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당시 전북 지역 기독교 희생자 104명 공식 확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진실화해위, 직권조사 결과 발표

인민군 후퇴기 60%(60명) 희생
종교인 희생 진실규명 닻 올려
전북 지역 모두 교회 희생자들
종교인 희생자 전국 1,700여 명

▲1950년 6월 28일 서울에 진입한 소련제 T-34 전차. ⓒ지저스아미
▲1950년 6월 28일 서울에 진입한 소련제 T-34 전차. ⓒ지저스아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이하 진실화해위)는 1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사무실에서 열린 제76차 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1)- 전북지역 기독교 희생사건①’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와 관련 부처 등에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은 6.25 전후 인민군, 지방좌익,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해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유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인들이 전국 광범위한 지역에서 희생된 사건을 가리킨다.

진실화해위는 6.25 전후 전국적으로 기독교를 비롯한 많은 종교인들이 희생된 사실을 파악하고, 전체적 맥락에서 희생의 원인과 성격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22년 5월 24일부터 직권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종교연합, 종교별 교단과 교회 등을 통해 종교인 희생자 약 1,700명의 명단을 파악했으며, ‘6‧25사변 피살자명부’ 등의 공적 자료와 교회·교단 등의 역사 기록을 추가로 수집해 희생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그 첫 번째로 전북 지역에서 희생된 기독교인 104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전북지역 기독교인 희생사건’은 1950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에 걸쳐 발생했으며, 인민군 퇴각기인 1950년 9월 28일 무렵 전체 진실규명 대상자(104명)의 57.7%(60명)가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희생자들 중 남성이 76.9%(80명)이며, 연령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으나 40대 희생자가 26%(27명)로 가장 많았다.

교회 직급으로는 교인이 54명(51.9%)으로 과반수 이상이었고, 집사 23명, 장로 15명, 목사와 전도사 각 6명이었다.

이들이 희생된 원인은 기독교인들의 우익활동, 월남 기독교인 등의 이유로 적대세력이 기독교를 좌익에 비협조적 세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또 예배당 사용문제를 놓고 기독교와 인민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기독교가 미국 선교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친미세력’으로 여겨져 많은 기독교인들이 희생됐다.

▲전남 영광 염산교회 순교기념비. 6.25 전쟁 당시 77명의 신자들이 북한 공산군에 의해 순교당했다.
▲전남 영광 염산교회 순교기념비. 6.25 전쟁 당시 77명의 신자들이 북한 공산군에 의해 순교당했다.

희생자 중에는 대한민국 1호 변호사 홍재기, 제헌국회의원 백형남·윤석구 등 지역 내 주요 인사와 김성원·김종한·김주현·안덕윤·이재규·임종헌 목사와 전도사 등이 포함됐다.

전북 지역 희생자 104명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확인된 지역은 군산으로 희생자의 26.9%(28명)를 차지했고, 김제(23명), 정읍(17명) 등이 뒤를 이었다.

군산 지역에서는 신관교회, 원당교회, 해성교회에서 희생자 28명을 확인했다. 이들은 옥구군 미면 토굴 3곳에서 인민군 후퇴시기(1950년 9월 27-28일)에 집단 희생됐다.

김제 지역에서는 23명의 희생자를 확인했다. 가장 희생자가 많은 곳은 만경교회로, 인민군 후퇴기에 만경분주소 우물과 전주형무소에서 희생된 9명을 진실규명 결정했다. 이 외에 광활교회, 대창교회, 대송교회 교인들도 희생됐다.

정읍 지역에서는 두암교회, 정읍제일교회, 매계교회에서 희생자 17명을 확인했다. 두암교회 희생자들은 빨치산에게 우익인사의 가족과 같은 교회 교인이라는 이유로 집단 희생당했다. 빨치산은 교회와 교인 집을 방화하고, 불길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은 죽창 등으로 찔러 아이부터 노인까지 20여 명을 살해했다.

▲전북 군산 신관교회 교인들이 희생된 ‘신관리 토굴’ 현재 모습(군산대 공대 뒤편). ⓒ진실화해위

▲전북 군산 신관교회 교인들이 희생된 ‘신관리 토굴’ 현재 모습(군산대 공대 뒤편). ⓒ진실화해위

이 외에 완주 지역에서는 교회 5곳에서 9명, 고창 지역에서는 덕암교회와 고창읍교회 2곳에서 12명, 익산 지역에서는 황등교회, 신황등교회, 대장교회, 동련교회, 무형교회에서 12명의 희생자를 확인했다. 또 전주중앙교회 2명, 임실 관촌장로교회 1명의 기독교인 희생자를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북한 정권의 사과 촉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 피해 회복과 추모사업 지원 등 후속조치, 평화·인권 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발생한 한국전쟁 시기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을 종교별·지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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