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글쓰기다 3> 김도인 목사 (下)
보이지 않는 진리의 세계, 비유로
새로운 의미와 예지, 정서적 충격
성경 설명하는 최적 문학적 도구
청중들 예수님 말씀 듣고 변화?
비유로 먼저 무장해제됐기 때문
쉽게 접하는 ‘재료’, 비유로 풀어
설교는 글쓰기다 3
김도인 | 글과길 | 402쪽 | 20,000원
“기독교는 이미지 종교다. 예수님처럼 강력한 설교를 하려면 묘사·은유·비유를 사용해 이미지로 설교해야 한다. 이미지로 설교할 때, 이미지 시대에 맞는 보이는 설교를 할 수 있다. 보이는 설교를 할 때 교회 강단은 물론, 한국교회의 미래까지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들리는 설교에서 보이는 설교로’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 원장)의 신간 <설교는 글쓰기다 3>는 유튜브와 쇼츠 등 만개한 ‘영상의 시대’에 ‘보이는 설교’를 해야 한다고 설교자들에게 촉구한다. ‘들리는 설교’를 해야 했던 ‘말의 시대’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스토리에서 이미지로’. 청중의 두 귀에 들리는 설교를 지나 두 눈에 똑똑히 보이는 설교를 하지 않으면, 청중은 세상이 보여주는 곳, 보여지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 버리리라는 우려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새로운 길이 아니다. 성경부터 ‘이미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 작가 故 이외수 씨조차 <글쓰기의 공중부양>에서 “수사법을 가장 적절하고도 다양하게 활용한 문장을 보고 싶다면, 지상 최대의 베스트셀러 성경을 펼치라”며 “성경은 수사법의 표본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성경뿐 아니라,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그리스 철학자들, 노자와 장자, 불경 등 동양의 경전들도 비유로 가득 차 있다. 예수님도 ‘보이는 설교’를 하셨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비유를 많이 사용하셨다는 것. 세리 출신 기록자 마태는 예수님께서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으셨다”고까지 표현했다.
그 유명한 ‘탕자의 비유’부터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혼인 잔치의 비유,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 등,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풍성한 비유로 보여주셨다. 그래서 2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그 말씀이 전혀 녹슬지 않고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 진리의 세계를 조명해 주는데는 비유가 최적”이라며 “비유는 존재의 이동으로 새로운 의미와 예지, 정서적 충격 등 다양한 효과를 드러낼 수 있다. 비유는 경전을 설명하는 최적의 문학적 도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유는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다른 것에 견주어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기능을 갖는다.
설교의 가장 큰 숙제이자 목적인 ‘청중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저자는 크게 네 가지를 꼽고 있다. ①청중을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 ②목회자에게 설교가 1순위도 아닐뿐더러, 설교에 목숨을 걸지도 않기 때문 ③신학과 인문학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 ④시대가 원하는 설교를 하지 못하기 때문 등이다. 특히 ④번에 대해 “현 시대에 맞는 설교는 이미지 설교, 보여주는 설교”라고 답한다.
청중이 예수님 말씀을 듣고 변화된 이유는, 예수님께서 전하신 비유로 그들이 먼저 무장해제됐기 때문이다. 이 세상 언어와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와 법칙을, 예수님은 그 시대 청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해 찰진 비유로 풀어놓으셨다.
숭고한 언어이자 깜짝 충격을 안겨주는 비유를 통한 말씀에 굴복한 청중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당시 가족과 소유까지 다 버린 채 이름도 모르던 예수님을 3년 간이나 따라다니면서 복음을 함께 전파했다. 열두 제자들뿐 아니라, 오병이어 사건에서 보듯 장정만 5천 명이 그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 마이크도 없던 시대에 한자리에 모였다.
‘비유의 쓸모’는 최첨단 뇌과학으로도 증명된다. 20년간 하버드 신학대학원 전임강사로 글쓰기를 가르친 바버라 베이그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간의 뇌가 흡수한 정보를 이미지로 바꾼다는 의미인데, 직접 이미지로 전달하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책은 이미지가 하나의 이념화까지 됐다는 ‘이마골로기(imagologie)’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1부 ‘왜 이미지 글쓰기인가?’부터 이미지 설교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2부 묘사하라, 3부 묘사하는 방법, 4부 이미지 글을 써라, 5부 이미지 글쓰기, 네 가지 방법, 6부 예수님의 비유가 이미지 글쓰기의 표본이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예수님의 ‘한 단어 비유’ 사용법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설교하실 때, 예수님은 ‘한 단어’를 많이 사용하셨다는 것, ‘좁은 문, 잃은 양, 달란트, 포도원, 가라지, 누룩, 무화과나무, 동전, 드라크마, 향유, 열 처녀’ 등이다. 당신을 직접적으로 ‘한 단어’로 표현하시기도 했다. ‘세상의 빛, 생명의 떡, 포도나무, 성전, 부활, 생명, 길, 진리’ 등의 단어를 통해서다.
‘두 단어 비유’들도 있는데, 대조 혹은 비교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수님은 ‘주인과 종, 부자와 거지, 양과 염소, 하늘과 땅’ 등을 사용하셨다. 이러한 비유들은 무엇보다 새신자, 불신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복음 전파에도 적합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이러한 비유법들을 설교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끝으로 저자는 예전부터 주장해 온 ‘설교 글쓰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글을 쓰지 못하니 성경 해석 설교만 할 뿐, 21세기 청중들이 요구하는 ‘낯설게, 남다른 사고력, 창의력, 표현력, 어휘력, 묘사’ 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교회가 설교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챗GPT가 할 수 없는, 낯설게 하기와 같은 사고력을 활용한 설교를 해야 한다. 또한 설교자는 신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학문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글쓰기를 하면, 차별화된 설교를 할 수 있다. 해가 바뀔수록 놀랍게 성장할 수 있다. 설교 표절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도, 설교자의 윤리적 문제 이전에 글쓰기 문제다.”
더불어 설교자들을 길러내는 신학교를 향해 ‘글쓰기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명문 대학교들이 미래 리더가 될 재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교육’을 갈수록 강화하는 데 비해, 국내 신학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저자는 “신학교육은 집어넣는 인풋(in-put) 교육이고, 글쓰기 교육은 들어온 것을 빼내는 아웃풋(out-put) 교육”이라며 “아무리 많이 집어넣어도, 만들어내지 못하면 강단에서 허둥대기 바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쓰기 교육을 통해 ‘이미지 글쓰기’를 훈련시켜, 청중이 설교를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똑똑하게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설교가 보이면 청중에게는 설교 문장을 통해 변화의 행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성경과 교리를 세상보다 탁월한 글로 표현해 내야, 강단에서 완성된 작품을 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