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학생인권조례 두 번째 폐지 의결에서 찾는 교훈
논란 됐던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의회 3분의 2 의석 확보해도 힘들어
퀴어축제도 선거 결과 따라 결정돼
성도들 거리 안 나서도 되는 투표를
22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충청남도 도의회가 지난 3월 19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두 번째 의결한 사건은 이번 22대 총선을 비롯한 주요 선거의 중요성, 그리고 크리스천들이 적극 투표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번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한번 제정된 법률과 제 규정들을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
충남도의회는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붕괴 주 원인으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일면서, 충남도의회가 지난 12월 15일 본회의에서 최초로 폐지안을 가결시켰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전국 7개 시·도 지자체 중 최초였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충남교육감이 절차에 의해 지난 1월 3일 도의회에 재의요구안을 제출했다. 재의요구안은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한 제도다. 재의 요구시 국회처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했고, 결국 지난 2월 2일 본회의에서 출석의원 3분의 2에 2명이 부족해 폐지안이 부결됐다.
이에 지난 19일 다시 여당 도의원들 34인이 만장일치로 폐지안을 다시 통과시켰으나, 교육감이 또 다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다시 폐지가 불투명해진다. 충남도의회는 국민의힘 의원 숫자가 3분의 2 이상이지만, 불출석과 의견 불일치 등으로 지난 1월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도 조례 내용에 부정적인 국민의힘 의원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폐지안에 대한 내부 논의가 이뤄지던 중 전교조 등이 제기한 폐지안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인 3월 8일에도 의장 직권으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발의가 논의됐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이처럼 의회에서 과반수, 아니 3분의 2 이상인 70%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한번 제정된 규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충남은 행정부의 재의요구권을 활용했고, 서울에서는 사법부의 가처분 판결까지 얻어냈다.
지난 4년 간의 21대 국회는 어땠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에 우호적인 더불어민주당 등 세력이 절반이 훌쩍 넘는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교계와 시민단체는 4년 내내 가슴을 졸이며 기도해야 했다. 때로는 금식과 철야기도도 해야 했고, 교회와 골방에서 조용히 머물던 성도들이 거리에 나와 소리 높여 외치거나 심지어 삭발까지 불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주도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만 4건이 발의됐다.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나친 입증 책임과 처벌 규정 등으로 인해 교회나 기독교 학교 등에서 통상 이뤄지던 전도 등 여러 종교활동에 각종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서구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통해 넘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장애나 성별 등의 차별금지 항목에 ‘성적지향·성적 정체성’을 끼워 넣으려다, 최초 발의로부터 15년 이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국회 회기가 바뀌어도 끈질기게 입법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다. 동성결혼 인정을 노린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 생활동반자법과 비혼출산지원법, 건강가정기본법과 아동기본법 개정안, 일하는사람기본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동성애를 비롯한 비성경적 법안 제정 및 개정 시도가 잇따랐다. 결국 교계를 중심으로 ‘17개광역시도 악법대응운동본부(악대본)’까지 조직된 이유다.
퀴어축제는 또 어떤가. 조직위 측이 원하는 서울광장 장소 사용은 박원순 시장 시절인 지난 2015년부터 허락돼 왔다.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릴 때마다, 수십 만의 성도들이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더운 여름날 빗속에서 국민대회에 참석해 주일 전날인 토요일 5-6시간 동안 거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
오세훈 현 시장 당선 후 흐름이 바뀌면서 지난 2023년에는 각종 법규와 서울시 조례 취지에 맞게 허락되지 않고 있다. 올해도 다른 비슷한 곳에서 축제는 열겠지만, 최소한 그들이 ‘상징적으로’ 여기는 서울광장만큼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시장의 대구시에서는 지난해 그들의 ‘상징적 공간’을 두고, 초유의 ‘공권력 간 충돌 사태’까지 빚어졌다. 복잡한 과정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22대 국회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군형법 92조6 폐지를 비롯해 친동성애 활동에 앞장서 왔던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야권 비례대표인 더불어민주연합 당선 가능권에 배치돼 국회에 무혈 입성할 뻔 했던 위기가 대표적이다.
크리스천 유권자들은 이러한 일들을 분명히 기억하면서, 이번 22대 총선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피면서, 국회의원 경력자라면 각 후보자들의 지난 의정활동이 성경적 세계관과 얼마나 부합했는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 최소한 지난 서너 차례 국회 회기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의원 명단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재를 뿌리는 크리스천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형 확정 직전인 극단주의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급조된 정당을 추종하며 선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극렬층에 부화뇌동하면서 대통령 탄핵까지 거리낌 없이 거론하 이들도 있다. 지지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이유로, 몇 년 전과 달리 탄핵에 대한 입장도 180도 바꾼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한번 제정된 법률과 규정은 고치기도 없애기도 매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이후 4년은 지난 4년과 달리 평범한 기독교인과 학부모들이 더 이상 거리에 나오는 일이 없길 바란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기보다, 소금과 빛처럼 각자 맡은 자리에서 세상을 위해 조용히 봉사 헌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