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교수 징계, 교단 정체성 수호 위해 불가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서울신대 보직교수들 기자회견 나서

개인 학문의 자유와 인권 침해
아닌 교단 신학적 정체성 문제
징계,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

지속 억압했다? 사실과 다르다
공정·적법 절차 따라 사안 다뤄
창조 학문적 연구와 자유 존중
특정 창조이론, 신봉하지 않아

▲황덕형 총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동규 교수, 황 총장, 차주혁 법인이사. ⓒ이대웅 기자
▲황덕형 총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동규 교수, 황 총장, 차주혁 법인이사. ⓒ이대웅 기자

창조과학과 유신진화론 논란 및 박영식 교수 징계와 관련, 부천 서울신학대학교 주요 보직교수들이 22일 오후 교내 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황덕형 총장의 인사말, 이용호 교무처장의 징계 관련 경과 보고, 김성원 교목처장 겸 조직신학부 주임교수의 학교 입장문 설명, 최동규 신대원장의 신학부 교수 성명서에 대한 설명 등이 진행됐다.

황덕형 총장은 인사말에서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다 진실에 접근하면, 서울신대가 어떤 노력을 해 왔고 어떤 학교인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교단과 교계 모두 건강하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황 총장은 “신학은 교회의 학문이다. 많은 분들의 염려처럼 세상과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자의 양심을 지키되 신앙의 자유 안에서 신앙적 확신 가운데 신학의 전통을 지키면서 하자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복음적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확충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학교의 성실한 노력을 잘 이해해 주시고 널리 밝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박영식 교수 징계에 관한 입장문’에서 이들은 “첫째로 최근 박영식 교수의 징계와 관련해 몇몇 학술단체와 언론에서 박 교수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성명과 기사를 내며, 신학계는 물론 교계 전체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이사회의 박영식 교수 징계 절차 회부는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교단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사회는 수 차례에 걸쳐 박영식 교수에게 성결교단의 신앙고백과 신학을 준수해 연구하고 강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박 교수는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기에 이사회가 책임을 묻게 된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교수 개인의 학문의 자유와 인권 침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 유지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대학과 법인이사회가 박 교수를 지속해서 억압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총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문제가 된 창조론과 유신진화론에 대한 본인 입장을 적절히 해명할 기회를 제공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 면담과 만남이 이뤄졌고, 원만한 사안 처리를 위한 중재 시도도 있었지만 그 기간 중 어떠한 억압적 조치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박 교수 또한 자신의 문제를 사과하고 수정을 약속하는 사과문을 학교에 제출한 바 있다”며 “이렇게 이사회가 3년 동안 기회를 준 것은 소속 교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박 교수는 신학적 입장을 담아 출판한 논문에서 기존 주장들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교수(오른쪽)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성원 교수(오른쪽)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셋째로 “처음부터 중징계 방침을 기획했다는 박 교수의 주장과 달리, 대학은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사안을 다뤄 왔다”며 “오히려 박 교수가 학교 측과의 합의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과 동기, 외부 학술단체 및 학자 등을 사건에 개입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문제를 제기한 이사회와 학교,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모욕하는 글들을 SNS에 게시한 박 교수야말로, 그동안 본인에게 기울인 이사회와 대학의 중재 노력을 무시하고 그 책임을 학교와 이사회로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러므로 이번 사안은 처음부터 학교가 기획하고 조사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SNS 논쟁과 외부 제보에 따라 박 교수의 주장과 저서 등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고, 조사 및 징계는 본교 규정과 절차 및 이사회 정관에 따라 모든 과정을 적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넷째로 “학교는 성결교회의 창조 고백을 중심으로 창조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자유를 존중하며, 특정한 창조이론을 신봉하지 않는다”며 “학교는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창조론에 있어서도 ‘무(無)에서의 창조’를 부인하거나 창조의 역사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 반(反)성경적 학문이나 가르침을 수용할 수는 없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진화론과 유신진화론 등 교단 정체성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학문적 자유보다 교단 입장을 따르는 것이 우선이고, 모든 교수가 임용 시 이를 서약한다. 자유롭게 개인의 학문적 소신에 따라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는 일반대학과, 교단 신학대학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본 대학이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대표적 목회자 양성 기관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우리 대학은 총회의 신앙적·교리적 고백과 복음주의 웨슬리언 사중복음 신학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학문적 입장과 개방적·지속적 대화를 통해 제 신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는 창조론 연구에 있어 우리 대학이 다양한 이론들과의 지속적인 학문적 대화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대학이 창조과학과 같은 특정 이론을 신봉한다고 주장하는 박 교수나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박 교수와 그를 옹호하는 일부 신학자들의 일방적 주장과 공격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며 자제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모습. ⓒ이대웅 기자
▲기자회견 모습. ⓒ이대웅 기자

이와 관련, 질의응답에서 황덕형 총장은 “현재 동성애와 유신진화론은 마치 리트머스 시험지 같아졌다. 이를 수긍하고 허용하면 진보적이고, 이것이 성서와 배치된다고 주장하면 보수적이 된다”며 “진보 진영은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를 사이비 과학으로 매도하고,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 있어 유일한 길은 유신진화론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수적·복음주의적 입장에서는 이것이 결국 성경의 정통성을 믿지 못하게 되므로 허용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호 교무처장은 “자신의 신앙고백문을 논문으로 쓰기로 했는데 이행하지 않은 약속 위반이 가장 큰 문제”라며 “원래 방향대로 논문을 썼다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신앙고백문에 상치되는 논문을 썼기 때문에, 이사회는 ‘약속 위반’이라고 본 것”이라고 했다.

신학부 교수 25인의 창조신학 관련 성명서 발표에 대해 최동규 신대원장은 “징계위 회부 이후 박 교수 측에서 학회들과 함께 무차별적으로 학교를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마치 서울신대가 창조과학만 주장하고 독선적 견해만 가르치는 몰지각한 학교로 매도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신학부 교수들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최동규 신대원장은 “창조론에 대한 입장 표명이 절실해졌고, 특히 현장 목회자들의 요구가 빗발쳐 간략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박 교수는 성명서가 강압에 의한, 마지못해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위험한 발언이다. 각자 개별적으로 성명서에 동의해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식 교수 “레퍼런스 대라
창조과학, 과학도 신학도 아냐
통일교 깊은 연관 널리 알려져”

이에 대해 박영식 교수는 SNS로 자신의 입장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16일 한국조직신학회 공청회에서 서울신대 측의 그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간단한 답변은 이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레퍼런스를 대라는 것”이라고 맞섰다고 한다.

박 교수는 ‘유신진화론만 배타적으로 인정한다’는 학교 측 문제제기에 대해 “창조과학, 지적설계, 유신진화론은 유형론적 입장에서 보면 상호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는 세 입장에 대해 소개하고 비평하고 있다”며 “저는 다른 입장과 마찬가지로 유신진화론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과제와 전망을 제시했다. 굳이 표명하자면 이 세 입장에 메타비평적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유신진화론이라는 단어조차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의 입장을 소개할 때 서너 번 등장하지, 저 자신과 연관해선 전혀 사용하지 않는 개념으로, 제 창조신학을 전개할 때 굳이 이런 유형론적 선택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며 “‘배타적으로’라는 표현에는 아마 왜 창조과학을 비판하냐는 항변이 들어가 있는 듯 보인다. 창조과학이 과학도 신학도 아니라는 점, 통일교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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