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선교지에서 만난 제자들의 극적인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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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10) 아프리카의 제자들

▲미리암이 일하는 학교.
▲미리암이 일하는 학교.

거룩한 노마드(nomad)로 선교를 떠나면서, 나는 땅을 기웃거리지 않고 오직 양에게만 집중하리라 생각했다. 하나님은 그런 나에게 많은 좋은 제자들을 만나게 하셨다.

그들은 처음부터 완전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한 사람 한 사람 그리스도의 형상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변화는 왜 주님이 세상에서 열두 제자에 집중했는지, 그리고 왜 제자훈련이 인간 변화의 유일한 희망인지를 깨닫게 했다.

졸업생 처음 목사 안수 받은 제시
Q.T와 S.J 경험 아프리카 첫 출판

그 첫 번째 사람이 제시(Jesse)였다. 제시를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2월. 우간다에 도착해 텅 빈 학교 교실을 보는 순간,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하고 길을 떠난 나는 음발레라는 도시에 처음 도착했다.

마침 한 학생이 있다고 해서 만났는데,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스스로 절망해 믿음도 잃고 인생의 목표도 잃고 살던 청년이었다. 그의 순수한 미소를 보고 그와 몇 시간 이야기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인생의 목표에 도전하기로 하고 쿠미 신학부에 입학하게 했다.

▲2019년 2월, 제시를 처음 만난 날.
▲2019년 2월, 제시를 처음 만난 날.

그후 3년, 제시는 우수하게 학업을 마치고 졸업생으로는 처음으로 목사 안수를 받았다(안수 전례는 한국과 다르다). 아직도 어린 청년이 로만 칼라를 하고 다니는 모습이 매우 어색하긴 해도, 그가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그는 내가 가르친 Q.T(Quiet Time)와 S.J(Spiritual Journal)에 흠뻑 빠져 매일 아침 일어나 성경을 읽으며 Q.T하고, 매일 저녁 자기 전 하루를 성찰하며 글을 쓰는 삶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그는 성경을 읽지 않고는 하루를 시작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고는 하루를 마치지 않은 제레미 테일러의 거룩한 삶을 아프리카에 실현하는듯 했다.

그러다 드디어 그가 일을 냈다. 아예 Q.T와 S.J의 경험을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인생의 무의미와 무목표로부터 건져낸 것은 그리스도요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은 아침 성경 읽기와 저녁 기도로 단순화된 습관이라면서, 아예 이 방면의 개척자로 나섰다.

▲제시가 쓴 책.
▲제시가 쓴 책.

나는 작지만 무겁게 그의 책을 받아들면서, 몇 년 전 방황하던 한 청년을 기억했다. 그 작은 청년이 몇 년 만에 영적 대가가 되다니. 그리스도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능력이었다. 독자 여러분이 그 책을 직접 볼 수 없어 유감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책이 현지인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판된 것만으로 이 책은 역사적이다. 마음으로 축하와 격려를 바란다.

내전으로 난민촌 전전하던 바라카
고향 콩고 돌아가 담임목사 취임해

두 번째 사람은 바라카(Baraka)다. 콩고 출신 바라카는 아프리카에서 드물게 보는 미남이지만(그래서 한국 아가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작년 같은 동네 아가씨와 결혼했다), 어린 나이에 비해 많은 인생고를 겪었다.

그가 중학생일 때 콩고에서 내전이 일어나 친척들과 삼촌들이 죽자, 그의 부모는 어린 형제들과 함께 급하게 우간다로 피난오면서 부모와 헤어졌다. 혼자 남은 바라카는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굶기를 밥먹듯 하며 힘들게 고등학교를 마친 후, 2014년 험난한 르웬조리산을 넘어 우간다로 왔다.

그러나 유엔(UNCHR)의 보호 하래 열악한 삶을 사는 차아카(Kyaka2) 난민촌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달 4달러씩 받는 생활비로는 하루종일 쓰레기를 뒤져야 겨우 목숨을 연명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작은 판잣집 교회를 지나면서 들은 찬송가 하나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죄짐 맡은 우리 구주’로 기억하는 그 찬양을 듣는 순간,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는 고난에 찬 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목회자가 되어 영혼을 구하는 일이라 믿었다. 얼마 후 그는 우연히 한국 선교사를 만나, 작은 지방신학교에 입학했다.

▲바라카 가정.
▲바라카 가정.

내가 그를 만난 것은 그 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를 보는 순간, 그가 앞으로 훌륭한 목회자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곧 쿠미 대학에 입학시킨 후 그를 시골 교회 목회자로 보냈다. 월급도 한 푼 없는 작은 교회에서 그는 목회와 학업을 성실히 수행했다.

졸업 후 그는 다시 차아카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작은 영아원이었다. 작은 지하실에 100명도 넘는 아이들과 매일 어깨를 부딪치면서, 그는 난민으로 사는 자기 민족을 살리는 길은 어릴 때부터 그리스도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이번에 한신교회 후원자가 세운 콩고 난민촌 교회(이름을 한신 콩고 교회로 부르기로 했다)는 바라카와의 이런 개인적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그가 고난받는 자기 민족을 위해 살기로 했다면, 나는 우리 민족과 비슷하게 고난받는 콩고 난민들을 위해 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그러나 교회 세우는 과정도 목회자 세우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특히 지역에서 처음으로 큰 교회를 세우자(좁게 앉으면 1,000명까지도 가능하다) 비숍을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이 이 교회 목회에 눈독을 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지역 목회자들을 모이게 했고, 교회 탄생의 배경을 말한 뒤 목회자는 내가 지명하겠다고 선포했다. 곧 바라카를 세운 후, 모든 지도자들이 서명하게 했다. 결국 한신 콩고 교회 담임목사는 만장일치로, 바라카로 결정되었다.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어린 소년이 자기 민족을 위해 세워진 큰 교회의 담임목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 은혜다. 하나님이 이 교회를 통해 한반도의 11배가 넘는 광활한 땅에 사는 8천 만 콩고 영혼들을 살리고 공산주의로, 전쟁으로, 가난으로 무너진 콩고 교회를 다시 일으키는 아프리카의 안디옥 교회가 되기를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학업 중퇴하고 장사하던 미리암
공부시켜 중고교 교목으로 일해

세 번째 사람은 미리암이다. 미리암은 불행한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았다. 여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해 엄마는 동생들과 함께 밖에 나가 살고, 그는 아버지 집에서 새엄마와 함께 살았다. 나이가 스무 살이 넘자, 그는 집을 나와 방황하다 한 남자를 만났다. 그런데 그 남자는 사기꾼이었다. 아들이 태어나자 어디론지 도망가고, 그는 홀로 남게 됐다.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그가 학업을 중퇴하고 시장에서 장사하고 있을 때였다. 병든 어머니와 함께 어린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던 미리암은 뛰어난 머리를 가졌지만 형편상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미리암이 일하는 학교.
▲미리암이 일하는 학교.

소문을 듣고 시장을 찾아갔는데, 그녀는 시장 바닥 한 구석에 포셔(옥수수 가루로 이들의 주식이다)와 콩을 팔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를 복학시킨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했다.

작년 이맘때 나는 갑자기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자기가 일하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지역 목회자들을 위해 성경 컨퍼런스를 인도해 달라는 것이었다. 미리암이 졸업 후 모콩고로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교목으로 일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에게 집회를 인도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거절할 수 없어 학교(St. Martin Secondary School)에 도착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그 학교에 다니는 500여 명의 학생들이 양쪽으로 서서 나를 환영하는 것이었다. 강단에 들어서자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역 목회자 1,000여 명이 일제히 일어나 나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박수 소리에 정신이 나간 나는 순간, 내가 ‘우리가 당신의 오케스트라입니다’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감히 그와 비교할 수 없지만, 문제 부모를 만나고 사기꾼 남편을 만나 자기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살던 아프리카 한 여성이 하나님의 은혜로 이제는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영적 지도자가 된 것은,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꿈이고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이 성지이고
만나는 사람이 그리스도라면

그렇다. ’장사도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긴다’고 했는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이 땅에서 무엇을 남기는가?

오래 전 프랑스 떼제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떼제 규칙집에 있던 한마디가 기억난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사람은 곧 그리스도시다.” 그렇다. 우리는 멀리 비행기 타고 성지를 찾아가고 역사의 기억 속에서만 성자를 기억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사는 곳이 성지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그리스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인가?

업적과 자취를 남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선교지의 현실 속에서, 오로지 사람만 보고 사람만 키우고 사람에게만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그분을 알고, 그분을 따르고, 그분을 믿는 것이다(존 스토트)”.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그가 사랑했던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가 가르쳤던 한 사람을 가르치고, 그가 위하여 죽었던 한 사람을 위해 죽는 것이다(아더 핑크)”.

목회자가 평생을 목회하고 교회를 떠날 때
총회장의 이름과 목회 성공이라는 명예를 남기지 않고 충성스러운 하나님의 사람들을 남길 수 있다면,

선교사가 선교를 마치고 떠날 때 선교지에 큰 건물과 많은 업적을 남기지 않고
그리스도를 닮은 제자들을 남길 수 있다면,

사업가가 사업을 마치고 떠날 때
부의 세습과 많은 재산을 남기지 않고 기부와 봉사 그리고 헌신의 삶을 경영의 발자취로 남길 수 있다면,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름받고 때가 되어 세상을 떠날 때
적어도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 하나씩을 남길 수 있다면,

우리가 가는 이 길에서 얻은 최고의 은총은 날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가 되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도 최선을 다해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이윤재 선교사 부부.
▲이윤재 선교사 부부.

이윤재 선교사
우간다 쿠미대학 신학부 학장
Grace Mission International 디렉터
분당 한신교회 전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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