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종교인들 ‘도덕-치료주의적 주술성’
1. 주술적인 종교성
2. 무신론 심령주의
3. 젊은 세대 종교성
4. 결정론적 세계관
5. 공동체의 종교성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아가페홀에서 열린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제1차 목회데이터포럼에서 김선일 교수(웨신대)는 ‘무종교인의 종교성’을 신학적으로 고찰했다.
김선일 교수는 “설문 조사를 토대로 하면, 한국 무종교인의 종교적 양상은 미국 사회학자 크리스천 스미스(Chrstian Smith)가 미국 청소년들에게 내렸던 정의 ‘도덕-치료주의적 이신론(moralistic-therapeutic deism)’를 빌린다면, ‘도덕-치료주의적 주술성(moralistic-therapeutic shamanism)’이라 할 수 있다”며 “도덕적’이란 사람을 선하게 만드는 기능이고, ‘치료주의’란 평안·위로·문제 해결을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이신론과 주술성’의 차이다. 미국은 오랜 기독교 문명을 배경으로 객관적·초월적 신적 존재에 대한 의식이 바탕을 이루지만, 한국 문화는 전적 타자로서의 신적 존재와 그에 부응하는 신성한 초월세계를 전제하지 않아 그런 종교의 위치가 공고하지 않다”며 “오히려 한국인의 현세적·실용적·인간중심적·구복적 심성이 종교라는 매개체를 통해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한국인의 종교성’ 특징으로 5가지를 열거, 신학적 응답’을 시도했다. 먼저 ‘주술적 종교성’에 대해 “‘주술성’이란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려 재앙을 피하고 복을 구하며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으로, 무속신앙으로서의 샤머니즘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층의 종교 심성”이라며 “주술성은 매일 삶에서 마주하는 실제적 고민과 관심으로부터 비롯돼, 가치 있는 삶의 신성한 지침을 얻기 위한 종교성과 다르다”고 언급했다.
김선일 교수는 “주술과 종교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둘의 경계가 항상 뚜렷하게 갈라지지는 않는다. 성경에도 병 고침과 이를 위한 기도가 등장하듯, 주술적 기대는 삶을 신학적으로 정직하게 성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며 “기독교는 주술적 문제 해결과 충족의 종교는 아니지만, 그러한 주술적 심성이 갈망하는 바를 인지하고 진정한 해법을 담은 더 큰 세계관과 안목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로 ‘무신론적 심령주의(atheistic spiritualism)’에 대해 “심령주의란 물질을 의식의 산물로 보는 유심론(唯心論)에서 더 나아가 영혼의 존재뿐 아니라 영혼의 사후 활동성까지 믿는 신비적 유심론”이라며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의식과 기대는 개인을 위로하고 도덕적으로 순화시키는 기능으로서는 긍정하지만, 사회적·공적 영역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종교에 대한 개인적이고 좁은 인식을 극복하고 확장시키는 새로운 종교적 경험과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셋째로 ‘젊은 세대의 종교성’과 관련해선 “주술성이나 개인주의 성향을 띠고 있지만, 젊은 세대의 종교성은 주목할 만하다. 젊은 세대의 이러한 ‘통속적 영성’은 그들의 비종교성에 비춰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현세적·실용적 차원에서 종교성의 징조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보이나, 저성장 경제와 환경의 위기로 불확실성 높은 세계를 살아야 할 이들에게 기독교는 단순히 현실을 위무하는 주술적 종교의 차원을 넘어, 깊이 있는 희망을 제시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넷째는 ‘결정론적 세계관’이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사주’에 동의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점은 흥미롭다. 이는 한국인의 종교성에 ‘결정론적 세계관’이 배어 있음을 암시한다”며 “팀 켈러(Tim Keller)에 의하면, 서구에 비해 유교 영향과 가부장적 세계관이 강했던 한국 문화에서는 기독교의 ‘예정과 선택 교리’가 더욱 수용적이었다. 서구의 평등적·민주주의적 문화에서는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교리가 회피 대상이지만, 한국인들은 하나님 뜻에 의해 은혜로 구원받음을 깨닫자, 비로소 그리스도의 속죄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섯째로 ‘기억과 공동체의 종교성’이다. 그는 “초자연적 인식에 대한 설문 중 가장 높은 항목이 ‘조상의 초자연적 도움(30.2%)’인 점에서, 한국인들에게 제사와 조상이 지니는 의미를 반추할 수 있다”며 “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강한 공동체 의식을 배양해 왔다. 그러나 최근 가족 결속력과 유대감이 약해지면서 한국인들에게 외로움이 심해졌는데, 이러한 상황은 종교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선일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 중 신학적으로 유의미한 관찰과 해석이 가능한 지점들을 살펴봤지만, 아직 실험적 고찰이기에 선교적·변증법적 접목을 공연히 제시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바울이 아테네에서 ‘알지 못하는 신에게(행 17:23)’라고 새겨진 단을 보면서 대화의 접점을 찾았듯, 이번 조사와 분석이 우리 주변에 증가하는 무종교인들의 ‘알지 못하는 신’을 살피는 작업의 일환이 되길 바란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