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 대한 3가지 이해충돌 영역: 의지, 속죄, 예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피영민 총장,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주제발표

1. 인간 의지의 구원 과정 역할
2. 속죄 범위 제한 및 일반 여부
3. 하나님의 ‘예지’에 대한 성격

▲기념촬영 모습. ⓒ신학회
▲기념촬영 모습. ⓒ신학회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82차 정기논문발표회가 ‘복음, 부흥, 민족’이라는 주제로 지난 27일 분당 지구촌교회(담임 최성은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피영민 총장(한국침신대)이 ‘복음에 대한 이해가 충돌되는 영역들’이라는 주제발표를 전했다.

피영민 총장은 “이번 신학회 주제 ‘복음, 부흥, 민족’은 ‘복음을 전하는 일에 부흥을 이뤄 민족을 구원하자는 염원을 세 단어로 요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대전제는 ‘복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성경적 이해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피 총장은 “복음에 대한 성경적 이해 정립은 목회 현장에서 필수불가결하다. 복음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면 설교 내용도, 기독교 교육 내용도, 선교의 목적과 목표도, 복음을 제시하는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복음에 대한 성경적·조직신학적 이해는 신학자들뿐 아니라, 목회자들에게도 가장 근간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음의 ‘사실적 측면’은 고린도전서 15장 1-4절에서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으심, 장사되심, 사흘 만에 부활하심’ 등 3가지로 명확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이 3가지 사실에 대한 인정만으로 구원을 얻었다고 볼 순 없다”며 “이 3가지 사실을 헛되이 믿지 않고 굳게 지켜야 하는 체험적 측면이 아울러 요구된다. 데살로니가전서 1장 5절이 복음의 체험적 측면을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 총장은 “‘복음주의’에 속한 사람들 중 복음의 ‘사실적 측면’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으나, ‘체험적 측면’에 관해선 이해가 충돌되는 영역이 있다”며 “‘어떤 과정으로 복음의 사실이 확신될 수 있는가? 어떤 능력으로 복음을 굳게 믿을 수 있는가? 누구에게 이런 큰 확신이 일어나는가? 하나님은 이런 과정을 다 알고 계시는가?’ 등의 문제들에 상반되거나 충돌되는 견해들이 존재하므로, 신학자들은 ‘신학적 묵상’을 계속해 목회자들에게 ‘고도의 안정성 있는’ 성경적 이해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후 ‘복음의 이해와 체험에 대한 충돌’을 3가지 영역에서 살폈다. 먼저 ‘인간의 의지’가 구원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대해 “이 문제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 뿐 아니라, 알미니안주의 등 개신교 내부에서도 갈등 요인이었다”며 “복음주의 신학은 고전적 알미니안주의(Classical Arminianism)의 ‘선행적 은혜(Prevenient Grace)’가 과연 성경적 개념인지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원죄를 부인하고 인간의 전적 타락을 부인하는 펠라기우스주의와 완연한 차이가 있고, 인간이 나면서부터 자유의지를 갖는다는 반(半)펠라기우스주의나 천주교 사상과도 다르다”며 “인간이 본성상 타락한 존재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을 택할 수 없는 존재라는 어거스틴이나 칼빈의 사상에 동의하지만, 하나님이 우주적 사랑으로 전적 타락한 인간에게 예외없이 예수를 믿을 수도 거부할 수도 있는 자유의지 능력을 은혜로 베풀어 주셨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선행적 은혜’ 개념을 거치면서 모든 인간은 예외없이 소위 ‘자유지상주의적 자유(Libertarian Freedom)’를 갖게 됐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자유지상주의적 자유는 정반대 결정도 내릴 수 있는 자유(Contra-Causal Freedom)다. 믿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도, 믿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찰스 스펄전(Charles H. Spurgeon)은 여기에 강력한 논리로 반박했다”고 전했다.

▲피영민 총장. ⓒ크투 DB
▲피영민 총장. ⓒ크투 DB

둘째로 ‘속죄의 범위’가 제한적인 것인지, 일반적인 것인지 하는 문제에 대해 “오늘날 제한속죄설과 일반속죄설을 믿는 분파들이 침례교회도 나뉘어 있다. 그러나 고전적 알미니안주의 주장처럼 속죄의 범위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면, 제시하는 복음의 내용도 달라지게 된다”며 “예수님의 속죄는 ‘예외 없이 모든 사람(all people without exception)’이 아닌, ‘차별 없이 모든 사람(all people without distinction)’을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 총장은 “속죄 범위에 대한 이해가 다르면, 선택론 혹은 예정론에 대한 이해도 달라진다.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하나님이선행적 은혜를 따라 자유의지를 주셨고, 자유의지를 따라 믿음을 선택할 사람을 미리 아시고 예정하셨다는 소위 ‘예지예정론’을 취하는데, 이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조건으로 예정하신다는 ‘조건적 예정’”이라며 “그러나 제한속죄설을 믿는 사람들은 인간 편의 아무런 조건 없이 하나님의 주권적·무조건적 사랑 때문에 속죄를 받고, 속죄받은 사실을 성령 역사로 확신하므로 ‘무조건적 예정 혹은 절대예정론’이라 부른다. 예정론 차이는 더 큰 주제에 대한 이해 차이를 낳는다”고 진단했다.

셋째로 하나님 ‘예지’의 성격이 어떤가에 대해 “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하나님께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고 봤다. 하나는 자연적 지식(what He can do) 혹은 본성적 지식(cognito Dei naturalis)이라 불렀고, 다른 하나는 작정적 지식(what He will do) 혹은 자유적 지식(cognito Dei libera)이라 불렀다”며 “그러나 고전 알미니안주의는 천주교 예수회 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소위 ‘중간적 지식(middle Knowledge) 이론’을 제시했다. 신앙과 불신앙 중 선택은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에게 달려 있고, 하나님은 단지 누가 믿음을 택할지 미리 아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영민 총장은 “하나님께서 믿음을 택할 사람들을 미리 예정하셨다는 주장이 ‘예지예정론’이다. 이러한 예지예정론의 논리적 약점을 파고든 신학이 소위 클락 피녹(Clark H. Pinnock(1937-2010)의 ‘열린 유신론(Open theism)’”이라며 “하나님께서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알지 못하시고, 미래 일이 인간의 자유의지로 결정될 때까지는 정확히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주장으로, 교파를 뛰어넘어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되면서 복음주의 신학회에 심각한 논쟁과 분열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피 총장은 “‘열린 유신론’의 논리가 읽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매력은 있으나 하나님의 전지성·불변성·섭리 등의 개념들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나아가 ‘과정신학(Process theology)’으로 발전되면서 완전히 부인됐다”며 “‘열린 유신론’은 그나마 고전적 알미니안주의 범주에 머무르면서 논리적 약점을 지적하는 것이지만, 과정신학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부활 등 전통 신학의 모든 개념들을 부정하므로 복음주의 신학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끝으로 “우리나라 ‘복음주의’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와 개혁주의를 모두 포함하는 사상이다.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복음 제시가 용이하고 잃어버린 양을 찾는 데 효과적인 신학으로 역할을 해 왔다”며 “신학과 목회는 잃어버린 양을 찾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찾은 양에게 올바른 꼴을 먹이는 측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전적 알미니안주의가 가진 복음의 이해에 대한 약점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조직신학은 종교철학으로 변하고, 열린 유신론과 과정신학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좀 더 성경적 복음 제시와 교육을 위해, 계시지향적 연구과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종교개혁자들이 제시한 복음 이해의 천재성을 다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용규 박사(총신대 명예교수)가 ‘복음, 부흥, 민족: 대중전도 운동과 민족복음화 운동(1960-1988)’을 제목으로 두 번째 주제발표를 전했다. 이후 구약·신약·조직·역사·실천·상담·윤리·선교·음악 분과별 주제 발표 및 자유 발표가 진행됐다. 개회예배는 임원택 회장 사회로 최성은 목사가 ‘다시 부흥이 시작될 때(느 8:1-12)’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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