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 성경’ 지지하자… 기독교계 찬반 논란 격렬

뉴욕=김유진 기자     |  

▲자신의 가죽 성경을 공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쳐

▲자신의 가죽 성경을 공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난주간 동안 ‘하나님께서 미국을 복되게 하신다’(God Bless the USA)는 이름의 성경을 지지한 데 대해, 기독교계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성명에서 유세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곡 ‘God Bless the USA’을 부른 가수 리 그린우드(Lee Greenwood)와 함께 이 성경을 홍보했다.

이 성경책은 59.99달러에 구매할 수 있으며, 킹 제임스 버전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미국 헌법, 권리장전, 독립선언서, 충성의 맹세 및 그린우드가 친필로 쓴 곡의 후렴구가 포함돼 있다.

전 대통령이 성경을 홍보한 것은 진보적 기독교 지도자들의 분노를 샀지만,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저명한 보수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의 토니 퍼킨스 회장은 C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누군가에게 성경을 읽도록 권장한다면 성경 홍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침례신학교(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윤리 및 공공신학 교수인 앤드류 T. 워커는 월드 매거진 기고에서 “미국의 건국 문서를 하나님의 말씀과 결부시키는 것은 시민 종교의 혼합주의적 표현으로, 이는 우리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들, 더 중요하게는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허용해야 할 수준보다 더 멀리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러한 성경은 결코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은 내가 성경 또는 헌법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나는 둘 다를 매우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결국 종교 시민적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둘을 결합하는 것은 보수정치를 위한 정체성 정치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CNN과 인터뷰한 다수의 진보적 기독교 목회자, 활동가, 신학자들은 트럼프의 성경 홍보가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미시시피주 잭슨에 위치한 리폼드신학교(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제마르 티스비는 “성경에 포함된 것과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주 오랜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성경이 분노를 일으킨 이유는 독립 선언서, 미국 헌법, 심지어 리 그린우드의 노랫말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것을 성경에 추가하고, 성경에 특정 정치적 문서를 수록해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완전히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진보 인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트럼프의 행위를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성경 홍보가 사실상 “진정한 신자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MSNBC의 ‘모닝 조’(Morning Joe)에 출연해 “사람들은 이것이 성경을 진정으로 믿는 우리에게 얼마나 모욕적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적 기독교 라디오와 뉴스맥스 사회자인 토드 스타네스는 트럼프의 성경 지지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 진영을 ‘우오크 복음주의자들(wokevangelicals)’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미국 헌법과 독립 선언서에 익숙해질 것을 촉구했다”면서 “무신앙인들과 우오크 복음주의자들에게 일어난 반응은 가엾고 슬프다”고 썼다.

보수 기독교인이자 밴더빌트대학교(Vanderbilt University)의 정치학 및 법학 교수였던 캐럴 M. 스웨인도 스타네스의 논평에 동의했다.

스웨인은 엑스에 “트럼프가 리 그린우드의 미국 성경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왜 그토록 분개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더 많은 사람들이 성경과 건국 문서를 읽는다면 미국은 더 나아질 것이다. 이를 한 권으로 묶어 두면 우리 국가와 그 토대에 대해 더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페인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성경으로부터 수익을 얻고 있지 않으며, “도널드 J. 트럼프, 트럼프 조직, CIC 벤처스 LLC 또는 해당 주체나 계열사가 이를 소유, 관리 또는 통제하지 않는다”고 기재돼 있다.

가수 그린우드도 지난달 29일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련의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그린우드는 “나는 이 성경을 출판하는 회사와 별도의 계약을 맺었고, 그(트럼프)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상관관계가 없다. 그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그는 어떤 성경이라도 들고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린우드는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식 때 성경에 손을 얹은 것을 언급하며 “이것은 그가 실제로 전 세계와 미국, 모든 시민에게 ‘나는 여러분을 보호할 것이고, 여러분이 믿는 것과 같은 것을 믿으며, 이 나라가 믿음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게 해주겠다’고 말한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좌파 진영이라고 해서 그들이 신앙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단지 성경 홍보를 통해 신앙을 전파한 것에 대해 나와 도널드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가 자신이 쓴 ‘God Bless the USA’ 성경에 서명한 것일 뿐이라며 “그(트럼프)는 좌파 진영의 사람들에게도 이번 주말 교회에 가서 부활절을 기념하길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경 지지 발언은 트럼프가 미국 내 반기독교적 정서를 그의 올해 대선 캠페인의 주요 타겟 중 하나로 삼는 가운데 발표됐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2024 전국종교방송인대회’(National Religious Broadcasters)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기독교인들에게 적대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하며, 만일 11월에 백악관으로 복귀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이번에 가장 큰 위협은 미국 바깥에서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이렇게 믿는다. 위협은 내부에 있다. 나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중국, 러시아를 다룰 수 있다. 똑똑한 지도자가 있다면 우리는 그들 모두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사람들은 매우 위험하다. 내 생각에는 많은 경우에 그들은 매우 병난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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