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스콜라 신학, 당대 지적 도전에 대한 반응”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11차 마스터스 오픈강좌 열려

정통주의=내용, 스콜라주의=방법
어떻게 논증·설명하는가? 방법론
다양한 학문들과 밀접한 관계 속

정통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상호 견제 및 대결과 조화 등 융합
자연의 사다리론, 교리 수립 활용

▲최더함 교수. ⓒ크투 DB
▲최더함 교수. ⓒ크투 DB

마스터스개혁파총회 주최 제11차 마스터스 오픈강좌가 ‘스콜라 신학과 개혁주의’라는 주제로 3월 30일 오전 서울 은평구 바로선교회에서 개최됐다.

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교수인 최더함 박사는 개혁주의를 비롯한 개신교 일부 신학계에서 중세 시대 전성기를 맞은 스콜라 신학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바로잡고 바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강좌를 기획했다. 이에 △스콜라주의(Scholasticism)란 무엇인가 △스콜라주의의 영향 △개혁파 스콜라주의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스콜라(schola)’는 헬라어 ‘스콜레(자유로운 시간)’와 동일한 의미로, 로마 문화에서 ‘스콜라티쿠스(scholaticus)’는 넓은 의미에서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켰고, 이는 오늘날 학자라 불리는 이들이다.

최더함 박사는 “정통주의(Orthodoxy)는 종교개혁 이후 16-18세기 일어난 운동으로, ‘스콜라주의’와 다른 것이다. 전자는 ‘올바른 내용’을 가리키고, 후자는 ‘학문적 방법론’과 관계된 것”이라며 “정통주의는 역사의 특정 기간을 가리키지만, ‘스콜라주의’는 특정 시기를 넘어 모든 학문의 방법론을 제공한 원천”이라고 소개했다.

최더함 박사는 “개혁주의 신학은 ‘스콜라 신학’과 동의어가 아니다. 물론 개혁주의 학자들은 스콜라적 방법론을 이용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신학 방법론은 아니”라며 “개혁파 스콜라주의란 정통주의 시대 실행된 학문적 신학으로, 스콜라적 방법으로 교리를 설명할 때 사용된다. 개혁주의 신앙고백들과도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통주의는 종교개혁 이후 18세기까지 새롭게 나타나고 형성된 개신교 핵심 진리와 체계를 말하고, 스콜라주의는 그 정통주의 신학을 어떻게 논증하고 설명하는가의 방법론을 말한다”며 “개혁파 스콜라주의는 교회가 고백한 신앙고백적 내용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학을 일컫는다”고 비교했다.

일부 개신교인들과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단편적 학문과 사고로 ‘기독교는 어떤 스콜라적 논증법도 용납하지 않는다’, ‘스콜라주의는 성경적 증언의 이성주의적 곡해를 수반하게 된다’며 스콜라주의를 모두 거부하거나, ‘스콜라주의가 어떻게 종교개혁 영웅들과 연결될 수 있느냐’며 ‘다시 중세 암흑기로 복귀하자는 것이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더함 박사는 “그러나 스콜라적 개혁파 학자들은 자신을 진리의 고유한 원류처럼 가장하지 않았고, 참된 교리를 새로 발굴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종교개혁가들의 제자들로서 복음의 본질과 모든 함축적 의미에 대한 광범위한 입장을 포괄하는 신학을 정립하길 원했다”며 “개혁파 스콜라 학자들은 모든 시대의 교회들이 수용해 온 신학과 같은 노선을 따르고자 했고, 과거 탁월한 교부들과 같은 신학적 입장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스콜라 신학의 정립은 문헌학·주석학·철학 등 다양한 학문과 밀접한 관계 속에 있다. 스콜라 신학은 다른 학자들의 견해를 단순히 읊조리지 않는다”며 “스콜라 신학은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그 입장이 가진 함의들을 명료하게 만들고자 했다. 스콜라 신학은 신학의 조련사도, 이단적인 마녀 사냥꾼도 아니다”고 정리했다.

13세기 중엽 유럽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기초로 한 스콜라주의가 태동해, 14세기 전성기를 맞아 거의 모든 대학에서 강의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론·해석론·논증-선험적 분석·논제론·궤변 반박 등의 도구를 활용했다. 이와 함께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 신학은 <기독교 교리>, <삼위일체론> 등의 저서로 변증과 기독교 교의학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그는 “이 시기는 신학이 곧 철학이고 철학이 곧 신학이던 시절로, 스콜라 철학은 스콜라 신학과 동의어였다. 어거스틴의 신론은 예정론과 자유의지론 등 신학의 기초가 됐다”며 “중세 신학은 한마디로 정통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상호 견제 및 대결과 조화를 통해 절묘한 융합을 한 결과였다”고 풀이했다.

예를 들면 정통 신학은 피조물인 자연에도 하나님의 진리가 들어 있다고 보았는데, 여기에 아리스토텔레스주의가 말하는 ‘자연의 사다리’ 이론을 결합해 인간 이성으로 진리를 파악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듯 점차 하나님께로 다가간다고 봤다. 이 ‘자연의 사다리’ 이론은 중세 교회 교리 수립에 적극 활용됐고, 교회 직분자 계급화에도 응용됐다.

시기별로 구분하면 초기(11-12세기)에는 안셀무스(Anselm, 1033-1109)와 피터 롬바르두스(Peter Lombaedus, 1096-1160) 등이 교부신학을 기초로 기독교 근본 교리를 스콜라 철학으로 탐구했으며, 플라톤주의 경향이 농후했다.

중기(13세기)에는 십자군 전쟁 이후 아랍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저작들이 유입되면서 스콜라 학문의 전성시대가 전개된다. 이를 <신학대전(Summa Theologiae)>을 통해 집대성한 인물이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이다. 이 외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bertus Magnus, 1206-1280)와 둔스 스코투스(Johannes Duns Scotus, 1266-1308) 등이 유명하다.

후기(14-15세기)에는 이성과 권위가 분리되면서 스콜라주의가 쇠퇴하다, 종교개혁으로 소멸됐다. 이는 19세기 ‘신(新)스콜라주의’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는데, 아퀴나스의 사상 체계를 부흥시키고자 로마가톨릭 진영에서 일어난 철학운동이다. 교황 레오 13세가 신앙과 이성의 조화 속에서 진리의 체계를 수립하고자 시도했다.

최 박사는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신학과 지성, 즉 철학의 조화를 시도했다”며 “문제는 신학을 지나치게 이성으로만 설명하고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학대전>은 1부에서 신론을 담았고 2부는 인간론·행위론·윤리학, 3부는 그리스도론·교회론·성례론 등을 다룬다. 그는 49세로 죽을 때까지 무려 420여 권을 저술했다.

이 외에 스콜라주의의 특징은 △이성과 신앙의 일치: 종교적 진리와 합리적 탐구 원칙의 양립성 증명 노력 △포괄적 체계 수립: 삼단논법과 논리적 추론 등 변증법적 탐구 방법 사용 △신학을 위한 철학 사용:철학의 시녀화 등이다.

최더함 박사는 “스콜라 철학은 당대 여러 지적 도전에 대한 반응이었다. 스콜라 철학은 중세 대학 시스템, 특히 유명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11-13세기 대학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 기간을 ‘중세의 황금기’라 부른다”며 “경제와 인구 증가로 지적 탐구 활동이 요구되면서, 대학 설립이 가속화돼 1300년대에는 대학이 20여 곳으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또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희구는 당시 사회상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많은 평신도와 성직자, 지방행정관, 사무원, 상인, 정부 관리 등이 생겨났고, 공문서와 계약서 등을 읽고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해졌다”며 “기존에 수도원 학교나 성당 학교 등이 존재했지만, 이러한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 설립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논박(disputatio)은 대표적인 스콜라 학문 방법이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도 면죄부 남용에 대한 ‘신학적 논박’을 요구한 것이었다. 칼빈은 ‘제네바 아카데미’는 매달 모든 학생들이 에 참여하도록 했고, 개혁주의 진영은 이후 그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도 세미나와 심포지움, 토론회 등 ‘논박’이라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며 “논박의 3요소는 읽기(lectio), 숙고·묵상(meditatio), 질문(quaestio)이다. 개혁파 학문 전통은 문제의 진술(status), 반대 주장(objectiones), 긍정적 입장(sic), 반론들에 대한 논박(fontes solutionum) 등”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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