회의 주인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오늘을 지배하는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는 구체적 삶의 수단은 무엇인가?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습관은 또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구원받았어도 변화되지 않은 것은 구원 이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삶의 습관이 없기 때문이다.
마귀의 최대 작전은 우리를 구원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후 우리로 옛 습관대로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의 소나기보다 한 달간의 이슬이 더 많은 물을 가져온다’는 이스라엘 속담이 있다. 일상 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이렇게 해 보자.
첫째, 습관 점검. 나의 일과 속에 나도 모르게 자리잡은 습관들을 있는 대로 노트에 써보자. 둘째, 목적 점검. 내 삶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써보자. 목적이 목표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적에 따라 오늘 내 삶을 지배하는 습관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자.
셋째, 새로운 습관의 시작. 그리고 새로운 습관을 하나씩 시작해 보자. 아주 작게, 그러나 꾸준히 시작해 보자.
한 노인이 어느날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화 끈을 매고 있었다. 손자가 물었다. ‘할아버지, 왜 운동화를 신어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응, 운동하려고’. 그날 운동화 끈을 조여 맨 할아버지는 하루 10분씩 걷기 시작했고, 다음 달부터 매일 3킬로미터씩 걷기 시작하더니, 다음 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제임스 클리어가 쓴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에 나오는 이야기다. 보스톤 마라톤 완주는 어느 날 아침 운동화 끈을 질끈 묶는 데서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두 한국 선교사가 차를 몰고 캄팔라 시내로 나가고 있었다. 그 중 한 선교사가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만 보면 도어를 열고 물건을 사고 있었다. 사과도 사고 휴지도 샀다. 대부분 조악한 제품이었다.
다른 선교사가 물었다. “선교사님, 수퍼마켓에 가면 좋은 것을 살 수 있는데, 왜 하필 거리에서 물건을 사나요?” 그가 대답했다. “예, 어느 날 제가 기도하는데, 가난한 사람에 대한 긍휼의 마음이 없는 것을 알았어요. 어떻게 그것을 회복할까 하다가, 거리에서 파는 가난한 사람들의 물건을 사주어야겠다 생각했어요”.
나는 그 일을 통해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긍휼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습관의 큰 사랑인 것을 알았다. 그 날부터 나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사람으로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고 있다. 이를 위한 삶의 수단으로 매일 좋은 삶의 습관들을 가져야 한다.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의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안에 감추어졌음이라. 우리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그와 함께 영광중에 나타나리라(골 3:3-4)”.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작은 습관의 삶은 평소에는 감춰져 잘 보이지 않지만,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 그와 함께 영광 중에 살게 될 위대한 하늘의 삶의 작은 연습이다.
그렇다. 우리 현재 모습이 과거에 살아온 결과라면, 미래 모습은 지금 살고 있는 삶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날마다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 보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기 원하는가? 나는 그를 위해 오늘 어떤 삶의 습관을 가졌는가?’
이윤재 선교사
우간다 쿠미대학 신학부 학장
Grace Mission International 디렉터
분당 한신교회 전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