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학아카데미 2024년 봄학기 학술세미나
믿음과 행함 분리, 많은 논란 불러
믿음·소망·사랑, 하나님 계시 응답
한쪽으로 치우치는 단점 보완해줘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 2024년 봄학기 학술세미나가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가?’라는 주제로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아카데미 사무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제1세미나에서는 ‘코메니우스의 구원론: 믿음·소망·사랑과 이신칭의(以信稱義)와의 관계’라는 주제로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발표하고, 김주한 박사(한신대)와 박재순 박사(씨알사상연구소)가 논평했다.
원장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는 “많은 사람들은 칭의론이 이미 수십 번 토의한 옛 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도 바울이 온 힘을 다해 부르짖은 칭의론은 오늘 우리 현실에도 깊은 의미가 있다”며 “사회적 신뢰성이 거의 땅에 떨어진 오늘 교회 현실과 하나님의 법이 사라진 세계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어떤 진리가 칭의론 속에 담겨 있는지 새롭게 발견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인 정일웅 박사는 “오직 믿음만이 구원 얻음의 필수 조건이고, 행함(사랑 실천)은 전혀 관계 없는 것처럼 인식하는 한국교회의 이신칭의 구원론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한국교회 구원론이 루터의 이신칭의에 확고히 서 있음은 분명하지만, 신앙 실천에서 여전한 믿음과 행함의 분리 현상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문을 열었다.
이에 정일웅 박사는 코메니우스(J. A. Comenius)의 구원론에서 믿음·소망·사랑의 통전적 의미를 지닌 기독교 구원 신앙의 본질을 확인하고자 했다. 코메니우스는 구원·언약·계명 등 하나님의 3가지 계시에 대한 인간의 응답으로 ‘믿음·소망·사랑’을 이해했다.
믿음·소망·사랑은 하나님을 향한 순례자의 인생 여정의 목표가 되고, 타락한 인간의 회개와 함께 거룩(온전함)을 향한 영적 운동(움직임)의 필수 요소가 된다. 이는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의 ‘품위와 인격과 신앙’과 관계된 중요한 가치들이며, 성경에 의한 기독교 구원 신앙을 배우고 실천하는 목표가 된다.
코메니우스는 루터가 이신칭의만 강조하고, 사랑 실천으로 인도하는 성도들의 훈육(Zucht)을 칭의론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의 구원론은 믿음과 행함을 분리하지 않고, 오늘날 조직신학에서 칭의와 성화 사이를 분리해 설명하는 관점도 뛰어넘는다. 성경이 믿음을 통해 의롭게 되는 것(롬 3:24, 28)과, 행함을 통해 의롭게 되는 것(약 2:24)을 모두 상세히 말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믿음과 행함이 각각 부분적으로 의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칭의 과정은 하나님의 행위이지만, 그렇게 분리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 편에서 하나님의 자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그리스도를 마음에 두고 생각하는 일이 같은 정도로 필요하며 부분적으로 생각하면서 믿는 태도가 아닌, 전체에 대해 믿고 있음을 입증하는 총체적 결과의 관계 속에 있다.
코메니우스 칭의와 구원 토대
①구원 바라는 하나님의 자비
②우리와 화해하신 예수 공로
③성령의 새롭고 거룩한 작용
인간 편에서
①하나님 바라는 일 원하는 것
②구원 주시는 그리스도 믿음
③온전히 새 생명으로 거듭남
칭의와 구원의 토대는 ①우리의 구원을 바라는 하나님의 자비 ②아버지와 함께 우리와 화해하시는 그리스도의 공로 ③하나님 안에서 우리를 새롭고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의 작용 등 3가지이다. 인간 편에서도 ①하나님이 바라는 일을 참으로 원하는 것 ②구원에 영향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믿는 것 ③우리가 벌써 구원에 참여하고 있는 실제가 스스로 나타나 보이도록 온전히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 등 3가지가 요구된다.
정일웅 박사는 “믿음·소망·사랑을 중심에 둔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전인적이고, 윤리적이며, 영성과 관계된 전체를 포괄하는 총체적 기독교 구원의 실천적 의미를 보여준다”며 “코메니우스는 상황에 따라 야고보서의 의미에서 행위가 강조되는 것처럼, 바울과 루터의 의미에서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관점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단면성과 자만심을 결정적으로 방어하는 역할을 대변해 준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코메니우스는 칭의를 하나님 안에서 온전함을 향한 우리 신앙의 출발점으로 이해하고, 칭의와 온전함(성화) 역시 믿음과 소망처럼 불가분의 관계로 예속됐다고 이해했다. 그것은 믿음처럼 우리가 먼저 행동하는 사랑의 움직임 안에서 갈망했던 언약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 근본 토대”라며 “이러한 완전함을 향한 칭의와 성화(영화)의 통전은 코메니우스의 교육 선교론에서도 확인된다(골 1:28).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칭의론에서 믿음과 행함이 분리될 수 없듯, 칭의와 성화 사이도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러한 통전적 구원 신앙의 본질로써 기독교 구원론의 의미는 믿음과 행함의 분리를 극복할 뿐 아니라,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분리하는 문제를 극복하는 통전적 구원의 의미를 지닌다. 믿음은 구원의 출발인 동시에, 소망·사랑과 함께 부름받은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으로서 신앙의 삶을 자유롭고 책임 있게 살게 되는 신앙의 원동력이며, 그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일꾼의 사명을 수행하는 역동적·실천적 신앙이다.
끝으로 정 박사는 “오늘날 제2의 종교개혁 필요성을 요청받는 한국교회는 믿음과 행함의 분리 문제를 극복할 뿐 아니라,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을 올바르게 이해해 그간 한국교회가 상실한 신앙의 원동력과 역동성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논평을 전한 김주한 박사는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이신칭의 사상을 법정적 차원뿐 아니라 종말론적 차원으로 확장해야 함을 역설한다. 의롭다 칭함 받은 그리스도인 각자는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통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고, 이 과정은 미래로부터 오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다는 신앙이야말로 ‘믿음이냐, 행위냐’의 이분법을 넘어 도덕적 침묵주의를 극복하고 경건의 능력과 신앙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신학적 근거요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교회 사회적 공신력이 실추되고 그리스도인 신앙의 게토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적극 고려해야 할 신학”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재순 박사는 “성경, 신학, 신앙, 삶에 대한 코메니우스의 통전적이고 종합적인 신학적 성찰은 높이 평가하고 배워야 하지만,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며 “코메니우스는 예수와 바울에게서 뚜렷이 드러나는 복음과 율법, 믿음과 행위 사이의 긴장과 대립을 충분히 고민했는가? 자연과 인간과 신에 대한 코메니우스의 낙관적이고 조화로우며 통합적인 관점은 고대와 중세의 이성적 합리주의의 낙관적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한국신학아카데미는 10년 전 이장식 박사를 기념해 창립한 혜암신학연구소를 모태로, 이 박사 서거 3년째를 맞아 명칭을 교체하고 교회와 신학의 문제뿐 아니라, 하나님 지으신 창조 세계의 문제들에 대해 신학적 견지에서 응답하고자 새롭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