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권 침해 심각… 140만 명 기아 직전
지난 2월 말 갱단들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를 장악한 후 발이 묶였던 미국 선교사들과 시민들이 몇 주 만에 구출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2013년 10월부터 남편 라이언과 함께 아이티에서 선교사로 일해 온 ‘러브 어 네이버 미니스트리’(Love A Neighbor ministry) 사역자 질 돌런은 3월 24일 밤 페이스북에 자신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 하나임을 밝혔다.
돌란은 “3월 23일 밤, 우리는 실제로 (구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특정한 시간과 착륙 지점에서 만나야 한다는 요청이었다”며 “(남편) 데슬린과 나는 어느 때보다 더 희망적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이뤄 주셨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돌란은 24일 밤 9시경에 플로리다에 도착했지만, 입양 과정 중이던 몇 명의 아이들을 남겨두고 아이티를 떠나야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녀는 “아이티의 위기는 갱단이 존재하는 곳을 훨씬 넘어섰다. 그 나라에 대한 통제력과 전국에 화물 및 기름의 자유로운 이동은 큰 타격을 입었다. 물가 폭등, 사업 폐쇄, 은행 중단 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아이티에서는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고 했다.
돌란은 “24일 동안 포르토프랭스에 갇혀 있던 우리 가족 5명은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입양 과정 중이었던 3명의 아이들과 고아원에서 우리가 돌봐 온 200명 이상의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다”며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후원을 호소했다.
지난달 기독교 인도주의 사역인 ‘미션 오브 그레이스’(Mission of Grace)와 함께 아이티로 여행한 9명의 선교사 중 1명인 나탈리 크로스도 최근 구조됐다.
크로스 선교사는 WFTV9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0명의 고아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산으로 이동시키는 임무를 돕기 위해 떠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티에서의 선교 활동으로 예정했던 2주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나는 단지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곳에 가도록 말씀하셨기 때문에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있는 동안 평안을 누릴 수 있었다”고 간증했다.
WFTV9 보도에 따르면, 갱단 폭동 이후 약 500명의 플로리다 주민이 아이티에 갇혔으며, 현재까지 약 185명이 구조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보고서는 “최근의 폭력 증가로 인해 살인, 납치, 강간 등 인권 침해가 심화됐으며, 특히 그것은 여성과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하고, 정치적 교착 상태를 더욱 심화시키며, 아이티 및 지역의 평화, 안정 및 안보를 해친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위기로 인해 의료 시스템을 포함한 기본 서비스가 거의 붕괴됐다. 수도권에 100명 이상의 결핵 환자를 수용하던 아이티 국립대학병원 및 요양원을 포함한 총 18개 의료기관이 폐쇄됐다”며 “이들은 무장단체가 지배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HCR는 “동일한 상황은 아르티보니트의 일부 지역에도 적용된다. 그곳은 갱단 폭력으로 인해 10개 이상의 의료 기관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병원들은 불에 탔으며, 의료 인력은 살해·부상·납치를 당하고 있으며, 기본 의료 용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OHCHR는 보고서에서 “3월 8일부터 14일까지 포르토프랭스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인해 약 1만 7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한됐다”며 “특히 아이들에 대한 폭력 상황은 우려스럽다. 아이들은 갱단의 공격으로 죽거나 총격을 당할 뿐만 아니라, 갱단이 무장 공격을 수행하는 데 이용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UNWFP)의 아이티 담당 국장인 장 마틴 바우어는 “아이티에서 식량 부족이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140만 명의 사람들이 기아 직전에 있다”고 유엔뉴스를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