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입장 표명
성결교회, 성경 과학책 아니란 입장
건강하고 유연한 신학 전개한 교단
전국 일반대 신학자들 지지 성명도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징계의결 철회 요구 공동기자회견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 원두우신학관 예배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박영식 교수 징계에 반대하는 신학자와 일반대 교수들이 참석해 각자 성명서를 낭독했으며, 당사자인 박영식 교수도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박영식 교수는 “저는 서울신대와 성결교단의 신학적 전통을 존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3월 서울신대 법인이사장은 ‘저의 창조신학이 성결교단 창조론을 반영하지 않고, SNS에 올린 글이 교수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중징계 의결요구서를 제게 보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저는 교단 100주년 사업으로 출간한 <성결교회 신학> 집필에 참여했고, 성결교회 창조신학을 위한 논문도 작성했다. 성결교회가 보수복음주의나 근본주의, 문자주의를 배격하고 웨슬리안 사중복음에 기초한 건강하고 유연한 신학을 전개해 온 정통성 있는 교단임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창조론과 관련해 성결교회 목회자와 신학자는 한결같이 ‘성경은 과학책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를 괴롭히는 일련의 시도들이 그동안 서울신대와 성결교단이 다져놓은 포용적이고 복음적인 전통을 허물어 버릴까 염려스럽다”며 “또한 시대착오적 주장을 엄밀한 학문의 장에 끌어들인 본인들의 잘못을 은폐하고자, 성결교단이 그동안 지켜온 체험적 신앙과 균형 잡힌 신학을 보수복음주의로 퇴행시키려는 시도가 아닐까”라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성결교회 전통과 서울신대의 학문성이 더는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 신학 검증, 두 차례에 걸친 조사위원회, 자술서 서명 강요, 연구년 계획 변경 요청, 연구년 불허, 제출된 논문에 대한 조사와 검토에 이르는 이 모든 기획과 관련해 이사장과 총장에게 진심 어린 회개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며 “그동안 정말 괴롭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응원 덕분에 일어설 힘을 얻는다. 정말 고맙다. 진리와 성결을 더욱 사랑하고 추구하는 신학자가 되겠다”고 했다.
앞서 전국 조직신학자 54명 성명서는 이용주 교수(숭실대)가, 성공회대 성명서는 신익상 교수가, 숭실대 성명서는 설충수 교수가, 연세대 성명서는 손호현 교수가, 과학과 신학의 대화(과신대) 성명서는 우종학 교수(서울대)가 각각 낭독했다. 질의응답 후 마무리 기도는 안규식 교수(연세대)가 맡았다.
조직신학자들은 “박영식 박사에 대한 징계는 교단 신학을 빌미로 한 사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하늘과 땅,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의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보편교회의 살아 있는 신앙고백을 시대적·문화적·지적으로 제한돼 있는 특수한 주장에 고착시켜 버림으로써, 결국 교회의 신앙을 화석화시켜 버리는 과오를 범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회 일동은 “학교 당국은 학교 밖 일부 목회자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견해를 침소봉대해 징계 빌미로 삼아 학문적 논의와 검증이 충분히 된 사안을 문제 삼고 있다”며 “이러한 처사는 하나의 편항된 관점으로 한국 신학계의 학문적 검증 절차와 출판 문화의 건전성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숭실대 기독교 관련 전공 교수자들은 “창조주의는 창조와 관련된 성서 본문들에 대한 주석적이고 신학적인 연구를 부정하고 자의적이고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지금도 그 본문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 하나님 음성을 가려버리고 말기에, 교회의 신앙을 수호하려는 진지한 신학자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염려의 대상이 돼 왔다”고 했다.
연세대 신학 교수들은 “박 교수의 창조신학이 성결교단의 창조론과 배치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복음적인 성결교단 목회자들과 개신교 신앙인 일반이 고백하는 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에 담긴 보편 교회의 일치되고 전통적인 창조 신앙을 고려할 때, 오히려 몇몇 관계자들이 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내세우는 이른바 ‘창조과학’이 유사(類似)과학이며 신학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과신대에서는 “진리정합설 맥락에서 기독교는 ‘두 가지 책’ 전통에 기반해 자연과학과 철학 등 타 학문과 대화하며 교리를 구성하고 이해해 왔다”며 “그럼에도 현재 박영식 교수에게 내려진 징계 사유 이면에, 현대과학을 부정하는 반지성적 태도가 보여 통탄을 금할 길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