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수 목사 “교회들 긴장할 때… 늘 하던 방식으론 안 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꿈너머꿈 이어 드림센터 환원 (下)

▲이찬수 목사는 최근 설교에서 “드림센터 사회 환원을 통해 장애인과 청년, 그리고 고령화 사회를 맞아 도움이 필요한 노년층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장애인 가족들은 장애인들의 고용 창출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박아람 기자
▲이찬수 목사는 최근 설교에서 “드림센터 사회 환원을 통해 장애인과 청년, 그리고 고령화 사회를 맞아 도움이 필요한 노년층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장애인 가족들은 장애인들의 고용 창출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박아람 기자

29곳의 교회로 일만 성도를 파송한 지 2년째. 지난 3월 24일 주일 설교에서 이찬수 목사는 4년 전 일만성도 파송운동과 함께 선포한 ‘드림센터 사회 환원’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발표했다.

분당우리교회는 현재 송림 중·고교에서 예배를 드리고, 서현동 12층 빌딩(드림센터)을 매입해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다시 매각해 목회자·크리스천·넌크리스천·장애인 다음 세대 등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었다.

요약하면 재단을 새롭게 만들어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매년 30억 원씩을 다음 세대와 장애인, 그리고 노년층을 위해 기부하면서 ‘상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일은 드림센터 당시 매입 자금이 650억 원인 만큼, 22년 동안 이어진다.

이찬수 목사는 이날 ‘십자가로 가까이(갈 2:20)’라는 제목의 설교 말미에 “드림센터 소유권을 내어놓는 방식을 갖고 10년 넘게 외부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을 내어주거나 재단을 만들었을 때 꼭 필요한 곳에 잘 사용되거나 이 정신이 끝까지 이어질지’ 하는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놓고 당회 장로님들과 논의하면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다. 드림센터 매입 가격이 650억 원이니, 매년 30억 원씩 ‘상환’하기로 했다. 매년 30억 원씩 우리가 꿈꾸는 일을 이미 하고 있는 건강한 곳들에 지원을 하겠다”며 “일만성도 파송운동 29개 교회에 들어간 비용 250억 원도 각 교회들이 따로 모아서, 한국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다른 일에 쓸 것이다. 둘을 합해 900억여 원을 22년 동안 장애인과 청년, 고령화 사회를 맞아 도움이 필요한 노년층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부터 시작되는 권역별 꿈너머꿈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0여 교회씩 총 30-40억 원을 후원하면, 앞으로 22년 동안 전국 교회들이 살아날 것”이라며 “성도 여러분에게 이것이 부담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로서 이것이 20여 년 동안 저와 여러분의 벅찬 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제가 은퇴하는 날 분당우리교회 재정이 바닥나길 원한다. 기업은 통장에 많이 모일수록 성공이지만, 교회는 다 나눠 주고 하나도 없는 것이 성공”이라며 “그러면 2대 목사님과 함께 교회에 새롭게 부어주시는 은혜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찬수 목사는 이로써 일만성도 파송운동에 이어, 4년 전 함께 약속했던 드림센터 사회 환원에도 한 발을 내디뎠다. 이처럼 하나님 원하시는 ‘그 교회’가 되기 위해, 그리고 ‘처음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그의 몸부림과 뚝심은 계속돼고 있다. 다음은 전편의 꿈너머꿈 프로젝트에 이어 이찬수 목사가 풀어놓은 이야기.

▲이찬수 목사는 “드림센터 재단 설립과 소유권 이전을 위해 대기업 두 곳까지 찾아갔지만, 그 분들도 그렇게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아람 기자
▲이찬수 목사는 “드림센터 재단 설립과 소유권 이전을 위해 대기업 두 곳까지 찾아갔지만, 그 분들도 그렇게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아람 기자

파송운동 이후, 골다공증 걸린 듯
남은 지도자들 고생 진짜 많이 해
후회란 해도 안 해도 되면 하는 것
파송운동은 반드시 해야 했던 일
지나친 의미 부여 하지 않았으면
약속을 했으니 지키려 애썼을 뿐

-일만성도 파송운동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동일한가요.

“정든 교회를 떠나는 ‘순종’을 할 수 있는 분들은 믿음이 좋은 분이니까, 골다공증 걸린 것 같다고 할까요? 비유하자면 500명 있는 학교에 1등부터 400등 중 70-80%가 전학을 간 것과 같아요.

저희 교회는 기존 신자 등록을 받지 않다 보니, 남아 있는 분들 중에는 예수님을 처음 믿는 분들이 많으셔서 굉장히 힘들었죠. 교회를 섬겨야 할 평신도 지도자들이 20-30%밖에 남지 않으니, 이분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진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는 힘들었죠.

하지만 제 생각에 후회란, 해도 되고 안 해도 될 때 하는 겁니다. 이건 후회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것, 또 고인물처럼 내 교회로만 다 모아두지 않는 것…. 그러니까 일만성도 파송운동과 꿈너머꿈 프로젝트를 하고, 이후 일들을 계획하는 것도 제가 내키면 하고 안 내키면 안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저는 믿었습니다.

그러니까 후회의 성격은 아니고, 그냥 어려운 거죠. 그냥 어려운 거지, 후회할 거리는 아니죠. 하나님께서 시계를 다시 돌려주신다 해도, 제가 선택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교회를 이전하는 일 같으면 가치중립적이니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 힘들다 해서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2012년 처음 파송운동을 선언하시면서 10년 내에 하겠다고 하셨는데, 코로나 때문에 조금 밀렸지만 10년째에 일만 성도를 파송하셨습니다. 말이 쉽지, 그대로 실천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그때 한 신문사에서 ‘해체 선언’이라고 했는데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를 제 마음대로 해체할 수 있는 건 아니죠. 1만 명에서 1만 5천 명을 파송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연구해서 논문으로 쓰고 싶다고 하셨어요. 의미 부여를 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부탁드렸어요. ‘이 일이 막 논문을 쓰고 의미를 부여할 거리가 아닙니다. 제가 자다가 하나님 마음을 헤아려서 하겠다고 한 것이고, 의미가 너무 크게 부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하나님께 드린 약속이니 지키려 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의미 부여를 좀 축소시키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게 될지 안 될지도 몰랐고요. 약속을 했으니, 그래도 지키려고 애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이찬수 목사는 “마음 같아서는 드림센터를 현 시가로 환원하고 싶지만, 일만성도 파송운동으로 그럴 여건은 안 된다”고 전했다. ⓒ박아람 기자
▲이찬수 목사는 “마음 같아서는 드림센터를 현 시가로 환원하고 싶지만, 일만성도 파송운동으로 그럴 여건은 안 된다”고 전했다. ⓒ박아람 기자

파송운동, 허튼 짓 하지 않게 해
본질 지키려 애쓰는 결과 이어져
29곳 교회에 가나안 성도 돌아와
사람 늘어난 건 하나님 주권 사항
하지만 교회 커졌을 때 어찌 해야
건강한 교회 될지 고뇌는 필요해

-사실 일만성도 파송운동이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는 못할 짓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나 노력들을 계속 하시는 건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봐도 될까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이런 일을 했다기보다, 이것 때문에 괴로웠어요. 잘 안 될 것이고 어떻게든 되게 해야 하는데 하면서 하늘 은혜를 구하고, 새벽에 일어나면 두려우니 꼭 이뤄지도록 은혜를 구하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돌아보니 허튼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는 효과가 있었어요.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하던 10년 내내 너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과연 될까 하는 두려움도 많아서 참 괴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결과를 보니 제가 허튼 짓 하고 옆길로 새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감사했죠. 이 힘든 일을 내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많이 괴로웠죠. ‘이런 약속을 드렸는데 내가 지금 죽으면 안 된다, 이걸 안 하고 지금 죽으면 누가 마무리 짓겠나’ 하고 농담도 했어요(웃음).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허튼 생각 하지 않고, 옆길로 새지도 않고 본질을 지키려 애쓰는 결과로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셨습니다.”

-2년 지났는데, 분립개척한 교회 29곳의 근황은 듣고 계신가요.

“전반적으로 목사님들이 신실하고 좋은 분들이세요. 지상의 교회인데 다 약점도 있고 강점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전반적으로 건강하게 가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람을 느끼는 것은, 가나안 성도들이 어떤 사연이 있어 교회를 떠나셨을텐데, 다시 어떤 계기가 마련돼야 들어오실 수 있잖아요. 이 29개 교회를 계기로 가나안 성도분들이 곳곳에 위치한 교회로 많이 돌아오셨다고 들어서, 보람 있는 일이죠.”

-예수님처럼 사역하려 노력하다 보면 교회에 사람이 늘지만, 사람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오히려 예수님처럼 사역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신 건가요.

“제가 이렇게 했으니까, 저희 교회랑 비슷한 사이즈의 대형교회는 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건강하게 목회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큰 교회가 됐으니, 이제 30개로 나누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 건강하게 목회해서라기보다 이건 하나님의 주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교회가 커지면 고뇌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고뇌의 산물이 제게는 일만성도 파송운동이라는 숙제로 연결된 것이죠. 또 어떤 교회는 선교로도 연결될 것이고, 다른 교회에는 사명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다 맞추려 하는 것을 저는 오히려 경계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목회한다고 교회 사이즈가 다 커진다고도 보지 않습니다. 굉장히 건강하게 목회하는데 하나님께서 어떤 지역에서는 소박한 목회를 하도록 이끄시기도 합니다. 이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입니다. 저희는 이걸 분석하기보다, 오늘 주어진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을지, 또 하나님 뜻을 펼치게 되는 것인지 고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찬수 목사는 “십자가의 근본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박아람 기자
▲이찬수 목사는 “십자가의 근본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박아람 기자

세상 급변, 단답형 답 줄 수 없어
다음세대 문제 포함 심각성 인식
교회적 대책 논의하는 것이 숙제
등산 길 잃으면, 감각으로 다른 길
뚫지 말고 처음 왔던 길 돌아가야
며칠 전 새삼스럽게 와 닿은 말씀

-이제 교회들이 코로나 핑계를 댈 수 없는 때가 왔습니다. 이전처럼 모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다음 세대 위기론도 계속됩니다. 한국교회가 이거 하나는 꼭 회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는지요.

“더 잘 아시겠지만, 지금 세상이 급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동성애 문제나 젊은이들의 가치관 변화, 그리고 크리스천 청년들도 동거 문화에 굉장히 관용적이라는 기사도 봤습니다. 이런 복잡한 현실이다 보니 ‘1번이 답이다, 2번이 답이다’가 없어졌습니다.

이런 시대적 도전이 복합적으로 오고 있기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교회들이 정말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늘 하던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고, 늘 하던 방식으로 목회를 하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이 문제를 갖고 어느 지혜로운 목사님이 ‘1번으로 가셔야 합니다, 2번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렇게 단답형으로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 문제를 포함해, 모든 교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교회적으로 대책들을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저희들한테 맡겨진 숙제 같습니다.”

-끝으로 고난주간 특별기도회를 하셨고 이제 부활절이 됐는데, 성도님들과 특히 청년, 다음 세대를 향해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등산을 하다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합니까? 자기 감각으로 길을 찾아봅니다. 이 길로 가면 나올까, 저 길로 가면 나올까 하는데, 그게 가장 위험한 거라고 하잖아요.

지금 시대적으로 길을 잃어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등산으로 예를 들었을 때 길을 잃으면 자기 감으로 길을 뚫어가는 것이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가라고 하거든요. 원래 왔던 길은 아니까요.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거라면, 저는 그게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포함한 십자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 복음의 가장 출발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맞으면서 이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많이 묵상했습니다.

이렇게 나오잖아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여기서 십자가의 의미를 가르쳐주시는데, 며칠 전 새벽에 여기서 한 구절이 확 와닿는 걸 경험했어요. 이 십자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이 구절이 확 와닿았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문제잖아요?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이게 십자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이나 기성 세대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지금 혼미한데, ‘나를 사랑하사’로 시작한 것이 복음이고,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이 십자가의 근본 정신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좀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이게 며칠 전 제가 새삼스럽게 확 와닿은 말씀입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는 분이 그리스도이시고 그 증거가 십자가라는 것, 그 십자가를 많이 묵상하는 것이야말로 길 잃은 사람이 원래 출발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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