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13세기 이후로 불교가 공식 종교로 자리잡으면서 “태국인이 되는 것은 곧 불교도가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4만 개가 넘는 불교 사원이 있고, 30만 명의 승려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태국 교회의 복음 전도와 선교 역량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28년 개신교 전래 200주년을 앞둔 지금이 바로 태국 교회의 성장과 부흥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기독교 역사와 현황
현재 태국의 인구는 6천 9백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이 중에서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한 기독교 인구는 약 90만 명으로 1.3%를 차지하고 있다. 1900년까지 기독교 인구 35,200명 가운데 가톨릭이 85%를 차지했고, 개신교는 15%에 그쳤다. 하지만 2020년 추산으로 개신교는 50%를 차지하고, 가톨릭은 41%, 독립교회들이 9%를 차지하고 있다. 개신교 선교는 1828년 독일 출신 의사 귀츨라프(Karl Gutzlaff) 선교사와 영국 출신 톰린(Jacob Tomlin) 목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미국 선교사들은 1831년에 입국했고, 1837년에 미국 침례교 선교사에 의해 태국에 처음으로 개신교 교회가 세워졌다. 그리고 1902년 방콕에는 수엡삼판타웅(Suebsampantawong) 교회가 미국에서 안수를 받고 돌아온 분투안(Boon Tuan Boon-Itt) 목사와 태국 기독교인들의 기부를 통해 처음으로 외부적인 도움 없이 세워졌다.
태국 왕실과 정부는 기독교에 대한 탄압보다는 호의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1980년 이후로 태국 종교부는 가톨릭, 태국그리스도교회(CCT), 태국복음주의연맹(EFT), 태국침례교연합(TBC), 태국제칠일안식일교회 등 5개 기독교 단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로 중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과 맞닿아 있는 태국 북부 지역에는 타이기독교재단(TCF)을 비롯한 국내외 많은 기관들이 세워지면서 복음 전도와 선교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에 대해 개방적이고 호의적인 분위기로 인해 국제적인 선교 행사도 여러 번 개최되었다. 197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방콕대회를 비롯하여 2004년 로잔3차대회를 위한 세계복음전도포럼, 2008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가 대표적이다. 2023년 1월에는 WEA 선교위원회 주관으로 Global Consultation 2023이 다중심적 선교(polycentric mission)를 주제로 치앙마이(Chiang Mai)에서 열렸다.
태국 개신교 200주년을 앞두고 태국 내 여러 교단들과 단체들이 협력하고 있다. 개신교 간 관계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1988년 태국개신교협의회(TPCCC)가 설립되었고, 2003년 5월에는 태국에서 최초로 선교전략총회가 열렸다. 아시아선교협회(AMA) 동남아시아 총무인 키드안(Prawate Khid-arn) 박사는 2028년 개신교 선교 200주년 기념대회는 세계선교를 위한 발돋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연합 사역은 1996년 방콕에서 시작된 “블레스태국기도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활성화됐고, 2004년 쓰나미 피해가 컸을 때 태국 교회는 “We Love Thai”라는 구호 아래에서 이재민들을 돕는 데도 함께했다. 태국 대학생선교회(CCC)의 대표를 맡는 동안 비전2010, 비전2015, 비전2020 운동에 앞장서 왔던 시리쿨(Yuttasak Sirikul) 목사는 앞으로 태국 교회가 100만 명을 넘어 300만 명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했다.
태국 불교 문화와 기독교
치앙마이신학교(CMTS) 교수인 달프레드(Karl Dahlfred) 선교사는 태국에서 교회 성장이 느렸던 주된 이유로 불교와 국가(국민) 정체성이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불교는 항상 태국 국민을 통합하는 힘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글로벌 대사인 스틸러(Brian C. Stiller) 목사도 태국인들이 불교 문화에 강력하게 압도당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도처에 자리잡고 있는 영혼의 집과 작은 신사, 그리고 곳곳에 걸려있는 부적들을 보면 영혼에 대한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는 태국인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퓨리서치의 최근 설문에서도 불교는 단순한 종교 이상의 것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국인 대다수는 불교를 개인 차원에서 따르기로 선택한 종교(90%)로 묘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문화(96%)이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가족 전통(88%)으로 여기고 있었다.
태국그리스도교회(CCT) 후원으로 세워진 파얍대학교(Payap University)는 이러한 한계와 장벽을 뛰어넘어 태국 문화 안에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1980년에 기독교커뮤니케이션연구소(CCI)를 세웠다. CCI는 현대와 전통을 포함한 모든 예술 형식을 사용하면서 매년 태국 전역의 학교, 교회, 마을의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알 수 있도록 복음주의 민속극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을 열고 있다. 태국의 새해맞이 행사인 송크란(Songkran) 축제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려는 시도도 있다. 치앙마이 창조교회(Creation Church)의 차이분시리(Chukiat Chaiboonsiri) 목사는 송크란 축제의 정화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윗사람에 대한 공경의 뜻을 간직하기 위해 교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의 손 위에 물을 부으면서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이 불교 문화와 기독교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 분야에서 기독교와 태국 문화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은 주목할만하다. 23세에 기독교인이 된 친나웡(Sawai Chinnawong)은 스리랑카 기독교 예술가 자야수리(Nalini Jayasuriya)로부터 기독교 신앙과 아시아 예술 양식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받고, 태국 전통 이미지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4년에는 예수의 “탄생”, 2010년에는 “우리에게 온 사람”, 2011년에는 “창조”와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치앙마이대학교(CMUT)에서 시각예술을 가르치는 판진다(Wipawee Panjinda) 박사는 친나웡을 비롯해 문트라콘(Arnan Moontrakorn)과 푸아타위(Jompol Puatawee)를 대표적인 기독교 미술가로 꼽는다. 이들은 명백하게 드러나는 기독교 상징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기독교 사상을 표현하는 유용한 매체로 태국 전통 예술을 받아들였고, 불교 사회 속에서 기독교 예술에 대한 관점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태국 이슬람 사회와 기독교
불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이슬람은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종교이다. 이들은 태국 남부 지방에서 우세하고, 대부분 말레이족 출신들이다. 현재 6,900만 명의 태국 인구 중에 이슬람 인구는 약 420만 명 정도로 6%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전역에는 3,400개의 모스크가 있고, 방콕과 인근 지역에만 173개의 모스크가 있다. 무슬림이 다수인 지역에는 지역 의회도 존재한다. 그런데 2004년부터 시작된 무슬림들의 분리 독립 투쟁으로 지금까지 딥사우스(Deep South)로 불리는 나라티왓(Narathiwat), 얄라(Yala), 파타니(Pattani) 주에서 불교도와 무슬림 7,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86명, 88명이 사망했고, 2022년에 3개의 주(州)에서만 편의점과 주유소 등 17곳이 폭탄과 방화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도 2024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휴전 회담에서 태국 정부와 남부 무슬림 분리주의자 간에 수십 년의 내전을 끝내기 위한 원칙적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이슬람의 라마단과 태국의 송크란 축제 이후에 이 합의가 잘 이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글로벌 대사인 스틸러(Brian C. Stiller) 목사는 태국 정부에 위협적인 이슬람 세력들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상대적으로 호의를 얻고 있지만 기독교인들은 이들에게도 복음을 전할 사명이 있다고 강조한다. 2012년 태국 교회 지도자들로 구성된 태국선교동역회(Sanha-Missionary Thai) 주관으로 열린 무슬림 선교 세미나는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이 세미나를 이끌었던 나린(Narin Sritandon) 선교사는 태국 교회와 지도자들, 그리고 이슬람에서 개종한 형제자매들이 모여 무슬림 선교의 의미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고 말한다. 2022년 4월에는 미국 대사관 주도로 라마단 금식 후 첫 식사인 이프타라(Iftar) 만찬에 32명의 이슬람 지도자를 초청하는 일이 있었고, 종교 지도자와 학자, 지역 사회 리더, 대학생들로 구성된 종교 간 공동체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계기로 태국 무슬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태국 교회와 선교사들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청되고 있다.
앞으로 기대되는 태국 교회의 성장
2022년 3월, 태국에서 놀라운 사건 하나가 있었다. 태국 유명 연예인의 죽음이 많은 수의 태국인을 교회로 초청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기독교인이라고 밝히고 당당하게 활동했던 탕모(Nida Patcharaveerapong)의 추도식은 온라인에서 1,200만이라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장례식을 진행했던 리버티교회(Liberty Church)에는 몇 달 동안 수백 명의 새신자들이 등록했다. 또한 태국 교회를 향한 관심과 부흥에 대한 기대는 지금 객관적인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태국 전역에 세워진 개신교 교회는 4,718개였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 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8,524개의 교회가 세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틴(Wight Martin) 선교사가 설립한 eSTAR 재단이 제공하는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방콕에는 677개, 태국 중부에 3,620개, 태국 북부에 3,446개, 동부에 267개, 남부에 514개의 교회가 있다.
이렇게 눈에 띄는 교회의 성장은 가정교회 개척을 통해 더욱 확장하고 있다. 태국 중부에서 2016년에 13개 모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복음주의 교회 개척 운동인 FJCCA(Free in Jesus Christ Church Association)는 태국복음주의연맹과 협력하면서 2023년 기준으로 2,983개의 교회로 성장했다. 또한 코로나 기간에도 불구하고 태국 교회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례식을 거행했다. 마을 단위 전도에 초점을 맞춘 FJCCA는 2022년 9월에 태국 5개 지방의 200개 마을에서 1,435명에게 세례를 주었다.
태국 목회자를 중심으로 태국 선교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태국 교회 성장에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승려 출신 난타차이(Nantachai Mejudhon)와 불교학자 출신 우볼완(Ubolwan Mejudhon) 부부는 기독교로 개종하고 미국 에즈버리신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들은 방콕의 무앙타이교회(Muang Thai Church)를 섬기면서 지금까지 400명 이상의 선교사를 훈련했고, 특히 그리스도를 믿도록 설득하는 방식보다 진정한 우정을 쌓고 온유함으로 태국인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치앙마이신학교(CMTS)의 달프레드(Karl Dahlfred) 선교사는 최근 몇 년 동안 태국 교회가 사상 최대의 성장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개신교 기독교인은 아직까지 인구의 1% 미만에 불과하지만 태국 교회의 절반이 지난 25년 동안 시작됐고, 태국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출처/ 한국선교연구원(Krim) 파발마 플러스 2024 Vol.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